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파동
5월이면 RTP 지역 곳곳에서는 예쁘고 알록달록한 튤립을 많이 볼 수 있다. 튤립은 네덜란드의 국화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17세기에 터키에서 네덜란드로 수입된 꽃이었다.
옛말에 빼어난 미인을 ‘경국지색’이라 하여 나라를 위태롭게 할 만한 미인이라고 했는데, 튤립은 네덜란드를 위태롭게 만든 ‘튤립 파동’을 일으킨 꽃이기도 하다.
튤립 파동(Tulip mania)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에 벌어진 투기 과열 현상이다. 1630년대에 터키에서 수입된 원예식물인 튤립이 네덜란드에서 큰 인기를 끌자, 튤립에 대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나중에는 선물거래까지 등장해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특정한 가격으로 매매한다는 계약서를 사고팔았다.
투기가 과열되면서 튤립의 가격은 숙련된 장인의 연간 소득의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치솟았다. 1630년대 중반 튤립 알뿌리 하나가 8만 7000유로(약 1억6천만원)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튤립 가격이 정점을 찍고 어느 순간 거품이 터지며 하락세로 돌아서자, 이제는 팔겠다는 사람이 넘쳐났다. 상인들은 빈털터리가 되었고 튤립에 투자했던 귀족들은 영지를 담보로 잡혀야만 했다.
튤립 파동은 네덜란드가 경제대국의 자리를 영국에게 넘겨주게 된 한 가지 요인이 되었다. [참조 1]
네덜란드의 정물화
튤립과 함께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대변하는 것이 ‘정물화’이다. 정물화는 자세히 관찰할수록 그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돋보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오늘 소개하는 발타사르 반 데르 아스트의 ‘과일 바구니가 있는 정물화’ 역시 그림에 담긴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에 표현된 대상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도마뱀, 메뚜기, 나비, 파리 등의 곤충이 보인다. 그리고 계절이 다른 다양한 과일, 희귀한 꽃, 레몬, 그리고 중국 도자기가 보이는데, 이들은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매혹을 상징하는 요소들이다. 또한 터키에서 수입된 꽃, 아프리카 해안에 서식하는 조개 껍데기, 중국 도자기는 네덜란드 상인들의 광범위한 거래 지역을 보여줌과 동시에 네덜란드 국민들이 호기심의 대상에 돈을 낭비하는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참조 2, 3]
이를 바탕으로 이 그림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화면의 중심에 놓인 풍성한 과일 바구니는 네덜란드 경제의 풍요를 상징하며, 잘 익은 과일들은 곧 썩어가고 벌레가 모일 것을 상징한다. 또한 나비, 메뚜기는 한 철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유한성을 표현한다.
따라서 이 정물화는 지상의 모든 것은 아무리 아름답고 매혹적이어도 언젠가는 소멸하므로, 감각적 유혹에 빠지지 말고 항상 죽음을 기억하며 신앙심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 더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해 미술관에 들러서 다음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여러분이 정물화를 그린다면 어떤 소재를 고를지 생각해보세요.
• 그림에서 돋보기로 곤충들을 세밀하게 살펴보세요.
• 여러분의 삶을 의미있게 계획해보세요.
참조
- https://en.wikipedia.org/
wiki/Tulip_mania - Seventeenth-Century Dutch and Flemish Paintings, NCMA 2009
- https://learn.ncartmuseum.
org/artwork/still-life-with-basket-of-fru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