소매업계와 서브 프라임
1999년 미국 소매업계의 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조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2009년 가전 전문 리테일 부문에서 베트스 바이(Best Buy)와 양대 산맥을 이루던 서킷시티(Circuit City)가 파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 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2007~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2009년 리테일 업계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어 마이너스 성장(-2.2퍼센트)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로 리테일 전체 매출은 큰 흔들림 없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소매업계의 위기
그러다 2016~2018년에 리테일 부문에서 전세계를 선도해온 미국은 거의 재앙 수준의 큰 위기에 직면했다. 2017년의 경우 연 매출 5,000만 달러 이상인 리테일러 중 26개 브랜드가 파산했다. 중소기업을 포함하면 2017년에만 총 662개 브랜드가 파산했는데 이는 2016년에 비해 30퍼센트나 늘어난 수치였다.
2017년 9월에는 토이저러스가, 이어 2018년에는 시어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시어스는 2017년 자사 브랜드인 K마트를 포함해 381개 매장의 문을 닫았으나 결국 몇 년에 걸친 마이너스 성장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5년까지 1주당 40달러를 사회하던 시어스의 주가는 2018년 8월, 1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이후 오프라인 리테일러의 위기는 세계 각지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이다.
영국의 경우, 2017년에 5,855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그 중 패션과 풋웨어 매장의 타격이 가장 컸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치였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11개 매장이 문을 열었고 16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18년 한 해 동안 거의 1만 개에 이르는 점포가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뿐만이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대규모 매장 철수가 일어나고 있다. 독일 카르슈타트 백화점은 매장 축소를 결정했다. 또한 프랑스 완구업계 2위인 라그랑레크레 역시 2018년 파산신고를 했다. 1977년에 창업한 이후 프랑스에만 250여개 매장을 운영했던 완구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온라인 리테일러들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낮아진 데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급감 때문이었다.
대형 쇼핑몰의 몰락
1956년 미국 미네소타주 이데나에 최초의 쇼핑몰 사우스데일센터가 오픈한 이후, 몰(mall)은 미국식 쇼핑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그토록 화려했던 몰도 최근 가파른 속도로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쇼핑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위기 조짐을 보였다. 2010년 미국에서 3,500만 명에 이르렀던 쇼핑몰 방문자 수는 2013년 1,700만 명으로 무려 50%나 줄었다. 따라서 지역몰, 오픈 에어센터, 파워센터 모두 세입자가 줄고 있다.
마켓 리서치 회사 리테일 인텔리전스의 부회장인 개릭 브라운은 2023~2025년까지 300여개가 넘는 쇼핑몰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2018년 북미 지역 매장 출점과 폐점을 비교해보면 백화점 부분에서는 매장을 오픈하는 기업보다 매장을 닫는 기업이 더 많은 반면, 편의점과 창고형 클럽, 그리고 레스토랑 등은 매장을 오픈하는 기업이 훨씬 많았다.
미국의 백화점은 쇼핑몰의 앵커 스토어(anchor store, 간판 상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결국 백화점이 위축된다는 것은 쇼핑몰 역시 쇠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의 맹공격
아마존은 매우 공격적인 확장으로 전세계 리테일 업계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 아마존은 2018년 1월 헬스케어 스타트업 헤이븐(Haven)의 출범을 알리고, 6월에는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인 필팩(Pillpack)을 인수한다는 소식으로 기존 업체들의 주가를 폭락시켰다. 8월에는 미국에서 50여 개의 극장을 운영하는 랜드마크 시어터의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러한 행보는 2017년 홀푸드마켓 인수로 식품 리테일 업계 진출에 박차를 가했던 것처럼,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시도로 분석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마존의 위력은 대단하다. 아마존은 유럽과 아시아에 진출했고, 2018년 7월에는 한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아마존의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한 달 평균 1억 9,700만명(2017년 12월 기준)인 반면, 월마트와 타겟의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각각 1억 2,700만명과 8,300만명이었다. 미국 리테일 업계 1, 2위의 방문자 수를 합쳐야 아마존의 방문자 수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미국 소매업계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출처: 황지영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 <리테일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