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스테이션 프로젝트
오늘 여러분께 먼저 살짝만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새로운 책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엘리네 미국 유아식에 이어, 살림과 집 꾸미기에 관한 책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바로 ‘커피 스테이션’이었어요. 그냥 홈카페처럼 만들어놓고, 카페 안 가도 집에서 카페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커피 한 사발 하는 그런 갬성을 즐기고 싶었달까요???^^;;
특히나 이곳 시애틀은 일년에 절반은 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에 커피 스테이션은 저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 아이템이었죠. 그래서 새 집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커피 스테이션 만들 공간을 찜해 두었다가 이사 후 드디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페 테이블 구입
먼저 1단계는 커피 스테이션에 놓을 부페 테이블(사이드 보드)을 구입하는 거였어요. 이 부페 테이블 위에 에스프레소 머신과 커피 관련 용품들을 올려둘 예정이어서 테이블 상판이 저희집 에스프레소 머신 사이즈에 맞는 것을 찾아야 했는데 이것부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 에스프레소 머신이 앞뒤로 뚱뚱한 스타일이라 상판 너비가 꽤 넓어야 했거든요.
게다가 커피 스테이션을 만들 공간에 맞춰 길이도 적당히 길어야 해서 일단 디자인보다 길이와 너비가 맞는 것부터 찾아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원하는 디자인의 부페 테이블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 집 인테리어가 럭셔리하고 블링블링한 스타일이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팜하우스 스타일이라, 집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걸로 찾으려다 보니 도대체 마음에 드는 게 없더란 말이죠. 찾았다 싶으면 사이즈가 안 맞고요.
핸드폰으로 열심히 검색을 하다가 나중엔 엄지 손가락에 마비 올 정도로 휴대폰 스크린을 밀어 올린 결과, 드디어 제가 원하는 디자인의 부페 테이블을 찾았답니다! 저희 집에 커피 테이블 놓을 벽의 길이가 72인치인데, 포터리반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길이도 71인치로 완전 딱! 맞아 떨어지는 데다가 우드톤 상판에 화이트 본체라 제가 딱 좋아하는 디자인이었어요.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것이 완벽해도 가격까지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세금까지 포함한 가격이 2500불… ㅜ.ㅜ 에스프레소 머신 하나 모시기에는 너무 황송한 가격이었어요. 나란 여자, 돈 앞에서는 포기도 빠른 여자. 얼른 닫기 버튼 누르고 다시 검색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실체가 없는 제품을 상상하며 찾아야 해서 어려웠지만, 일단 눈에 꽂힌 제품이 있으면 그 비슷한 제품을 찾는 건 비교적 쉽잖아요? 아니나 다를까, 사이즈도 너비도 가격도 제가 원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찾아내고야 말았답니다.
앗, 그런데 역시나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이번엔 테이블 색깔이 문제였네요. 테이블이 그레이톤인데, 그 자체로는 예쁘지만 저희집 벽 페인트색이 베이지색이라 어울릴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아~ 색깔 빼고는 다~ 괜찮은데…, 어쩌지???
고민은 0.3초! 이미 제 손가락은 장바구니에 담기를 클릭 중이고, 머릿속에는 해야 할 작업들이 샤샤샥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부페 테이블 DIY
그렇게 해서 주문한 부페 테이블이 도착했고, 조립을 시작했지요. 마침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이어서 집에 있을 때였는데 이 꼬맹이들도 미니 사이즈 남자라고 못질하기, 나사 박기 등에 의욕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액티비티 겸, 대의에 쓸 저의 힘도 비축할 겸 해서 간단한 나사 조이기 정도는 애들을 시켜가며 조립을 했습니다.
그리고 본체는 화이트로 페인트를 칠하고, 부페 테이블 상판은 아무래도 샌딩으로 밀어준 다음에 새로 스테인을 입혀야겠더라고요. 커피 스테이션 위쪽 벽에 나무 선반을 달아줄 예정인데, 나무 선반에 입힐 스테인 색과 같은 색으로 맞춰주면 통일감도 줄 수 있고, 전체적으로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참에 샌딩기도 하나 장만을 했답니다.^^;; 남들은 아마존 구매 내역에 보면 주방 용품, 미용 용품, 가전 용품이라는데, 저의 아마존 구매 내역에는 톱, 전기톱, 샌딩기, 네일건 이런 것들뿐이에요. 게다가 남편이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오직 제가 쓰겠다고 산 거라니!!!!
아무튼 샌딩기 덕분에 작업 능률이 확~ 올라간 저는 신나게 샌딩기로 나무 상판을 갈아내고, 프리 스테인을 입히고, 1차 스테인 작업까지 1시간 넘게 걸려서 끝을 냈는데……, 맙.소.사!!!!! 이게 뭐죠?
자태 고운 나뭇결을 뽐내던 상판이었는데 어쩌다가 휘모리 장단에 격하게 상투 돌린 자국들이 생긴 걸까요? 분명 샌딩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서 급하게 유투브 선생님을 소환했지요. 알고 보니 샌딩기를 이용해서 샌딩을 할 때는 힘을 줘서 누르면 안 되고, 손을 살짝 얹어서 방향만 잡아주면서 샌딩기가 가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거래요. 하~ 모른 자는 오늘도 이렇게 생고생을 하며 중요한 기술 하나를 체득했습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샌딩은 샌딩기에 손만 살포시 얹은 채, 요리조리 왔다리 갔다리하는 샌딩기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샌딩기가 상판에서 떨어질라치면 방향만 살짝 틀어주는 정도로 조심스레 샌딩을 했습니다. (내 두 아들래미 걸음마 뗄 때도 이리 조심스럽지는 않았거늘…)
덕분에 상판은 다시 흠집 없는 뽀얀 나무 속살을 드러내주었고, 그 나뭇결에 조심스레 프리 스테인과 스테인 작업을 하고, 마무리는 폴리우레탄으로 코팅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포터리반 2500불 부럽지 않은 부페 테이블을 완성했습니다. 짜잔~
샌딩기 사용법을 몰라 삽질 한 번 했지만, 그 노력이 아깝지 않을 만큼 대만족입니다. 상판에 스테인도 예쁘게 잘 입혀졌고, 폴리우레탄도 잘 입혀져서 포터리반 부럽지 않아요.
이제 부페 테이블이 완성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커피 스테이션 만들기에 돌입해야겠죠?^^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엘리네 미국 유아식> 저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