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리모델링
시골 아줌마의 취업 스토리에 이어서, 다시 노가디언 엘리 시리즈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화장실 셀프 리모델링 스토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저희집엔 화장실이 3개 있는데 그 중에 2개를 제가 조금씩 손을 봤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1층에 있는 파우더룸 리모델링 과정을 공개하겠습니다.
1층에 있는 화장실의 용도는 가족들이 거실에서 생활하면서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집을 잠시 방문한 손님이 사용하기 때문에 욕조는 없고,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간이 화장실로 ‘파우더룸’이라고 불리는 공간이에요.
저희가 새 집을 지어 들어왔지만, 빌더가 이미 모든 자재를 결정하고 집을 짓는 방식이어서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바닥과 키친의 카운터탑, 캐비넷 색깔 정도였고, 화장실은 아무것도 선택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입주 당시 파우더룸의 모습을 보면 세면대와 사각 거울만 달랑 달려 있는 굉장히 삭막한 공간이었어요. (Before 1)
세면대를 마주하고 있는 반대편에도 변기와 휴지걸이뿐이었죠. (Before 2)
그래서 일단 응급처치로 그림 하나 대충 걸고, 조화 하나 올려 놓은 채로 지냈답니다. 이 공간에 뭔가 해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일 벌이지 말자~, 일 벌이지 말자~’ 주문을 외우며 살던 와중에, 그 자제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으니……, 그.거.슨? 바로 변기 청소 도구였습니다. 아, 물론 변기 청소 도구를 변기 옆에 살포시 놓아 두어도 되겠지만, 저는 예쁘게 정돈된 집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고, 이 집에서 널부러져도 되는 건 오직 사람뿐이라고 생각하는지라 변기 청소 도구가 밖에 나와 있는 건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변기 청소 도구를 수납하겠다는 단 하나의 일념으로 세면대를 교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세면대 일체형 캐비넷을 세일가에 판매하고 있어서 덥석 결제하고 실어 왔지요~!!!
캐비넷 설치
그런데, ‘이왕 세면대를 떼어내는 김에 페인트칠도 하지 뭐~’ 하면서 점점 일을 벌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 벌이지 말자~’던 자제의 미덕은 미더덕이 되고 말았네요.
일단, 욕실 리모델링 영상을 수십 개 보면서 세면대 떼어내는 법, 거울 떼어내는 법, 조명 떼어내는 법을 마스터한 후, 남편에게 가르쳐주고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둘이서 새 집에서 함께하는 첫 프로젝트라며 동기부여도 뿜뿜해줬죠. 그래서 거기까지는 꽤 협조적이었는데, 벽에 페인트칠을 한 번 해보고는 꽁무니를 빼더라고요. 페인트칠을 두 번은 해줘야 하는데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알쏭달쏭한 액션을 선보이면서요. ‘흥! 나 혼자 해도 하루만에 두 번 다 칠하겠구만!’ 결국 성질 급한 제가 후다닥 해버렸습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살 때 집 페인트칠은 하도 많이 해봐서 까잇꺼!!! 하며 그냥 해치웠죠.
그 다음에 캐비넷을 설치해야 하는데, 오늘은 해주려나? 물어보면 아직 허리가 아프다며 미루고, 다음날엔 해주려나? 물어보면 너무 피곤하다고 미루고, 그 다음날에는 해주려나? 물어보면 주말에 하자며 또 미루고……. 에라잇~!!! 성질 급한 제가 차고에 가서 캐비넷을 들어봤더니 번~쩍! 하고 들리더라고요. 뭐야? 내 안에 천하장사가 있었눼?!?! 그래서 저 혼자 캐비넷을 들고 와서 설치를 해버렸지 뭡니까?
야매라고 대충했을 것 같죠? 아닙니다! 유투브로 캐비넷 설치하기 영상만 대여섯 개 찾아보며 꼼꼼하게 수평도 맞추고, 뒤에 드라이월에 고정시키는 것까지 아주 야무지게 했답니다. 캐비넷 위에 세면대 올리는 것도 실리콘을 꼼꼼하게 쏴서 올리고요. 심지어 수전도 유투브 영상을 몇 번씩 반복해서 보며 교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중에 리모델링 업자가 보고도 깜짝 놀란 프로페셔널한 결과물!!! (참고로, 리모델링 업자 = 시아버지)
조명, 거울 교체
세면대와 수전을 교체하니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명도 바꿔줘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새 집이라 조명도 새 제품인데 버리긴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재활용을 하되 욕실 분위기에 맞춰 조명과 수건 걸이를 살짝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습니다. 맑은 날, 뒷마당에 박스 깔고 검정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쉬이익~ 뿌려줬습니다.
아, 전구 쉐이드는 Lowe’s에서 제일 저렴한 3불짜리 사다가 교체했어요. 그리고 기존의 전구 쉐이드는 화분으로 재활용! 투명 유리로 된 쉐이드라 전구가 보이니까 이왕이면 예쁜 전구가 좋을 것 같아 에디슨 전구로 교체하고, 기존의 전구는 예비용으로 보관해뒀어요.
이렇게 페인트칠, 세면대 교체, 조명 교체, 거울 교체만으로 욕실의 셀프 리모델링이 끝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화장실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요??? 살짝 문을 열고 들여다보면…… (After 1)
그 삭막하던 욕실이 이렇게나 따뜻한 공간으로 변했답니다. 허전한 벽면에 그림을 걸고, 창가에 소품을 얹었어요. 세면대 반대쪽 변기 위에도 그림을 걸었어요. 제가 설치한 저 무거운 거울이 잘 달려 있는 것만 봐도 너무 뿌듯해서 즐똥이 가능해집니다. ㅋㅋㅋ
허전하던 변기 위에도 그림을 걸고, 변기 물탱크 위에는 올리브 나뭇가지(조화)와 작은 라탄 바구니를 올렸어요. 바구니 안에는 여성 청결 용품을 수납해서 기능적인 인테리어 소품으로 딱이에요! (After 2)
사진으로 다시 한번 Before와 After를 비교해 보시면 삭막하던 화장실이 얼마나 따뜻한 분위기로 변했는지 잘 보이실 거예요. (맨 위 사진도 참조)
총 비용 400불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리모델링 비용이 총 400불밖에 들지 않았다는 거!!! 아, 이건 셀프 리모델링이니 팔 아프게 페인트칠한 저의 노동력은 포함되지 않은 가격입니다.^^;; 우선 세면대 일체형 캐비넷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고요, 거울도 세일할 때 구입했고, 조명의 램프 쉐이드도 저렴한 걸로 교체했어요. 그 외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해서 재활용하고, 집에 있던 소품을 이용해서 인테리어를 마무리한 덕분에 이렇게 저렴하게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리모델링 작업에 사용된 제품과 소품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인테리어 요령 등은 ‘언젠가’ 출간될 저의 <미국집 인테리어> 책에도 실릴 예정이에요. 원래는 올해 5월쯤에 출판 예정이었는데 연기가 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좀 더 많은 실용적인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게 됐어요. 책 출판과는 상관없이 집안 곳곳을 조금씩 고쳐가는 중인데, 출판일이 연기되면서 그런 것들도 담을 수 있게 되었네요.
물론 제가 인테리어 전문가는 아니니까 전문적인 인테리어 책이 될 수는 없지만, 집안을 조금 더 예쁘고 실용적으로 꾸미고 싶은데 인테리어에 대해 잘 몰라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초초초초보분들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안내해주는 친절한 책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고 있답니다.
그동안 제가 책 준비하느라 바쁘다는 둥, 취업 준비하느라 바쁘다는 둥, 바쁜 척을 너무 많이 해놔서 그냥 ‘척’이 아니라 진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작업할 예정입니다. 응원해주실…거…죠?^^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 정보, 일상생활, 문화 차이, 여행기 등을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이자 <엘리네 미국 유아식> 책의 저자.
smileellie777@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