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교육 [미술관 나들이] 소유와 쾌락의 공허함을 그리다

[미술관 나들이] 소유와 쾌락의 공허함을 그리다

0
[미술관 나들이] 소유와 쾌락의 공허함을 그리다
박영진 NC 미술관 안내원 [email protected]
작품명 : 만찬 소품 (Banquet Piece) 제작년도 : 1635년경
작가명 : 얀 얀츠 덴 우일 (Jan Jansz. den Uyl), 네덜란드 (1595–1639)
규격 : 31 5/16 x 36 7/8 in (79.5 x 93.7 cm), 재료 : 유화, 소장 : NC 미술관

만찬이 끝난 후
오늘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정물화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그림에 담긴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먼저 작품의 배경이 된 17세기 네덜란드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17세기 네덜란드는 해외 진출의 황금시대를 맞이하며 세계 제일의 무역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세계 곳곳을 항해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호화롭고 값비싼 물건들을 들여왔고, 이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화려한 요리와 이국적인 음식들로 차려진 만찬이 유행하게 되었다.
이런 영향 때문에 17세기 네덜란드 그림에서는 이와 비슷한 정물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당시 정물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프랑스의 소금부터 시작해서 지중해의 올리브와 레몬, 인도네시아의 향신료, 중국에서 들여온 본 차이나 그릇, 터키에서 들여온 튜울립 등 외국에서 들여온 다양하고 이국적인 소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참조 1]

덴 우일의 올빼미 서명
덴 우일(den Uyl)은 네덜란드 황금 시대의 정물화가이다. 덴 우일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7세기 당시에는 널리 알려진 작가여서 플레미쉬의 거장인 루벤스가 덴 우일의 작품을 3개나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네덜란드어로 우일(Uyl)은 ‘올빼미’를 뜻한다. 그래서 덴 우일은 자신의 작품에 서명 대신 항상 올빼미의 상징적인 모티프를 그려 넣었다. 물론 이 작품에도 올빼미 모티프가 담겨 있다.
또한 왼쪽에 보이는 백랍으로 만든 큰 물주전자는 우일의 트레이드마크로 그의 많은 작품에 등장한다. 백랍은 금이나 은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은처럼 녹슬지 않아 당시 식기 재료로 널리 사용되었다. [참조 2]

숨은 그림 찾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맨 왼쪽에 현악기 류트, 그 옆에 쓰러져 있는 백랍으로 만든 큰 물 주전자, 녹색의 투명한 포도주잔, 그 뒤에 놓인 금박의 큰 항아리 컵과 베니스 스타일의 넓은 잔(Façon de Venise glass), 백랍으로 만든 접시들과 소금통, 은으로 만든 칼, 껍질 벗겨진 레몬, 촛대, 그리고 맨 오른쪽에 맥주잔 등이 놓여 있다.
이 작품에서는 금, 은, 유리 등으로 만든 식기들의 표면과 질감이 잘 나타나 있고, 흰색 리넨 식탁보가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빈 포도주잔, 접시에 남은 음식들, 반쯤 남은 초와 맥주잔 등을 통해 만찬이 끝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접시에 놓인 하얀 굴 껍데기, 흩어져 있는 올리브, 테이블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걸쳐 있는 레몬 껍질 등은 상징적인 표현 요소들로, 작가는 이 그림을 통해 삶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소유욕과 쾌락의 공허함을 가리키고 있다.

■ 더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해 미술관에 들러서 다음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여러분의 파티가 끝난 후의 모습과 이 작품을 비교해 보세요.
• 이 그림에서 작가의 상징적인 모티브인 ‘올빼미’를 찾아 보세요.
• 여러분의 삶을 충만하고 의미있게 계획해 보세요.

참조

  1. https://learn.ncartmuseum.org/artwork/banquet-piece/
  2. Seventeenth-Century Dutch and Flemish Paintings, NCMA 2009

NORTH CAROLINA MUSEUM OF ART
2110 Blue Ridge Road, Raleigh, NC 27607
T. 919-839-NCMA

한국어 안내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