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대신 남편을 팔까?
6월 1일부로 남편이 정리해고가 되면서 전격 백.수.가 되었습니다. (어서 와~ 백수는 처음이지?) 그런데 3월부터 시작된 재택근무 덕분에 계속 출근을 안 했던지라 백수가 실감나지 않다가 월급날 통장에 돈이 안 들어오니 실감이 나더라고요.ㅎㅎㅎ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저는 제가 하나하나 골라서 지은 집을 포기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집을 포기해야 이사를 결정할 수 있고, 이사를 각오해야 남편이 구직활동을 할 지역을 가늠할 수 있고, 그래야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뿌릴 수 있는데, 저는 집이 느무느무 아까워서 도저히 팔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꼬장 부리기, 현실 외면, 불시에 버럭하기 등 미친 여자 널 뛰듯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번뜩! ‘그래, 집을 팔지 말고 대신 남편을 팔지 뭐, 까짓!’ 저는 여기에 집과 함께 남을 테니 남편에게 다른 지역의 직장을 알아보고 주말부부 하자고 했다가 진짜로 남편 잃을 뻔… ㅎㅎㅎ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이 시골에 제가 남을 이유는 1도 없으니 속상하지만 집을 파는 수밖에 없었어요.ㅠ.ㅠ 그렇게 마음을 정하긴 했지만 2층 욕실 누수 공사가 시작도 안 했으니 일단 공사가 끝나야 집을 팔 수 있고, 그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또 집을 팔고 이사를 하려면 정신없이 바빠질 테니까요.
패밀리 타임
코로나 때문에 멀리 여행을 가기는 좀 불안해서 가족들끼리 가까운 곳으로 캠핑을 다니기로 했어요. 친구네 가족과 함께 갔던 캠핑장(위 사진). 개울에 물고기가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아이들이 고기 잡겠다고 물병 들고 호기롭게 들어갔다가 번번이 허탕을 치길래, 제가 빨래망 들고 가서 쓰~윽 한 번 쓸어줬더니 물고기가 막 수십 마리가 들어가서 엘리 둥절~!
다음은 저희가 갔던 캠핑 장소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이에요. 다만 샤워 시설이 없고, 화장실도 푸세식이라 캠핑카가 아닌 텐트 캠핑을 하기엔 좀 불편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자연 경관이 너무 아름답고, 물도 깨끗, 아이들이 안심하고 수영할 수 있는 수심이 얕은 곳이 있어서 워싱턴주에 사시는 분들은 당일치기 또는 1박 정도로 짧게 다녀와도 좋을 것 같아요.
도시로 가즈아~
캠핑 다니며 휴식기를 가진 남편은 그 사이에 이력서를 뿌리고 두 군데 정도 면접을 보고 오퍼를 받긴 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연봉협상이 잘 안 됐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지역을 또 옮기는 것이라 그것을 감수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첫 번째 잡 오퍼가 예전에 살던 사우스 캐롤라이나였음요.) 오히려 연봉을 낮춰서 가야 하니 결국 거절했어요.
욕실 공사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남편이 시애틀 근처에 있는 회사에 면접을 보고 오퍼를 받았어요. 역시나 저희가 원하는 조건은 아니었지만 남편이 이미 석 달 넘게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고, 두 번의 오퍼를 거절하면서 지금은 연봉으로 고집부릴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물론, 더 기다리면 조건에 맞는 회사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타업종에서 계속 정리해고 소식이 들려오고, 실업급여 받으면서 저축한 돈 까먹는 것보다는 월급 받으면서 기회를 엿보는 게 낫겠다 싶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애틀 근교라서 장거리 이사를 안 해도 되고 (그래도 편도 3시간 거리), 시골을 벗어나 도시 근처에서 살 수 있는 기회이니 좋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늬예늬예~ 그건 바로 제가 원하던 조건이죠. 드디어 시골에서 탈출해 도시에 가깝고, 더구나 한인마트와 한식당이 즐비한 동네도 가깝고, 한국으로 가는 직항 공항이 있어 비행기 갈아탈 필요도 없으니 저에겐 완벽 그 자체였어요. 단, 한 가지만 빼면요! 도시로 나가면 그만큼 주거 생활비가 비싸지는데, 우리는 연봉을 줄여서 간다는 것! 지출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어요. 그러자 쿨하게 보내주려 했던 집에 대한 집착이 다시 스물스물 올라왔습니다. 아, 모르겄다, 그래도 그냥 가즈아~~~!!!
이 시국에 잡 오퍼 받은 것에 감사하고, 다시 대륙을 가로질러 이사 안 해도 되고, 무엇보다 젖과 꿀이 흐르는 한인마트와 한식당 근처에 살 수 있는 기회인 걸요. 그렇게 남편이 잡 오퍼를 수락하면서 모든 일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출근 날짜가 한 달 뒤로 정해져서 최대한 빨리 집을 팔아야 했고, 시애틀 근교에 집을 알아보고 이삿짐도 싸야 했지요. 나는 정말 편히 쉴 수 없는 팔자인가봉가. ㅠ.ㅠ
미국에서 집을 팔면 구매자와 판매자의 중개인 비용을 제가 다 부담하는데 그게 집값의 5~6%예요. 거기에 클로징 비용(명의 이전과 대행 비용)까지 더하면 손해가 너무 커서 이번엔 중개인 없이 제가 직접 집을 팔아보기로 했답니다. 작년에 집을 팔아보니 혼자서도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유투브 야간대학에 입학해 “sale by owner” 관련 자료를 엄청 봤어요. 밤에 서너 시간씩 일주일 정도 본 것 같아요. 그쯤 하니 셀프 장학생이 돼서 졸업하고 근자감 뿜뿜하며 리얼터 없이 리스팅을 해버렸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건 다음 호에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살짝 귀뜸을 하자면 순조로운 듯 순조롭지 않게 집 파는 과정을 끝내고 마침내 시애틀 근교로 이사를 했답니다. YAY~!!! 덕분에 시골 탈출에 성공해서 지금은 시애틀 근교에 살고 있어요.
그리고… 또 새 집을 짓기로 했답니다. 그 맘고생을 하고도 정신을 못차린 거죠.ㅎㅎㅎ 지난 주에 땅 파기 시작했고, 입주는 4월 예정인데 코로나 때문에 자재 공급 등에 문제가 있어서 제 날짜에 입주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