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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칼럼] 19.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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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칼럼] 19.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 2편
유문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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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배움과 교육에 대해 계속 살펴보도록 하자.

탄탄한 정서적 기반
빠른 변화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사람이 일정한 틀과 제도에 의존해 살아가다가 그 틀과 제도가 갑자기 무너지거나 심하게 변형될 때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인문적 소양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문적 소양을 기르는 일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핵폭탄,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과 같은 재앙도 불러왔다. 따라서 인류의 발전을 과학기술에만 의존한다면 인류는 늘 번영과 파멸 사이에서 불안한 시소게임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을 과학기술보다 더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인문교육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힘을 조율할 수 있는 인문적 소양이 더욱 중요해진다.

문제를 인식하고 제기하는 능력
인간의 역사는 문제를 던지고 해결해 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원시 부족시대부터 왜 질병이 생기는지, 왜 자연재해가 발생하는지 혹은 천체의 움직임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당시 부족한 지식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신’이었다. 문명이 싹트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발견으로 얻은 답이 점차 신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류에게는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고, 그 문제들을 계속 해결하며 현대에 이른 지금은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일자리’이다. 이런 문제들은 해결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제기하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와 같은 스마트폰을 생각하지 못하고 이전의 피쳐폰의 문제점을 그저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을 때 그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해결가능성을 보았으며 스스로 해결했다. 그 후 애플이 iPad를 만들거나 다른 제품 개발할 때 스티브 잡스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다. iPad가 왜 필요한지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같지가 않다. 때로는 기존의 영역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제기하고 해결하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기도 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이자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 그런 예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교육은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풀이식 교육보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인식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제기하는 훈련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배움의 원천의 변화
산업화 시대에 배움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교사들도 변화를 따라가기 바쁘다. 끊임없이 배우고 업데이트하지 않는 한, 그들이 가진 지식은 금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이 많은 사람이 더 지혜롭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 열리고 있고, 아이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훨씬 더 빨리 습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이제 교사나 부모에게 묻는 대신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묻게 되었다.
지난 블록체인 편에서 잠깐 소개했던 비탈릭 부터린(Vitalik Buterin)은 19세때 블록체인 기술 2세대를 구축했고 현재 20대 중반의 나이에 그의 회사 Ethereum 및 블록체인 기술을 이끌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수학, 컴퓨터, 경제, 사회, 정치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종합지식세트다.
과거에도 종종 어린 나이에 큰 업적을 남긴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수학이나 과학, 음악 등 특정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고 다 빈치처럼 다방면을 마스터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적으로 충분한 역량이 있어도 다양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인터넷 시대에는 웬만한 정보는 구글이 단 수 초만에 찾아준다. 부터린은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를 지혜롭게 활용하여 이 모든 분야에 충분한 지식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옥석을 가리는 능력
불과 한 세대 전인 30년 전만 해도 정보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잣집에 있는 백과사전 전집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영국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갖고 있다고 한들, 그런 정보는 인터넷에서 간단히 찾아볼 수 있고, 또 비교적 최신 정보나 지엽적인 정보는 백과사전에 들어 있지도 않다.
예를 들어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수학자 이임학에 대해 알아본다고 하자. 그에 관한 정보는 영국의 백과사전엔 실려 있지 않아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이리저리 찾아봐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중팔구는 그에 관한 책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여러 대학 수학과에 문의해 보아야 하고, 만약 운이 좋다면 그 천재 수학자에 관한 정보를 조금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에 몇 주나 몇 달이 걸려서 얻었을 정보를 단 몇 초만에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은 이미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데, 아직도 학교에서는 더 많은 지식을 주입시키고 있다. 지금은 더 이상 정보가 귀한 시대가 아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능력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이다.
인터넷에 유용한 정보들이 많은 반면, 진실을 호도하거나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사상을 팔려는 달콤한 정보들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정보당국이 검열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이익집단들이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거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많은 정보들을 양산하고 있다.

거짓정보의 최면
아이들에게 진짜정보와 거짓정보, 더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를 가려내 더 중요한 진짜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또한 세뇌와 마인드 해킹이 무제한 허용된 세상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필자는 대학입학 전까지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역사적 사실도 단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에서 선배들이 추천해준 책을 읽으며 받은 충격, 내 정신세계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던 충격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베트남 전쟁에 대해 사악한 베트콩을 무찌르기 위해 우리나라 국군 장병들이 용감하게 월남을 도우러 갔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영희 선생의『전환시대의 논리』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미국이 월남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꼭두각시 정권인 딘디엠 정권을 세우자, 월맹이 베트남의 독립을 방해하는 미국과 싸워 승리한 처절한 전쟁이 베트남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그후 베트남 전쟁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면서 이영희 선생의 주장이 옳았음을 점점 더 확인하게 되었다. 이 경험 하나만으로도 필자의 정신세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에 충분했고, 세상의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교과서에 베트남 전쟁이 그렇게 왜곡되었다면 다른 내용들은? 누가 왜 그렇게 왜곡했을까? 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고초를 당할까?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6.25 전쟁은? 다른 전쟁은?
독재정권 아래에서 대학을 다녔던 많은 학생들이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거짓정보의 최면에서 깨어나는 것이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첫 걸음이었다. 그후 점진적으로 확대된 정치적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누리면서 한동안은 그 거짓정보들의 최면에서 깨어났기 때문에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열린 사회에 와서 보니 그 최면은 수많은 최면 중의 하나였을 뿐이란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멋진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담배 광고, 근육질의 운동선수가 땀을 닦으며 마시는 설탕물 음료 등 우리는 수 많은 거짓정보의 최면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훨씬 더 많은 거짓과 왜곡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디지털 시대 배움의 부재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배움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을 습득하기 전 수 많은 아이들이 백해무익한 컨텐츠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온라인 세계에만 빠져 실제 경험은 턱없이 부족한 배움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온라인상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도록 균형을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마인드 해킹에 대비하기
지금까지는 왜곡된 정보들이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배포되었다면, 인공지능과 바이오텍이 더욱 발달하는 가까운 미래에는 온라인상에 남겨진 우리의 개인정보와 취향, DNA 같은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특정한 개인을 타겟으로 한 마인드 해킹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마인드 해킹의 초기 형태를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여러 웹페이지 광고 등을 통해 이미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 거의 24시간 접속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인공지능에게 조종당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한국 교육의 현주소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 교육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앨빈 토플러는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양성이 요구되는 미래에 SKY를 정점으로 한 획일화된 성취 경로는 한국의 교육개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실제로 한국인의 평균 IQ는 유대인의 평균 IQ 못지 않게 높고, 인구는 서너 배 많으며, 국민소득은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보면 2017년 기준 203명 대 1명으로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TV 드라마 ‘SKY 캐슬’에서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부모들이 온갖 창의성을 발휘해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하고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들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 이 빗나간 교육열과 후진적인 교육시스템은 지난 세기에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긍정적인 역할도 해왔지만, 자동화의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 최악의 시스템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런 변화를 주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변화에 나와 내 자식들, 그리고 내 공동체가 변화의 방향을 읽고 적응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 좀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서는 4차혁명의 중추기술을 관통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살펴보며 이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