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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다이어리]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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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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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익숙함이라는 것은 마치 공기와 같아서, 정말 익숙한 환경에서는 그것이 익숙한지 아닌지 조차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새롭고 낯선 환경에 부딪혔을 때 비로소 자신이 살고 있던 익숙한 환경이 얼마나 편안했는지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바로, ‘아, 집에 가고 싶다.’입니다.

마음속 줄다리기
미국에서 보낸 저의 첫 한 달은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펼쳐지는 마음속 줄다리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스스로 익숙함을 떨쳐내기로 결심하고 미국에 왔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영어로 이곳 생활에 필수적인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계좌를 열고, 운전면허를 따고, 수업에 참여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일 등 한국에서라면 간단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여기에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과 비슷한 부분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모든 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시스템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는 순간들을 매일 겪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심적으로 아주 불편하고 가끔은 두렵기도 해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마치 어린애가 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바보같아 보일 거라는 생각에 창피하기도 합니다. 나 혼자만 낯선 이방인이 된 것 같아 의기소침해지는 순간도 종종 있습니다.

핸드폰 초기화
몇 번의 당혹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만약 한국에서라면 이런 일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분명히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아니면 담당자에게 직접 도움을 청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는 한국에서 당연히 해오던 행동들을 하지 않고 그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에 부딪히자 그동안 익숙하게 해오던 행동 패턴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치 초기화된 핸드폰처럼 실행 프로그램이 깔리지 않아 먹통이 된 듯 행동하고 있었던 겁니다.

미국에 와서 맨 처음 한 일이 한국에서 사용하던 핸드폰을 초기화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환경 설정을 그대로 두고 유심칩만 바꿔서 사용했더니 자꾸만 오류가 생겨서 여러 가지 기능이 잘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을 초기화하면서 미국 계정을 만들고 실행 위치도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핸드폰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 자신은 한국에서 살던 마인드를 그대로 장착한 채 미국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환경 설정이 제대로 맞지 않아 오류가 생기고 시스템이 버벅거리며 돌아가니,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습니다.

환경 재설정
이제 제 자신의 환경 설정을 바꿔 보려고 합니다. 핸드폰처럼 단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바꾸어가면서 미국이라는 새로운 설정에 익숙해지려 합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한국 설정과 미국 설정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입니다. 경험과 기회의 폭이 그만큼 널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경 설정이 바뀌면서 마주치게 되는 ‘낯섦’이라는 단어를 불편하고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보다는, 재미있고 기대되는 ‘새로움’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모르는 것들에 친숙해지면서 배우는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새 차를 사거나 새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익숙함을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인생에서 꽤나 즐겁고 특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던 일에 하나하나 친숙해지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지요,
처음엔 미국이라는 나라의 낯섦에 압도당했지만, 새로움 속에서 익숙함을 만들어가며 얻게 되는 배움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만끽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