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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엄마가 직접 만든 할로윈 코스튬 – 슈퍼 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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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엄마가 직접 만든 할로윈 코스튬 – 슈퍼 와이

할로윈 코스튬
할로윈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우리 첫째 아들 와플이가 저에게 불가능할 것 같은 미션을 하나 주었거든요. 지난 번 자기 생일 케이크로 슈퍼 와이(Super Why) 케이크를 주문하더니, 이번 할로윈 코스튬도 슈퍼 와이의 ‘와이엇’ 캐릭터를 하겠대요, 글쎄!!!!!

마트에 널리고 널린 수많은 캐릭터의 코스튬을 마다하고, 왜! 왜! 마트에서 팔지도 않는 슈퍼 와이 코스튬이냐고!!! 슈퍼맨, 배트맨 좋잖아?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영웅캐릭터! 그런데, 뭐 본인이 싫다는데 어쩌나요.ㅠ.ㅠ 슈퍼 와이 코스튬을 정녕 구할 길은 없는 것인가?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파는 곳이 있긴 있었죠.

 

슈퍼 와이 코스튬 ©costummer.net

그런데 어린 애들 코스튬 가격이 보통 20~30불인데, 이놈의 슈퍼 와이 코스튬은 무슨 발렌티노 명품 브랜드를 달았나, 아니면 이탈리안 장인이 한땀 한땀 박음질을 했나. 가격이 무려 50불에서 120불!!!

내가 아무리 자식 사랑이 넘치기로서니, 할로윈날 2시간 입고 사탕 받으러 다니자고 50불을 쓸 수는 없지! 이런 오기가 발동한 거죠. 물론 땅이 꺼질 듯한 한숨과 부담 100배는 덤이구요.

2시간만 버틸 수 있게
일단 슈퍼 와이 캐릭터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하고, 비슷한 색깔의 천을 구입했습니다. 저는 미싱이 있어도 다른 기능은 사용할 줄 모르고 오직 직선박기만 할 줄 아는 여자거든요. 게다가 옷 같은 건 만들어 본 적도 없어요. 아, 약 25년 전 중학교 가정 시간에 인형 블라우스 만들기를 한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네요.

그래서 또 미친 듯이 인터넷을 검색해서 일단 바지 만드는 법, 티셔츠 만드는 법을 검색했더니 옷의 패턴이 있어야 된다네요. 패턴 따위 있을리가 없고, 무료 패턴이 있어도 집에 프린터가 고장나서 프린트도 못하니… 별 수 있나요? 잔꾀를 발휘했죠. 패턴이 없으면 집에 있는 옷을 패턴으로 대신하면 어찌어찌 되겄죠, 뭐. ‘완벽할 필요 없다. 몸에 걸치고 2시간만 버틸 내구성만 갖추면 된다.’ 이렇게 제 자신을 세뇌시키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오호~ 몸에 걸칠 수 있게 바지 형상이 갖춰지지 않았습니까? 브라보!!! 그런데 패턴 따위 모르는 여자가 이미 만들어진 옷을 덧대어 따라 그리고 오려서 만들다보니 허리 부분이 고무줄 때문에 원래 사이즈보다 줄어들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지 뭡니까! 실컷 다 만들었는데 허리 때문에 바지를 입어볼 수도 없는 불상사가…ㅠ.ㅠ 생길 뻔 하였으나, 잘 안 먹어서 또래보다 훨씬 마른 와플이의 몸이 이렇게 또 저를 살려주었습니다. 고…고맙다… 골반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는 하지만 허리까지 무사히 올라와주더라고요.

다음은 영웅 캐릭터의 필수품, 덧팬티! 바지 만들고 나니 덧팬티쯤이야~ 펠트지로 팬티에 맞춰 벨트를 만든 후, 벨트와 덧팬티가 따로 놀지 않도록 덧팬티와 함께 박아주었습니다. 대충 만들자 하면서도 자꾸 섬세해지려고 하는 이 어미의 마음!

이렇게 해서 하의 완성!!! 마스크도 만들어서 와플이 머리통 크기에 맞게 고무줄도 매어 주었습니다.

상의도 와플이 티셔츠를 올려 놓고 따라 오리고, 역시나 ‘완벽할 필요 없다. 대충해도 훌륭하다.’를 되뇌이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작업하려고 노력했어요.

다음은 티셔츠 위에 붙여줄 슈퍼 와이의 책 모양도 펠트지로 오려서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정 시간에 배운 지식으로
점점 모습을 갖추어 가는 상의. 몇 시간 입고 두 번 다시 입을 일이 없을 테니 시접 처리 깔끔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무조건 직선박기만 한 후 뒤집어 주었습니다.

소매 연결하는 부분은 정말 험난하고도 고된 작업이더군요. 일단 패턴이 없으니 정확한 패턴으로 그릴 수가 없어서 몸통 부분과 소매 부분을 딱 맞춰서 박음질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25년 전 가정 시간에 블라우스 퍼프 만들던 기억을 떠올려가며 패턴을 그렸습니다.

그때는, 옷은 사 입으면 되지 내가 블라우스 만들어 입을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걸 해서 점수를 매기나 했는데, 그때 배운 것을 자식 할로윈 코스튬 만드는 데 쓰게 될 줄이야!

거적대기 같이 걸쳐지기만 하면 된다고 수백 번 되뇌이며 작업했는데 왠지 목에 너덜너덜 올이 풀려 나오는 게 신경 쓰여서 25년 전 앞치마 만들기 할 때 바이어스 처리하는 방법을 떠올리며 마무으리~!

망토는 덧팬티 만들고 남은 파란 천 그냥 대충 주름 잡아서 박고 찍찍이만 붙여줘서 완성했는데… 뭔가풍성한 느낌이 없어서 다시 천 사와서 새로 만들까 지금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대충 만들자고 해놓고서도 원하는 그림대로 안 나오니 자꾸 욕심이 생기네요.

코스튬의 마지막은 아이 마스크. 좌우 대칭이 맞도록 미리 종이로 본을 떠서 가위로 자른 후, 그대로 따라 그리고 오렸습니다. 그리고 고무줄로 머리둘레 사이즈에 맞춰주면 끝~! 이렇게 해서 와플이의 코스툼은 완성이 됐습니다. 와플이의 엄마표 슈퍼 와이 코스튬 착용샷을 공개합니다. 짜잔~~~


작년까지만 해도 코스튬 안 입겠다고 오열을 하던 그 아이 맞나요? 올해는 자기가 직접 코스튬 제작 주문도 하고, 너무도 기꺼이 엄마표 코스튬을 입고 행복해 했습니다. 얼른 사탕 받으러 가자고 난리~

저도 기술도 없이 야매로 그냥 대충 만들어본 코스튬이었지만 아들이 이렇게 좋아하고, 막상 입혀보니 그럴 듯해서 뿌듯했어요. 맹모삼천지교라고, 아들을 위해서 세 번이나 이사를 한 맹자 엄마 마음이 이해가 되드만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더라구요. 할로윈 엄마표 코스튬 입고 사탕 받으러 돌아다닐 와플이 모습이 너무 기대됩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