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 부는 바람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 이론의 산실인 학계와, 그 학자들을 양성하는 교육계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대응이 매우 늦은 편이다. K-12라고 불리는 미국의 초중고 공립학교는 더욱 그렇다.
교육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한 명의 학생을 여러 명의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학생 수에 비해 교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런 현실이 바야흐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맞춤형 개인교사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가 계속 늘어나면서 학생 한 명을 여러 명의 인공지능 교사가 가르치는 방향으로 교육이 변해가고 있다.
또한 EdTech이라고 불리는 교육용 기술은 학습지도 외에도 숙제나 시험 채점 등과 같은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화된 교육 데이터는 교육 방법, 프로세스, 자료 분석 등에 유용하게 사용되면서 교육 시스템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맞춤형 온라인 교실
인터넷 초창기의 온라인 교실은 오프라인 강의를 촬영해 올리는 수준이었다. 이런 강의는 공짜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이 수강할 수 있고,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추가 설명을 하거나 건너뛰기가 쉽지 않았고, 강의에 대한 피드백 또한 수강 후 소감이나 설문지 작성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쌍방향 온라인 교실이다. 한 단원이나 단계가 끝날 때마다 퀴즈를 통해 충분한 학습이 되었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설명과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다. 이런 맞춤형 학습(Adaptive Learning)이 개인 교습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개인차가 심한 수학을 개인 교사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는데, 최근 상당히 유용한 제품들이 여러 개 출시되었다. Carnegie Learning이나 Third Space Learning이 그 대표적 예이다. 한국에서 개발된 수학 자가학습 사이트 노리(www.knowre.com)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아래 MOOC 섹션에서 소개되는 Khan Academy는 공짜라서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초중고 및 대학생들을 위한 언어, 생물학, 전산과학 등을 가르치는 온라인 교실도 많은 회사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온라인 자가학습 사이트들이 등장하면서 학교 교실 수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자가학습 사이트를 통해 집에서 먼저 공부를 한 다음, 학교에 와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더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문하며 배움을 완성해가는 방식이다.
교육용 소프트웨어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한 물리학 교수를 중심으로 개발된 WebAssign 온라인 소프트웨어는 학생들의 과제를 도와주고 자동 채점을 하는 등 교수와 조교가 하던 일의 많은 부분을 담당한다.
지능적 개인교사 시스템 (ITS – Intelligent Tutoring Systems)
ITS는 주로 성인 직업교육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SHERLOCK이라는 ITS 소프트웨어는 공군 정비사에게 항공기의 전기 장치 문제의 진단 방법을 가르친다. 또한 국방고등연구소(DARPA)는 해군이 고용한 기술자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인공지능 개인 교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외국어 교육 인공지능 개인지도 소프트웨어
그동안 미국의 외국어 학습 소프트웨어 시장을 석권해 오던 Rosetta Stone과 Duolingo 등에 Deep Learning 기술을 도입한 신생기업Glossika, Capiche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의 프로그램은 각 대상 언어를 수동으로 제작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이에 반해, 새로운 프로그램들은 그동안 인터넷 등에 쌓여온 대상 언어의 문서, 대화 음성 등 대량의 자료로 개인지도 소프트웨어(인공지능 개인교사)를 훈련시킨다. 이 학습하는 소프트웨어 덕분으로 Glossika는 창업 6년만에 50여 개의 언어를 제공하게 되었다. 출시된지 20년이 넘은 Rosetta Stone은 현재 28개의 언어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조교
2016년 조지아텍 전산과학과 교수 아쇽 고일(Ashok Goel)은 질 왓슨(Jill Watson)을 조교로 고용해 학생들을 돕게 했다.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에게 질 왓슨의 정체가 인공지능(AI chatbot)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학생들의 수많은 질문에 답해주며 학기를 잘 마칠수 있도록 도와준 질 왓슨은 IBM의 WATSON 기술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조교였다.
대량 온라인 강좌 (MOOC – 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는 불특정 다수(종종 몇백만 명)를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온라인 강좌이다. 초창기 온라인 강좌와 달리 쌍방향 흐름으로 학생들이 대화하듯이 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 2006년 원격교육을 목적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2011년 일반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스탠포드대학의 인공지능 관련 MOOC 강좌를 계기로 이런 움직임은 점점 더 확대되어 가고 있다.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로 일하던 Salman Khan은 2003년부터 Yahoo doodle 노트 패드를 이용해 사촌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가 그 강의 내용을 유투브에 올려 뜨거운 호응을 얻자 아예 여기에 전념하여 2006년에 무료 온라인 교육 사이트 khanacademy.org를 설립했다. 이 싸이트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2015년에는 SAT의 공식 학습 사이트로 선정되었고, 2018년 기준 총 14억 번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칸 아카데미가 MOOC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립자 칸(Khan)은 이를 MOOC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다른 MOOC들은 기존의 학교나 학원 과정과 유사하게 숙제, 수료 인증 등을 제공하는 반면 칸 아카데미는 주로 초중고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Stanford MOOC
2011년 스탠포드대는 인공지능 산학협동의 선두주자였던 앤드류 엥(Andrew Ng), 세바스찬 쓰룬(Sebastian Thrun) 등이 강의한 인공지능과 데이터베이스 관련 온라인 강좌 세 과정을 일반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이 과정은 폭발적 인기를 얻어 각 과정에 10만명 이상이 등록했고, 최고 강사들에 의한 무료 MOOC의 시작이었다. 이를 계기로 앤드류 엥은 코세라를, 세바스찬 쓰룬은 유대시티를 창립하였다.
코세라(Coursera)
코세라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유명한 앤드류 엥(Andrew Ng)과 대프니 콜러(Daphne Koller)가 스탠포드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2012년에 설립한 대학생과 성인 대상의 MOOC 플랫폼 사이트이다. 설립 후 스탠포드 외에 프린스턴대, 미시간대, 펜실베니아대 등 여러 대학들이 강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공학, 인문학, 의학, 생물학, 사회과학, 수학, 경영, 경제, 컴퓨터 과학, 디지털 마케팅 등 2천 4백여 개의 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등록된 사용자 수는 3천 3백만명이 넘는다.
유대시티(Udacity)
유대시키는 2011년 스탠포드대에서 앤드류 엥 등과 함께 온라인 강좌를 강의했던 세바스챤 쓰룬(Sebastian Thrun)과 다른 2명이 설립한 MOOC 플랫폼 사이트이다. 쓰룬은 이전 자율주행 자동차편에 소개되었던 미 국방고등연구소 주관 자율주행 자동차 경주대회 Grand Challenge에 스탠포드대 팀의 인공지능 전문가로 참여하기도 했었다. 2018년 기준 등록된 사용자 수는 1백 60만명이다.
edX
MIT와 하버드도 뒤질세라 합작으로 설립한 edX는 코세라와 비슷한 MOOC 플랫폼 사이트로 70여개 대학이 다양한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2017년 12월 기준 1천 4백만명의 등록된 사용자와 1천 8백여개의 과정을 갖고 있다.
Udemy
2007년 터키에 살던 에린 발리(Eren Bali)가 가상교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그 가능성을 보고 미국 실리콘 밸리로 와 가간 비아니(Gagan Biyani) 등과 함께 창업한 강사-학생을 위한 MOOC 플랫폼 사이트이다. 현재 8만 여개의 과정을 갖고 있다. Coursera, edX처럼 학점을 주지는 않지만, 프로그래머와 같은 전문직 종사들이 직장을 구하거나 승진을 위해서 많이 사용한다.
Codeacademy
2011년에 창립된 비영리 무료 프로그래밍 학습 사이트로 12개의 프로그래밍 언어 과정을 갖고 있다. 수천만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으며 확대 일로에 있다.
온라인 교육의 보완점
교육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적인 요소가 아주 많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은 분야이다. 그중에서 우선 당면한 2가지만 짚어보자.
온라인 교육은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을 빼앗아가는 여러 가지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이 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굳은 마음가짐과 절제된 환경이 요구된다.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컴퓨터 카메라로부터 오는 학생의 얼굴 표정 변화와 마이크로부터 오는 학생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학생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계속 관찰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온라인 과정 이수 인증을 발급할 때 본인 인증 문제이다. 특히 대학의 온라인 과정은 본인 인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중의 하나는 과정 통과 시험을 오프라인 교실에서 치르는 것인데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공간이 온라인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학생이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 중에 컴퓨터 카메라와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본인 인증을 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공지능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 교사를 점점 대체하고 있는 추세이며, 초중고의 경우 학생들의 개인 보조교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항공, 콜센터 및 온라인 도우미, 텔레마케터, 장난감과 게임 등 기타 영역에서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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