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교육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콜센터, 텔레마케터, 장난감과 게임, 국방, 항공 등과 같은 기타 영역들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음성 인식 및 합성 기술
음성 인식 및 합성 기술은 21세기에 들어서야 실용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 이후 빠르게 우리 생활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음성으로 여러 가지 명령을 내리고 웹검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외에도 아마존과 구글 등에서 만든 스마트 스피커도 집안의 도우미로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에서도 음성으로 차량 실내 온도 조절, 오디오 장치 조작 등을 할 수 있도록 기존 차량에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되었다. 애플의 Siri기술을 기반으로 한 CarPlay, 구글의 Android Auto, 그리고 뉴언스(Nuance)의 Dragon Drive Automotive Assistant 등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점점 많이 쓰이고 있는 음성 대화 기술이지만, 음성 인식 처리에 필요한 약간의 시간적 지체와 부자연스런 억양 때문에 상대편이 기계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5월에 발표된 Google Duplex Voice 기술은 이보다 훨씬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구글 CEO가 보인 Google Duplex Voice 데모에서 로봇(소프트웨어)이 일반 헤어살롱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는데, 헤어살롱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인간과 비슷했다. 데이터를 처리해 응답을 준비하는라고 뜸을 들이지도 않고 보통 사람들처럼 대화 중간중간에 ‘음~, 어~’ 등의 추임새도 적절히 사용하여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런 고성능 대화 로봇(소프트웨어)이 비교적 단순한 대화로 이루어지는 업무를 대체해 가고 있다.
콜센터
통신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과 정부기관, 공공기관에서는 전화를 받는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꽤 오래 전부터 기계로 대체해왔다. 초기에는 녹음된 음성과 전화거는 사람의 키 입력을 통해 담당부서로 전화를 돌리거나 계정번호 등을 입력받는 업무를 자동화했다.
그 후, 음성 인식 기능이 추가되어 사용자가 키 입력 대신 말로 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에 힘입어 음성 인식의 정확도도 높아졌고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런 지능형 콜센터 시스템이 점점 많은 콜센터 요원을 대체하게 되면서, 이것이 사회적,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콜센터 업무는 단순하고, 지루하고,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일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직종이며, 미국 기업들이 외국에 용역을 주는 대표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필리핀은 GDP의 8%가 이 콜센터 직종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능형 콜센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외국에 용역을 주던 콜센터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텔레마케팅
텔레마케팅은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잠재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판매 방법으로 활용되어왔다. 지금은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그 중요성이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회사들의 판매 목적이나 정당들의 선거전에서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텔레마케팅 요원 대신 녹음된 음성 메시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고, 더 나아가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컴퓨터를 사용한 자동화가 시도되고 있다.
AI 텔레마케팅 기술회사 Drips는 인공지능이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고객과 접촉하고 대화해서 텔레마케팅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설립된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장난감
90년대에 유행했던 ‘다마고치’라는 가상 애완동물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Giga Pets이라는 회사가 비슷한 가상 애완동물을 판매했다. 다마고치는 작은 화면속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장난감이었는데 현실감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던 애완동물과 장난감들이 이제 현실 세계로 나오기 시작했다.
가정용으로는 처음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로봇 애완동물 퍼비(Furby)는 미국 회사 Tiger Electronics가 만들었는데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4천만 대가 판매되고 2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소니도 1세대 로봇 애완견 에이보(Aibo)를 출시했다. 에이보는 지금의 인공지능 음성 인식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는 하지만 100가지 음성 명령을 받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소니는 2006년 3세대 에이보를 끝으로 적자로 인해 생산을 중단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이후 인공지능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를 지켜보던 소니는 올 초에 4세대 에이보를 가지고 돌아왔다. 4세대 에이보는 음성 인식이 훨씬 정확해졌을 뿐만 아니라 주변 영상 인식 기능과 더불어 사람의 얼굴을 100명까지 기억할 수 있다.
인공지능 자동차 경주 키트 AI Overdrive Starter Kit
인공지능 장난감 벤처 Anki가 출시한 장난감 자동차 경주 키트 AI Overdrive Starter Kit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자동차 경주 트랙을 다양한 형태로 조립할 수 있고, 트랙 조립 후 장난감 자동차 4대를 트랙에 올려 놓으면 자동차가 저속으로 움직이며 경로를 읽어(scan) 기억한다. 트랙 읽기가 끝나면 사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여러 형태의 자동차 경주를 혼자서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국방 분야
미 국방고등연구소(DARPA)를 중심으로 한 국방 분야는 현대 사회의 수많은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DARPA는 특히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는데, 지난 자율주행 자동차편에서 소개한 1, 2, 3차 자율주행 자동차 경주대회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런 기술들은 대부분 군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민간에 보급된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국방의 여러 분야에 쓰이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1. 감시용 자율운항 드론항 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2. 전투용 로봇은 굳이 사람과 같은 크기와 형태일 필요가 없으므로 곤충, 늑대, 드론, 또는 다른 독특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이들 로봇은 원격 조종이 가능하고 상당 수준의 자율 전투 기능도 갖추고 있다.
3. 전투 및 작전 상황 분석 시스템은 드론과 전투용 로봇 등에서 보내온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효율적인 작전수행을 돕는다.
4. 사이버 보안 시스템. 전쟁이 갈수록 컴퓨터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사이버 공격 또한 점차 지능화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보안 시스템도 복잡해져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항공 분야
조종사 없는 여객기는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지만 다른 많은 항공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변수가 많고 변화가 잦은 분야일수록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자동화 프로세스로 대체되고 있고 있는데, 예를 들면 비행기 티켓의 적정가 책정, 연착 예측, 항로 최적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공항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이동 장비도 자율운행으로 바뀌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은 공항의 관제탑도 바꾸고 있다. 캐나다의 벤처기업 Shearidge는 기존의 레이더 기반 관제를 수백개의 고성능 카메라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원격 관제로 바꾸고 있다. 이 원격 관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관제탑이 필요 없다. 이 시스템은 현재 세계 50여개 공항에서 사용되고 있다.
컴퓨터 게임
컴퓨터 게임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은 주로 ‘유사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처럼 보이게 하는 트릭(trick)을 쓰는 편이 개발비가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현실 세계에서 가져온 장기, 체스, 바둑, 포커 등의 컴퓨터 게임들은 진짜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일반 비디오 게임에서도 인공지능 기술 사용이 저렴해지고 보편화되면서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하여 응용하는 진짜 인공지능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으로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고 더 높은 퀄러티를 찾는 이용자들이 생겨남에 따라 인공지능을 접목한 게임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현대 사회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인공지능이 어떻게 적용되고 자동화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19세기 말부터 전기는 인간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 사용되면서 2차, 3차 혁명을 불러왔다. 이와 비슷하게 오늘날에는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사용되면서 많은 것들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이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Deep Learning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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