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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집 팔기] 7. 집 감정 및 클로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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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집 팔기] 7. 집 감정 및 클로징

어프레이절 (집 감정)
집 구매 오퍼를 받고 가계약이 체결된 후 첫 번째 단계인 인스펙션 컨틴전시는 무난하게 통과되었고, 이어 두 번째가 론 컨틴전시 단계입니다.

구매자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경우, 대출 회사에서 집 감정사를 보내 그 집의 가격을 감정하는 어프레이절(Appraisal)이라는 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감정사는 주변 집들과의 가격비교, 인근 집의 최근 매매가, 집의 업그레이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집의 가격을 매기게 되는데, 이때 감정가가 집 판매가격보다 낮게 나오면 구매자는 집 가격을 더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조율이 안 되면 계약이 파기될 수 있습니다.

집 감정가가 낮게 나왔다 하더라도 매물이 부족하고, 주택 경기가 핫한 지역에서는 판매자가 집 가격을 내려주지 않기 때문에 구매자는 만약 그 집이 마음에 들면 감정가보다 더 높게 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집의 경우 마켓에 집을 내놓은지 24시간만에 가계약이 체결되었는데, 이 감정 단계에서 아주 쓴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희 앞집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앞집은 저희집과 구조가 똑같은 집인데, 저희보다 2주 앞서 집을 마켓에 내놓았습니다. 리스팅 가격은 저희보다 1만불(약1,180만원) 더 높게 올라왔지만, 100% 현금으로 매매하는 조건으로 집을 너무 싸게 팔아버린 겁니다.

그 이웃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옆 동네에 새 집을 지어 이사를 갈 예정이라 집을 한시라도 빨리 팔아야 했고, 또 구매자가 전액 현금으로 구매하는 조건이라 집 감정 단계도 없이 클로징까지 일사천리로 끝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집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집을 급하게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저희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될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집의 판매가격을 주시하고 있었고, 저희집 감정 날짜가 잡혔을 때 앞집 매매가와 비슷하게 나올 것 같아 좀 불안했습니다.

감정가를 받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앞집 매매가가 기준이 되어 그집 판매가보다 500불 더 낮게 책정되었고, 계약한 가격보다는 무려 13,500불이나 적게 나와버린 겁니다. 거기다가 저희는 구매자의 클로징 비용까지 현금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그 금액까지 합하면 20,000불(약 2,300만원)이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었습니다. ㅠ.ㅠ 열심히 스테이징한 노력이 전부 도.루.묵…

물론, 집 감정가가 낮게 나왔다고 해도 저희가 그 가격에 안 팔겠다고 하고, 구매자가 원래 계약한 금액대로 계약을 진행하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죠? 그런데 저희 구매자는 군인 주택 대출(VA론)로 집을 사는 사람들이라 100% 대출금만으로 집을 구매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대출금이 감정가 금액밖에 안 나오거든요. 그러니 이 사람들이 돈을 더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 상황인 거죠.

그렇다면 이 계약을 깨는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계약이 깨지면 저희는 다시 집을 마켓에 올리고 쇼잉을 하는 단계를 반복해야 하고, 이미 짐을 다 빼버려서 사진과는 전혀 다른 텅빈 집이라 쇼잉을 해봐야 구매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가 없는 상황이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 계약을 끌고 갈 수밖에 없는 고구마 백만 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ㅠ.ㅠ

이것이 노다운페이 VA론 구매자의 최대 단점이라, VA론 구매자의 오퍼는 신중하게 받아야 한다고들 했는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일주일 쇼잉 예약돼 있던 것들 다 하고나서 오퍼를 받아볼 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지난 일인걸!

상황이 이렇게 되니 구매자 쪽에서도 미안했던지, 클로징 비용의 반을 부담할테니 저희보고 나머지 반만 부담하라고 하더라고요. 생각같아서는 지금 클로징 비용을 자기네가 전부 다 내겠다고 해도 이 계약을 깨고 싶은 상황인데(그러나 깰 수가 없다 ㅠ.ㅠ), 자존심이 있어서 절반이 아니라 ‘반에 반’만 내겠다고 했습니다. ㅎㅎㅎㅎ “그 이상은 나도 양보 못 해!” 하면서요.

일단 이렇게 저희 리얼터에게 답장을 보냈지만, 혹시라도 구매자측에서 “그러면 계약을 깨야 할 것 같다”고 나오면 “옛다! 절반 다 낼게~” 할 생각이었죠. 밀당 한 번 해보고 분위기를 볼 생각이었는데, 제가 너무 단호하다고 느낀 저희 리얼터는 아마도 제가 진짜로 계약을 깰 것 같았나 봅니다.

그러자 구매자의 리얼터가 이 계약이 이렇게 허무하게 깨지게 놔둘 순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제가 못 내겠다고 한 금액을 자신이 내겠다고 해서 계약 파기 직전에 이 계약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살려냈습니다. 제 입장에서야 이 계약은 어차피 깨뜨릴 수 없는 계약이었지만, 저의 밀당 작전이 조금은 통한 듯? ㅋㅋㅋ

클로징
우여곡절 끝에 집 감정과 론 컨틴전시 과정을 지나 이제 마지막 클로징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저희는 이미 이사를 나간 상태이고 대출 승인도 나왔기 때문에 클로징을 원래 날짜보다 앞당겨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가계약서에 싸인한 날을 기준으로 거의 한 달만에 최종 매매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제가 그동안 애정을 듬뿍 쏟았던 저희집을 새 주인에게 완전히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최종 매매계약서에 싸인한 후 집 열쇠를 새 주인에게 넘겨준다. ©Realtor.com

집을 팔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부터 클로징까지 몸 고생, 마음 고생 많이 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빨리 오퍼를 받고 빨리 팔아버릴 수 있었으니 그 고생이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집이 안 팔리고 있었더라면 어린 애들 둘을 데리고 제가 더 힘든 고생을 했을 테니까요.

이제 이 모든 과정을 다 끝냈으니 또 다시 집 사기 과정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새 집을 짓게 되어서 미국에서 새 집짓기 과정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집을 파는 과정에서 저를 정말 속상하고 가슴 졸이게 했던 싱크대 카운터 상판 교체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호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Moses Lake)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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