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초보, 미국 생활 초보인 Mai의 눈에 비친 미국 생활 이야기, ‘Mai의 미국 생활 다이어리’를 시작합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독자 여러분이 경험했던 기대와 불안, 그리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배워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공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ai/[email protected]
새로운 시작
드디어 미국으로 출발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국행을 준비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지금 나는 커다란 트렁크를 펼쳐 놓고 미국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있습니다. 당장 입어야 할 옷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품들, 아플 때를 대비한 비상약 등을 하나하나 챙겨 넣으며 긴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은 저의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한 해였습니다. 오래 몸담은 직장을 휴직하고, 학위를 받고,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을 과감하게 퇴직하고, 그리고 적지 않은 나이에 혼자 미국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온 모든 경력을 버리고 새로운 곳을 선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과감하게 이전의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벅찬 설렘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로 언젠가부터 잊고 살았던 두근거림과 가슴이 벅차 오르는 기분을 느낍니다.
새로운 두려움
오늘 새벽에 문득 우렁차게 쏟아지는 장마비 소리를 들으며, ‘아, 이제 정말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짐을 챙기고 지인들과 짧은 작별의 인사를 나누면서도 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머리로만 이해될 뿐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정말 떠난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으니,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혼자 산다는 것, 낯설고 새로운 사람들,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언어, 한국과는 다른 문화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턴으로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이 상황이 상상되기도 하고, 혼자 아파서 고생하는 상황이 떠오르며 온몸이 경직되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아직 늦지 않았으니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한국에 그냥 남아버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미국행을 준비하며 가슴 뛰는 설렘과 장미빛 희망을 노래했을 뿐, 내 안에 있던 두려움의 실체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다 큰 성인이, 아니 이미 중년이 된 나이에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해 겁이 난다고 말하기가 창피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중요한 일을 놓고 쉽게 마음을 바꾸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치 씩씩한 여전사처럼 새로운 환경과 도전에 용감하게 맞서 모든 역경을 헤쳐나가고, 앞으로 내가 맞닥뜨릴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스스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미국에서의 삶을 준비하며 이제는 제 안에 있는 두려움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두려움을 인정한다는 것이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희망찬 설렘과, 아직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내 안에 공존하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삶의 순간순간에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징징거려보고, 행복한 순간에는 마음껏 행복하다고 말하려 합니다. ‘매 순간 열린마음으로 배우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응원하겠다’ 이것이 새로운 미국 생활을 준비하는 저의 다짐입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짐 체크리스트를 다시 한 번 살펴봅니다. 여권은 잘 챙겼는지, 비자 관련 서류는 잘 넣어두었는지 확인합니다. 좋아하는 책과 소중한 가족사진도 잊지 않도록 다시 확인합니다.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다 똑같지, 뭐!” 이렇게 크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트렁크를 힘차게 닫습니다.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이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