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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나들이] 13개의 그림이 담긴 장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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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나들이] 13개의 그림이 담긴 장식장
작품명 : 13개의 고전 그림이 있는 검은 장식장 (Ebony Cabinet with Thirteen Painting of Classical Subjects) 제작년도 : 1630–1635년경 작가명 : 사이몬 플로킷(Simon Floquet), 벨기에(1615(?)–1635) 규격 : 28 1/2 x 33 x 16 1/4 in (72.4 x 83.8 x 41.3 cm), 받침대 불포함 재료 : 유화, 흑단나무
박영진
NC 미술관 안내원
[email protected]

17세기에 유행한 장식장

어느 집에나 공예품이나 장식용그릇 같은 여러 가지 장식품을 수집해 진열하는 장식장이 하나 정도 있을 것이다. 그 장식장을 보면 그 집 주인의 취미나 취향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데 오늘은 이와 비슷한 의미의 장식장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NC 미술관에는 현대미술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17세기 플랑드르 미술관을 비슷하게 재현해 놓은 방이 있다. [참조 1]

그 방에는 여러 화가들의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장식장과 조개껍질, 산호 같은 자연수집품부터 책, 지구본과 같은 인공 수집품까지 여러 가지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 차 있다.

호기심의 방

이러한 방은 15세기 이탈리아의 제후와 귀족들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하여, 16세기에는 학자나 문인들도 즐겨 만들었고, ‘호기심의 방’이라고 불렸다.

그 수집품들을 살펴보면 산호나 원석을 가공한 액세서리, 동식물 표본과 조개껍질, 동물의 뿔, 상아 세공, 미니어처 세공, 외국 무기, 수학과 의학용 기구, 지구본, 동양의 도자기, 유물과 골동품 등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이 ‘호기심의 방’은 화가와 가구 장인, 석공 장인, 금은 세공 장인 등 여러 분야 사람들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참조 2]

메타 모르포세스(변신)

오늘 소개하는 이 검은 장식장에는 고전 신화의 장면을 묘사한 총 13개의 그림이 들어 있다. [참조 3]

그림의 장면들은 주로 고대 문학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고 그리스 로마 신화의 길잡이로 평가받는, 로마의 시인 오비드의 대서사 시집 메타 모르포세스에 있는 것이다.

메타 모르포세스는 세계의 탄생에서 시작해 로물루스의 로마 건국을 주제로 한 총 열다섯 권으로 된 서사시로, 비합리적인 욕망, 신들의 사랑과 정복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설화들은 즐겁고 통쾌하며 우리의 옛날 이야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장식장 가운데 있는 <큐피드의 승리>

장식장의 부분 그림들

장식장 한 가운데에 위치한 그림 <큐피드의 승리>는 결국은 신이 승리한다는 13가지 이야기의 종합적인 결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상단 뚜껑 위의 가장 큰 그림 <아폴로와 여신 그리고 조개 껍질>은 아폴로와 9명의 여신을 그린 것이다. 파르나소스산 꼭대기에 빨간 망토를 두른 아폴로는 머리에 월계관을 쓰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아폴로 옆에는 명성을 상징하는 날개 달린 백마 페가수스가 보인다.

9명의 여신들은 아폴로와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악기들은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오늘날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여신들의 드레스는 녹색, 파란색, 갈색, 노란색, 보라색 등 화려한 색이며 드레스에 나타난 잔주름 등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림 속의 모든 인물은 통통한 몸매에 큰 눈을 가진 인형과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여러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여신들은 대체로 관능미를 풍기고 있어 한 편의 멜로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장식장의 왼쪽 문에는 올리브 나무로 변신한 아풀리아 목동 이야기가, 그리고 오른쪽 문에는 미다스의 심판이 그려져 있다.

왼쪽 아래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는, 비너스와 아도니스, 주피터와 아이오, 까마귀로 변한 코로니우스의 딸, 발이 빠른 여자 사냥꾼 애틀랜타와 그의 남편 멜라니온, 아폴로와 단테, 플루토에게 납치되어 저승의 여왕이 된 프로세르피나, 염소의 뿔과 다리를 가진 음악을 좋아하는 숲과 목양의 신 판과 판의 추파를 피하기 위해 갈대로 변신한 목신 시링크, 연인이 사자에 물려 죽은 줄 알고 자살한 피라모스와 그의 연인 티스베, 그리고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페니키아의 왕녀 유로파의 납치를 그린 그림들이 차례로 담겨 있다.

■ 더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해 미술관에 들러서 다음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각 그림의 배경과 인물들의 표정을 감상해 보세요.

• 각 그림들을 연결해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 여러분의 ‘호기심의 방’에는 어떤 물건을 넣을지 생각해보세요.

참조

  1. Seventeenth-Century Dutch and Flemish Paintings, NCMA 2009
  2. https://ja.wikipedia.org/wiki/%E9%A9%9A%E7%95%B0%E3%81%AE%E9%83%A8%E5%B1%8B
  3. https://learn.ncartmuseum.org/artwork/ebony-cabinet-with-thirteen-painting-of-classical-subjects/

NORTH CAROLINA MUSEUM OF ART
2110 Blue Ridge Road Raleigh, NC 27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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