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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칼럼] 19.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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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칼럼] 19.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 1편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mail protected]

그동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우리 사회 여러 분야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과거 농업중심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와 동네 어른들의 가르침에 따라 성장해서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 산업사회에 들어와서는 학교에서 배우고 사회에 나가 직장을 얻은 후 그 직장에서 오래 근무했다. 그래서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정보화사회를 거치면서 평생직장은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평생직업조차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 때문에 이 시대에 남은 거의 유일한 평생직장인 공무원이 한국에서 매우 인기가 있고, 심지어 공무원 시험 합격하기가 하버드대 합격하기보다 어렵다는 LA Times의 보도는 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불안의 그림자를 실감케 한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미래의 배움과 교육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류 진화부터 얻는 교훈
오늘날 시대의 변화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까운 과거가 아닌 인류 진화의 역사 전체를 되짚어보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호랑이나 사자가 가진 강력한 앞발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갖추지 못했고,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사람의 앞발(손)은 도구를 만들거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등 아주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입도 먹는 일 외에 말을 하고 관악기를 부는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었다. 나아가 인간의 뇌는 아주 광범위하고 자유자재한 능력을 발전시켜왔다.
이렇게 지능과 적응력이 뛰어난 인간은 나중에 호랑이와 사자의 앞발이나 송곳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총과 무기를 발명해냈고, 독수리보다 훨씬 더 강하고 빠른 비행기를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인간에게 어려운 여러 가지 수학 계산을 컴퓨터를 발명해 해치우고, 그 컴퓨터를 더욱 발달시키고 범용화하여 수많은 전문 분야에 인간보다 더 특화된 인공지능을 투입시키고 있다.
특히 인간들 중에서도 고도로 훈련된 두뇌를 가진 바둑의 고수들이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제 우리의 교육은 더 강한 앞발과 송곳니를 만드는 대신 창의성, 유연성, 적응력, 그리고 다른 인간들 및 인공지능과 잘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강의식/주입식 교육의 종말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 보면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간의 뇌에 각종 데이터를 다운받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네오는 무술 대련에 앞서 각종 무예 데이터를 다운받아 놀라운 무술 실력을 갖춘다. 여주인공 트리니티는 원격으로 헬기 조종술을 다운받아 실재 세계에서 헬기를 조종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기술고문으로 잘 알려진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30년대에는 인간의 뇌가 클라우드에 연결되어 1초만에 1만개 데이터를 처리하고, 우리의 생각과 기억을 백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예견대로라면 지금부터 20년 후의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13년간의 교과 내용을 단 몇 분만에 뇌로 직접 다운로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교실에 앉아 주입식, 강의식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학교와 교실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 ‘뉴럴 링크(Neural Link)’의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뉴럴 링크는 초소형 인공지능 칩(AI Chip)을 인간의 뇌 겉부분인 대뇌피질에 이식하여 실제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다.
페이스북 또한 “뇌파만을 사용해 1분에 단어 100개를 입력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의 벤처기업 뉴로는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 대신 뇌파 데이터를 앱이나 장치에서 간단하게 명령으로 바꾸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술이 얼마나 빨리, 안전하게 상용화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이르지만, 지금부터 우리는 미래 교육의 목적과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또한 미래 사회의 아이들이 갖춰야 할 주요 능력들은 수동적인 강의식, 주입식 교육으로는 더 이상 획득할 수 없다. 교육의 무대에 학생들이 올라가 교육자의 안내를 받으며 직접 경험하고 배워 나가야 할 능력들이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조력자이고, 조력자는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온라인 코스, 그리고 인터넷 세상에 넘쳐나는 무한한 정보들까지 확장된다.

창의성을 길러주는 환경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시대에 대비하는 교육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창의성’이다. 그동안 창의성이 필요 없는 많은 일자리들이 자동화되면서 인간의 창의성은 점점 더 중요한 특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창의성은 다른 능력들과 달리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창의성을 가르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아이들 각자의 창의성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협력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전세계 인구의 단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0%를 넘게 차지하는 현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대인 노벨상 수상자들 대부분은 이스라엘 시민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유대인 가정과 학교가 특별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자들은 유대인들이 2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각지에서 박해받고살면서도 그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켜온 정신적 유산이 유대인 아이들의 창의성을 고취시켰을 것이라고 믿는다. 유대인 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조성하며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준다고 한다.

적응력을 기르는 교육
미래 사회의 일자리를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예술 등 인류 사회의 모든 구조와 우리 삶을 떠받치고 있는 모든 기초 개념들까지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유효하지 않고, 평생직업의 개념조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 눈치 빠른 마부들이 말 대신 당시에는 새로운 개념이었던 자동차 산업으로 재빨리 옮겨간 것처럼, 지금 우리 역시 더 이상 필요 없는 지식과 기술을 빨리 버리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3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일찌감치 예견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그의 부인 하이디는 1970년에 발간된 『미래의 충격 』에서 21세기의 문맹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을 지칭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예언은 우리 시대에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배우는 사람
20세기의 주입식 교육은 학생에게 별다른 능동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강의를 듣고 기억했다가 질문에 답하면 되고, 사회에 나가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21세기에 그런 직업들은 거의 자동화되기 때문에 주입식 교육의 유통기한은 이미 끝났다. 변화가 상수가 된 시대에는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필요한 기술을 그때그때 습득하며 변화에 잘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주기 위해 어릴 때는 누가 일일이 가르치거나 질문을 해서 변화를 따라가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0세를 넘어 120세 인생을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의 아이들을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돌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제 스스로 배우려는 주체성과 능동성이 없는 배움은 그다지 쓸모가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아이들은 어떤 분야를 선택하고 코스를 정해 100% 스스로 배우는 능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계속 배우는 능력이다. 물론 이것은 다음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현재 우리 기성세대에게도 요구되는 능력이다. 100세 시대에 남은 반평생을 화석처럼 살지 않으려면 나이 50에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강한 욕구와 의지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은 내적 동기, 바로 욕구와 의지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첫번째 생일을 전후해 걷기 시작한다. 아기들이 큰 머리를 가누며 두 발로 걷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다. 그런데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아기들이 이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 어린 아기들이 이 위험한 도전을 기꺼이 수행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은 내적 욕구와 반복적인 학습이다.
그런데 걷기를 시작한 뒤로는 아이들마다 내적 욕구의 강도에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욕구가 강한 아이들은 기르기는 힘들지만 교육과 이성으로 욕구를 잘 다스리면 강한 의지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강한 내적 욕구를 길러줄까? 어려운 질문이다. 필자는 갓난 아기 때부터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면, 세상이 오만 가지 재미있는 것으로 가득차 있다는 인식이 자라면서 내적 욕구도 자랄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아기들이 어릴 때부터 비디오 화면에 빠져 간접적이고 제한된 경험만 하게 되면 실제적이고 긍정적인 세상 경험의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유연함, 통합적 사고력, 소통과 협력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틀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억압에 얽매지 않는 유연한 사고와 행동 능력, 복잡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최상의 조합과 적용을 찾아내는 통합능력이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된다.
인간의 삶은 점점 전문화되어 한 분야로 깊이 들어감과 동시에 다른 전문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렇게 해서 컴퓨터와 인터넷이 탄생했고 인공지능의 발전을 불러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아주 좁게 전문화된 분야는 잘 정의되고 정형화되어 있어 자동화가 용이했기 때문에 인간이 밀려나게 되었다.
이에 반해, 전문화와 거리가 먼 원시 수렵채취 시대에 살아남을 로봇의 출현은 아직 까마득한 일이다. 이는 아직 잘 정의되어 있지 않은 영역의 개척이 인간이 앞으로 주로 하게 될 일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앞으로 한동안은 잘 정의되지 않은 영역의 일을 인간이 담당하여 잘 정형화시키면 이를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수받고, 인간은 또 다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방식의 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런 인공지능과의 협업은 초연결 사회에서 일어나며, 사람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의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된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