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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칼럼] 10. 예술 창작 영역에서의 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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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칼럼] 10. 예술 창작 영역에서의 자동화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로봇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해오던 많은 직업과 직무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간만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창의성’을 대표하는 예술 분야가 미래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의 능력의 한계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으며, 바야흐로 인공지능 예술가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자 최후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온 예술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의 활약을 살펴보자.

문학
2014년 5월 베이징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중국, 미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에 1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갖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시아오체(微软小冰, XiaoIce – ‘마이크로소프트의 작은 얼음’이라는 뜻, 2018년 7월에 버전 6 출시)는 인공지능으로서는 최초로 ‘창가에서 잃어버린 햇살’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2017년에 출판했다.

한편 시아오체는 시를 지을 뿐만 아니라 노래도 부르고, 아이들에게 동화도 읽어준다.

일본의 니케이 호시 시니치 문학상은 인간이 아닌 AI작가들의 참여를 허가했다. 2016년 출품작 1,450개 중 11개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쓰여졌고, 이 중 한 작품이 첫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과학자 Ross Goodwin이 만든 영화의 대본을 쓴 AI작가 Benjamin은 2016에 짧은 공상과학 영화 <Sunspring>의 대본을 썼다.

인공지능이 풍경 사진을 보고 반 고흐 그림 스타일로 그려낸 작품 © The Washington Post

미술
컴퓨터는 점점 더 창의적인 미술 작품을 점점 더 많이 만들고 있다. 한 예로 인공지능 ‘화가’에게 이미 존재하는 작품들의 스타일과 그리고 싶은 대상을 주면 주어진 스타일에 따라 대상을 순식간에 그려낸다. 위의 사진을 보라. DeepArt.io 사이트에 왼쪽의 실사 사진 A를 주고 반 고흐 스타일(중간에 있는 작은 그림 – ‘별이 빛나는 밤’)에 따라 그리라고 버튼을 누르면 오른쪽 C 그림을 그려낸다.

저화질 출력은 무료이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DeepArt.io에 접속해 직접 체험해 보시기 바란다.

화가 피카소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대가로 엄청난 돈을 요구했는데 그리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귀부인이 이에 대해 불평을 하자 피가소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부인, 부인의 이 초상화를 그리기까지 저는 40년을 노력했습니다.”

천재적 재능과 피나는 노력으로 이룩한 예술가의 작품과 순식간에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의 작품을 구분할 안목이 없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예술 작품에 대한 미적 기준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음악
음악은 크게 작곡과 연주,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두 분야 모두 창작물이므로 저작권이 부여된다.

1. 인간이 작곡, 컴퓨터가 연주
음악에서 컴퓨터 사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먼저 컴퓨터는 인간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발명의 초기인 1950년에 이미 호주의 CSIRAC 컴퓨터가 처음으로 잘 알려진 멜로디를 연주했다. 물론 전혀 아름답지 않은 기계음이었지만 누구나 금방 멜로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듬해인 1951년에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삽입되어 우리에게도 친숙한 ‘보기 대령의 행진’을 컴퓨터가 연주했다. 같은 해 영국에서도 Ferranti Mark I 컴퓨터가 영국 국가를 연주했다.

단조로웠던 컴퓨터 음악은 점점 발전하여 지금은 실제 악기에 버금가는 섬세한 음색을 낼 수 있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악기를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Realtime Music Solutions의 Sinfonia는 몇 명의 연주자밖에 확보할 수 없는 음악 프로듀서가 완전한 밴드, 완전한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2. 컴퓨터가 작곡, 인간이 연주
작곡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알고리듬을 이용한 작곡에 전념해온 David Cope 교수가 만든 EMI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잘 알려져 있다. EMI를 대화방식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 Emily Howell은 2009년에 From Darkness, Light, 2012년에는 Breathless라는 음반도 출간했다.

2017년 뉴욕타임즈가 인기 음악사이트 Spotify를 둘러싸고 AI가 작곡의 일부를 담당한 음악들에 대해 보도했다. 총 5억 번 이상을 기록한 Spotify의 플레이 리스트 음악들이 ‘깊은 잠’, ‘평화로운 피아노’ 같은 수상한 작곡가 이름을 달고 있었다. 뉴욕타임즈의 취재 결과, 이는 무명의 작곡가들이 AI와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음악들이었다. 예를 들면, AI가 생성한 멜로디, 악기별 마디, 악절 등을 인간이 가장 듣기 좋게 재구성하는 식이었다.

Taryn Southern이라는 유투브가수는 자신의 앨범 <I AM AI>에 그녀가 사용한 Amper Music 프로그램을 공동 작곡가로 명시했다. 그러나 Google의 Magenta 작곡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많은 이들처럼 그들이 사용한 도구에 대해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Amper Music은 작곡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주 쉽게 음악을 생성할 수 있게 해준다. 관심있는 독자들은 www.ampermusic.com에 접속해서 직접 해보시기 바란다.

Melodrive Inc는 AI를 이용해 비디오 게임 개발자들이 공짜로 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초창기여서 품질이 좋지는 않지만, 컴퓨터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예산이 부족한 개인 게임 개발자들을 타겟으로 비디오게임 음악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3. 컴퓨터가 작곡, 컴퓨터가 연주
Georgia Tech이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한 로봇 Shimon은 인공지능 기술 Deep Learning을 이용하여 수많은 음악을 학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리지널 음악을 작곡하고, 자신의 곡을 4개의 손을 이용해 마림바로 연주한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 않아 컴퓨터가 오케스트라나 밴드 음악을 통째로 작곡해서 연주하는 완전한 AI 뮤지션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하자면, 음악 시장은 예술 음악과 기능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빌보드 차트 상위를 점령하는 팝송과 같이 음악 자체가 핵심 상품인 예술 음악 분야에서는 인간의 단독 작업에서 서서히 인간과 AI의 협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음악이 보조 상품 역할을 담당하는 기능 음악 분야에서는 인간과 AI의 협업 혹은 AI 단독 작업으로 진행되는 추세이다.

영상 (motion picture)
영화에서의 컴퓨터 사용은 CGI로 널리 알려져 있고 이미 대세가 되었다. Pixar와 Dreamworks 등에서 만드는 완전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Spiderman과 같은 마블 영화들도 컴퓨터 생성 영상과 실사 영상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놀라운 장면을 보여준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나 ‘판타지아’와 같이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만화 영화들은 1초에 10장에서 20장 남짓의 그림을 그려야 했지만 컴퓨터 기술의 도입으로 중간의 이미지들은 컴퓨터가 담당하게 되어 사람이 직접 그려야 되는 부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는 컴퓨터가 사람이 그린 그림이나 카메라로 여러 각도에서 찍은 실물을 3차원 영상으로 바꾸게 되었고, 자세한 부분까지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영화에 사용되는 컴퓨터와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이를 응용한 마케팅과 광고도 나란히 발전하고 있다. 영화회사들은 새 영화를 만든 후 그 영화를 광고하기 위해 보통 수 주일이 걸려서 예고편(trailer)을 만든다. 그런데 2016년 20세기 폭스에서 만든 공상과학 공포영화 Morgan의 예고편은 IBM의 인공지능 WATSON을 이용해 불과 24시간만에 만들어냈다.

한편 IBM의 WATSON은 스포츠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추출해 내는 작업에도 사용되고 있다. 2016년 광고 대행사 McCann Erickson Japan은 AI-CD ß라고 불리는 AI창작 감독을 도입했다. 이 AI-CD ß는 역사상 첫 인공지능 광고 제작 감독으로, 지난 수십년 간의 라디오와 텔레비젼 쇼 프로그램을 입력하여 훈련시켰다.

McCann Erickson Japan의 마추자카는 이 AI 감독을 2017년 영국의 광고 컨퍼런스 ISBA에 출품하여 인간 광고 제작 감독인 마추루 쿠라모토와 대결시켰다. 결과는 관중의 54% 지지를 얻은 인간 감독의 승리였지만 선호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저작권 문제
앞에서 설명한 음악 창작 분야에서 보았듯, 도구로 쓰인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음악 분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저작권 분쟁도 예상되고 있다.

예술 작품과 저작권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예술은 한마디로 글, 미술, 음악, 영상, 또는 행위로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다. 인류는 3~4만년 전부터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해왔다.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저작권법이 탄생했고, 예술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표현물은 생성과 동시에 그 창조자에게 저작권(copyright)이 부여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그 작품을 이용하려면 원칙적으로 그 창조자에게 승인을 얻어야 한다. 특히 그 작품을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이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1. 저작권 시효가 만료되어 공공지적 재산이 되었다.
2.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인수하거나, 저작권자와 사용자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
3. 예술가를 고용해서 직접 작품을 제작한다.
이 저작권 문제가 인공지능 예술가를 고용해 여러 가지 예술 결과물을 생성하게 하는 주요한 상업적 동기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 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은 주로 인간과 AI의 협업형태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인공지능 컴퓨터가 실제로 ‘창작’을 하기는 하지만 그 창작의 성질은 엄밀히 말하자면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모작’이다.

그런데 내용적으로 보자면 모작이지만 법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엄연히 하나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법적, 경제적으로 독립된 주체가 아니므로 저작권을 소유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인공지능 컴퓨터가 생성한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컴퓨터의 소유자에게? 아니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에게? 또는 인공지능에게 제공된 정보들을 만든 제3자에게? 이것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점점 더 많은 업무를 주체적으로 수행하면서 인류가 직면하게 될 수많은 질문 중 하나이며, 현대 사회가 법률가들과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이번호에서는 예술 분야에서의 자동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교육 분야에서의 자동화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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