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팅 후 2주가 골든타임
사진촬영 단계까지는 모두 제 손을 거쳐야 해서 정신없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지만, 이 과정이 지나 리스팅(listing) 단계에 들어서면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니 이제 구매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리스팅 이후에 쇼잉(showing)이 들어오면 리스팅 사진처럼 집을 정리하고 비워줘야 해서 그에 따른 불편함과 스트레스가 있긴 합니다만, 집만 빨리 팔 수 있다면야 이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죠.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사진은 리얼터가 마켓에 리스팅을 합니다. 제일 먼저 MLS(Multiple Listing Service)라는 리얼터들의 매물 공유 사이트에 리스팅을 한 후, 이후 zillow나 realtor.com 등 각종 부동산 웹사이트와 각 리얼터들의 마케팅 전략에 따른 웹사이트에 광고가 나갑니다.
리스팅이 되고 나면 우리집이 마켓에서 구매자들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받고 있는지 구매자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합니다. 팔릴 집은 보통 2주 안에 결정이 난다고 합니다. 만약 2주 안에 못 팔았다면 일단 노란불이고요, 한 달 안에 못 팔았다면 빨간불입니다! 이것은 마켓에서 장기체류가 예상되는 적색경보입니다.
작전 변경
만약 한 달 안에 오퍼를 받지 못하면 리얼터들이 마케팅 전략을 바꾸자고 제안해 옵니다. 리스팅 가격을 내리거나, 집안의 스테이징을 해서 리스팅 사진을 바꾸거나 하는 거죠. 그리고 마켓에 오래 머무를수록 집을 팔 확률은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보통 최초 리스팅 후 2주를 골든타임으로 보고, 그 안에 오퍼(offer)를 받지 못하면 빨리 전략을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빨리 팔지 않아도 된다면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켓에 오래 머무를수록 집값은 내려가기 때문에 어쨌든 손해입니다. 왜 2주를 골든타임으로 보냐면, 구매자들은 마음에 드는 집이 올라오면 망설이지 않거든요. 집을 사는 일이 간단한 쇼핑이 아니기 때문에 구매자들이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랍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 마켓에 널린 것도 아니고, 내 마음에 드는 집은 다른 사람들 마음에도 들기 마련이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은 집이 나오면 바로 오퍼를 냅니다. 그래서 팔릴 집들은 2주 안에 판가름이 나는 것이고, 2주 안에 오퍼를 받지 못하면 오픈 하우스를 하거나, 가격 조정을 하거나, 스테이징을 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마켓 반응 살피기
저도 워낙 상황이 급했던지라 2주를 예상하고, 2주 안에 오퍼를 받지 못하면 가격 조정을 할 각오를 하고 리스팅을 했습니다. 그리고 zillow에서 구매자들의 view 수와 저장 숫자를 보면서 마켓의 분위기를 살폈죠. 그때 당시는 새로운 집이 하루에 6개씩 리스팅이 되던 때라 매물이 많아져서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했답니다.
다행히도 리스팅한지 몇 시간 만에 300 view가 넘고 27명이 저장을 하면서 동네의 경쟁 매물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일단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안도했고, 이런 분위기라면 2주 안에 충분히 오퍼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zillow에서 하루만에 450명 정도가 저희집을 클릭했으니 이 중에 못해도 두세 명은 조만간 집을 보러 오리라 생각했죠.
집 보러 오는 쇼잉(showing)
이제 구매자들이 온라인에 있는 저희집 사진을 보고 실제로 집을 구경하러 오는 쇼잉 단계로 넘어갑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진이 잘 나와야 쇼잉이 많고, 쇼잉이 많아야 오퍼 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저희는 사실 리얼터와 계약을 하자마자 다음날 갑자기 리얼터가 3시간 뒤에 쇼잉이 잡혔다고 할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한참 집정리를 하던 중이었고, 뒷마당과 차고정리가 안 돼 쇼잉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마켓에 내놓기 전에 구매자의 반응을 미리 체험해보고 싶어서 수락했습니다.
이날은 집정리를 하다가 남편과 부부싸움을 해서 일주일 동안 말을 안 할 태세였는데, 갑자기 쇼잉이 잡혀서 완전 미친 협동정신을 발휘해 2시간만에 모든 정리를 끝내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집을 비워줬습니다.
미국에서는 구매자가 집을 보러 오면 도착 전에 집을 비워주고, 구매자가 떠난 후에 집에 돌아와야 합니다. 이것은 구매자가 편안하게 집을 구경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집주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집을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집주인의 인종이나 종교 등이 드러나지 않도록 스테이징을 하고, 계약이 끝날 때까지 구매자와 판매자가 전혀 만나지도 않습니다. 저 역시 집을 살 때 전 집주인을 본 적도 없고, 집을 팔 때도 새 구매자를 만난 적이 없답니다. 아무튼 쇼잉 분위기는 좋았지만 오퍼는 받지 못했어요. 물론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가 아니라 오퍼를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요.
실 구매자 쇼잉
온라인에 리스팅이 된 후 리얼터가 쇼잉타임(Showing Time)이라는 앱을 다운받으라고 하더군요. 쇼잉이 잡히면 앱으로 알림이 가고, 수락여부를 답하면 자동으로 쇼잉 스케줄이 되는 시스템이었어요. 리스팅된지 몇 시간만에 쇼잉이 여러 개 잡혔습니다. 출발이 좋았죠. 이후로도 계속 쇼잉 스케줄이 잡혀서 왠지 2주 안에 팔릴 것 같은 감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의 팁인데요, 집을 비워주기 전에 미리 만들어 둔 체크리스트를 보고 모든 것을 확인한 후 집을 비워줬습니다. 방향제 전원 켜기, 집안 조명 다 켜기, 블라인드 다 열어두기, 변기뚜껑 닫기, 수도꼭지 반짝반짝 광내기 등등요.
자, 그럼 결과를 지켜보자고요~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Moses Lake)에 살고 있음. 두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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