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생일파티
우리집의 작은 아기 제제의 다섯 번째 생일이 돌아왔습니다. 작은 아기라고 하기에는 이제 너무 커버렸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포에버 베이비니까요. 아기때 꼬물꼬물하던 발이 어느새 자라 제 손바닥만하지만, 저는 아직도 아이 발냄새를 킁킁 맡고, 뽀뽀를 하곤 해요. 몇 년이 더 지나야 이 귀여운 발이 징그럽다며 내팽개치게 될까요? ㅎㅎ
지난 4월에 새 집으로 이사온 후, 와플이와 제제는 너무나 잘 맞는 동네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답니다. 이웃집 아이들인데 나이도 와플이 제제와 동갑이라 나중에 개학하면 학교도 같이 다닐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너무 똑같아서(포켓몬, 요괴워치 덕후, 닌텐도 덕후) 서로 잘 어울려 놀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제제가 자기 생일이 언제냐고 묻더니, 자기 생일날 옆집 친구들을 초대했다는 거예요.
‘아… 아들아?!?!?! 댄스에는 퍼미션이 필요 없지만, 네 생일파티에는 이 어미의 퍼미션이 필요하단다!!!’
그러나 제제가 이미 초대를 했고, 그 아이들도 생일파티에 온다고 신나 했다고 하니… 이미 엎질러진 물. 옆집 엄마에게 제제의 생일파티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고 정식으로 초대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파티 준비
어차피 1년에 두 번 아이들 생일에 가동되는 엘리네 케이크 공장. 초대한 친구들 포크 두 개만 더 얹으면 되는 거니까……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려고 했지만, 제제의 생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부담감. 왜냐하면 제제가 슈퍼 마리오 테마로 생일파티를 해달라는 특별 요청을 해왔거든요.
가족끼리 하는 조촐한 파티라면 케이크 놓고 촛불 불면 끝이지만, 친구를 초대했다는 것은… 제가 파티 플래너가 되어 아이들을 즐겁게 해줄 액티비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제일 쉬운 건 작년에 사둔 뒷마당 워터 슬라이드에 바람 넣어 놀게 해주는 것인데, 문제는 새 집으로 이사한 후 뒷마당에 아직 잔디를 안 깔아서 뒷마당은 이용불가!
부랴부랴 아이디어를 짜내서 슈퍼 마리오 빙고게임을 준비하고, 슈퍼 마리오 파티 비디오 게임을 다 같이 할 수 있도록 게임 CD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생일파티에 빠질 수 없는 ‘피냐타(Piñata)’도 준비해야 했는데, 제가 찾는 슈퍼 마리오 별 캐릭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또 신문지 찢어 풀죽에 개어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반짝! 잔머리를 좀 굴렸답니다. 그냥 별모양 피냐타를 사서 겉부분만 슈퍼스타 캐릭터로 바꿔주기로 한 거죠.^^
그리고 친구들을 초대한 이상 빈 손으로 보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구디백도 준비했는데, 슈퍼 마리오 테마의 파티니까 슈퍼 마리오 옷 모양의 구디백을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당연히 케이크 공장도 함께 가동을 했지요. 이번엔 미리 케이크를 구워 놓아서 밤 새지 않아도 되겠다 했는데, 웬걸요~! 케이크 완성하느라 결국 또 밤 샜고요, 파티 시간까지 맞추느라 얼마나 똥줄이 탔는지… 게다가 이제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너무 피곤하고 힘들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슈가 케이크 반죽(폰던트)을 직접 만들었는데, 앞으로 와플이 생일부터는 시판용 반죽을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손가락도 너무 아프고, 생일파티 준비에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시판용 재료들을 적극 활용해야겠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느꼈답니다. ㅜ.ㅜ
쿠기 굽고 장식해야지, 컵 케이크 굽고 장식해야지,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시간에 쫓겨 정작 영상에 담고 싶었던 슈가 케이크 만드는 과정은 사진도 영상도 남길 시간이 없더라고요.
다행인 것은 올해는 미리미리 재료 체크하고 준비해 둬서 우리 제제 고객님께서 대만족하신 슈퍼 마리오 케이크가 완성되었다는 것! 케이크 장식하는 슈퍼 마리오 캐릭터들까지 직접 만들면 제 영혼까지 갈아 넣어야 될 것 같아서 캐릭터들은 아마존에서 내돈내산으로 해결했습니다.^^
밤 새워 만들었는데, 차린 게 이것밖에 없네요.ㅎㅎㅎ 아이들 점심으로는 피자를 주문하고, 이건 디저트로 먹을 거니까!!!
친구들 오기 전에 케이크 준비된 것 보고 너무 신나 하는 제제와 와플이를 보니, 이 맛에 제가 힘들어도 제 손으로 케이크를 만들게 돼요. 이렇게 예쁘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 보려고요.
즐거운 생일파티
초대한 친구들이 와서 일단 1부 행사로 슈퍼 마리오 빙고게임을 진행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빙고게임에서 초대된 손님이 이겨야 더 즐거운데… 주최자 비리 1도 없는 이 게임에서 그만 우리 아이들이 이겨버리는 바람에 초대 손님들의 실망한 기색으로 몹시 당황했어요. 얘… 얘들아…? 생일파티 5부 행사로 피냐타가 있잖아~ 이제 겨우 1부인걸?
그리고 이어서 드디어 생일축하 노래 부르고 촛불끄기를 하고 친구들과 단체로 기념사진도 한 컷 찍었습니다.
아이들이 파티 장식용 풍선을 가지고 얼마나 잼나게들 노는지… 그리고 드디어 어린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피냐타 터뜨리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볼수록 뿌듯한 짱구 잔머리 급속 회전시켜 만들어낸 슈퍼 마리오 별!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일념으로 아이들이 열~심히 별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러 댑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 했다고요~!!!
결국 후두두두둑 쏟아지는 사탕과 잡다구리 장난감들을 꺅~ 꺅~ 소리지르며 줍는 어린이들.^^ 준비할 땐 힘들었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잘했다 싶더라고요. 와플이는 2년 전에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파티를 해봤지만, 제제는 한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그게 부러웠었나봐요. 이번 생일이 너무 즐거웠다고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꼬마 손님들이 지금까지 해본 생일파티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는 특.급.칭.찬.을 해주셨습니다. ㅎㅎㅎ
저는 생일파티 끝나고 한 이틀 몸져 누웠답니다. 이제 나이가 중년이라… 케이크 작업 한 번 하고 났더니 다음날 허리 근육통과 손가락 마디마디가 퉁퉁 붓고 얼얼해지더라고요. ㅜ.ㅜ 조금 있으면 와플이 생일 다가오는데… 좀 두렵기까지 하네요. 그래도 생일 케이크는 꼭 엄마손으로!!! 이 전통을 아이들이 18살 될 때까지는 유지하려고요… (이러다가 손자 손녀 18살 될 때까지 케이크 만들고 있는 거 아녀!?!?!)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엘리네 미국 유아식> 저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