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얼터 찾기
집 정리가 끝나면 이제 집을 팔아줄 리얼터(중개인)를 선정할 차례입니다. 리얼터 커미션이 집 판매가격의 6%나 되는데, 대충 리스팅만 해놓고 운 좋게 팔리면 커미션만 챙기겠다는 리얼터들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페이스북 지역 그룹방에서 리얼터를 검색어로 넣어 다른 사람들이 리얼터 추천해 달라는 글들에 달린 덧글들을 꼼꼼히 읽으며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예전부터 제가 마음에 두고 있던 리얼터가 있었는데 그분도 많은 추천을 받고 있어서 리스트에 넣고, 제가 사는 커뮤니티에 살면서 우리 동네 집들은 죄다 팔아버리는 리얼터도 리스트에 넣고(이분은 우리집을 살 때 셀러 리얼터였음), 그렇게 세 분의 연락처를 받아 인터뷰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할 수도 있지만, 리얼터마다 집의 가격을 다르게 생각하고, 마케팅 전략도 다르기 때문에 만나서 미팅을 해봐야 나와 잘 맞고, 우리집을 잘 팔아줄 리얼터를 찾을 수 있답니다.
첫 번째 리얼터
이분은 우리 동네에 살면서 집을 금방금방 팔아치우기로 유명해서 집을 잘 팔 거라는 기대와 확신은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집을 저희에게 팔았던 리얼터라 저희집의 장단점을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우리 동네의 가치를 잘 알고 있어서 판매가격도 제 예상보다 조금 더 높게 리스팅하자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저는 집을 좀 빨리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 집 가격을 조금 더 낮게 책정해서 빨리 오퍼를 받겠다고 했고, 제가 원하는 가격이면 금방 팔릴 것 같다고 해서 같이 일해도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이분의 남편분이 타주로 전근을 갔고, 그로 인해 계속 타주에서 지낸다는 것. 모든 판매 과정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고, 집 쇼잉도 락박스(Lock Box, 열쇠를 담아두는 상자)가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했지만, 오픈하우스도 해야 하고, 한 달 뒤면 우리는 워싱턴주로 이사를 가서 빈 집만 남을텐데 그 안에 팔리지 않으면 리얼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데 그분 역시 타주에 계신다면 불안해서 선뜻 이분으로 결정을 못하겠더라고요.
두 번째 리얼터
아! 이분은 너~~~무 예뻤습니다. 후광과 함께 저희 집에 들어오셔서 집안을 환하게 밝혀주시더군요. 이분은 다른 리얼터 한 분과 팀을 이루어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시는 듯했으나, 미팅을 해보니 ‘이 집을 팔겠다’는 느낌보다 ‘이 계약을 따내겠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더라고요. 저희집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이 얼마나 비싼 집들의 계약을 따냈는지, 그리고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집을 파는지에 대해서만 30분을 설명하더니 시간에 쫓기듯 그렇게 돌아가셨거든요. 집 리스팅 가격은 제가 원하는 가격과 일치했지만 ‘바로 이 사람이야!’ 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당시에 힐튼헤드에 사는 엘리양도 집을 팔려고 리얼터들과 미팅을 했었는데, 엘리양에 따르면 여러 명을 만나보면 “딱 이 사람!”이라는 느낌이 온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 느낌을 믿어보고자 했죠. 그러던 중 엘리양의 리얼터가 아직 리얼터를 찾고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해서 갑자기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리얼터
이분은 사전에 저희집에 대해 알아보시고 리스팅 가격을 내놓으셨는데, 생각지도 않은 낮은 가격을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가격을 말씀드렸더니 그 가격으로는 안 팔린다고 너무 단언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주변의 비슷한 집들 리스팅 가격과 최근에 팔린 집 가격들을 보여드렸어요.
저는 이미 몇 주 동안 저희 동네뿐만 아니라 제가 살고 있는 도시의 비슷한 집들을 찾아보며 시장조사를 하고, 마켓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얼마만에 가격 조정을 했는지, 실제 매매 가격은 얼마인지 등 리스트를 만들어 그걸 토대로 저희집 가격을 결정했거든요. 그리고 다른 집들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잡은 가격인데 그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을 말씀하시고, 또 딱 잘라서 “그 가격에는 이 집 못 판다”고 하시니 마음이 상했습니다.
이미 첫 번째 리얼터는 제가 원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리스팅을 하자고 했고, 그분이 이 동네 집들을 거의 다 팔았기 때문에 저희집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 리얼터도 저와 리스팅 가격이 일치했고요.
아무튼 이분이 저희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거절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그분이 먼저 ‘함께 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그리고 저희 동네를 전담하는 리얼터가 있으니 소개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이분은 힐튼헤드를 전문으로 하는 분이라 이 동네 밸류를 잘 몰랐던 것 같고, 제가 전문가인 본인 앞에서 다른 매물들을 들이밀며 가격비교를 했으니 그분도 마음이 상했던 것 같아요.
네 번째 리얼터
이분은 지역 그룹방에서 추천이 많기도 했고, 본인 스스로가 그 그룹방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리얼터였어요. 고객을 위해서 일 잘하는 업체를 물어보기도 하고, 리얼터에 관한 조언들도 열심히 하고, 또 본인 광고도 열심히 해서 페이스북 광고란에 자주 뜨기도 했거든요.
연락할 때부터 무척이나 바쁜 듯한 느낌이었는데, 약속 시간 1분 전에 도착해서는 인사하고 자기소개하자마자 집을 먼저 둘러보고 얘기하자며 저희집의 특징을 열심히 메모하면서 꼼꼼하게 둘러보더라고요. 심지어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서 얘기하는데 이미 세 분의 리얼터를 만나봐서 비교가 되더라고요.
쓸데없는 얘기 전혀 안 하고, 브로커 소개 1분, 마케팅 전략, 리스팅 가격 등 간결하고 정확하게 본론만 얘기하는데 제 속이 다 시원~!!!
오자마자 자기소개하고 집을 둘러보며 노트에 메모하는 모습을 보고 ‘이 집을 팔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달까요? “딱 이 사람”이라는 느낌이 온 거죠. 그렇게 해서 저희는 이분과 함께 하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리얼터 선정 꿀팁
리얼터를 선정할 때 그분들이 리스팅해 놓은 집들의 사진을 꼭 확인하세요. 집 리스팅 사진이 제일 중요한데, 사진이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면 그 집은 이미 “마켓 장기체류 확정”입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듯한 사진, 정리되지 않은 집 모습을 그대로 올린 사진을 리스팅한 리얼터들은 절대로 피해가야 할 리얼터들입니다. 내 집의 경쟁자는 내 집보다 못한 집이 아니라, 내 집보다 더 예뻐 보이고 더 멋지게 나온 사진으로 리스팅된 집들이니까 집을 빨리 팔고 싶다면 리스팅 사진에 신경쓰는 리얼터를 골라야 합니다.
리얼터를 정했으면 그 다음은 사진찍기와 리스팅 단계입니다. 미국에 사시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기를 바라고,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미국의 집팔기 과정이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살다가 최근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Moses Lake)로 이사함. 두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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