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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보험 없이 다녀온 미국 소아과 병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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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보험 없이 다녀온 미국 소아과 병원비

제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이사 준비와 집 팔기 준비를 하면서 여러 가지 악재(?)가 많았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또 보험 없이 미국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무직자 = 무보험자
남편의 이직이 결정되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약 3주 정도 ‘무직자 = 무보험자’의 처지가 되었답니다. 어차피 집 파는 일 때문에 집수리, 페인트칠, 이사 준비 등등으로 남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남편의 무직자 시기는 환영할 일이었지만, 무보험자 신세는 사실 좀 불안했어요. 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의료비는 그야말로 가정 경제를 뒤흔들 정도로 사악하니까요.

그래서인지 남편이 백수가 된 첫째날 저에게, “우리 이제 보험이 없으니까 3주 동안 절대로 아프면 안 되는 거야!” 라며 다짐을 받으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부정탄 거죠! 보험도 없는데 둘째 제제가 열이 나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아기가 열이 나는 정도로 병원에 데려가지는 않아요. 열 난다고 데리고 가봐야 세균성 염증(중이염, 인두염, 폐렴 등)이 아니면 약도 안 주고, 타이레놀 사다 먹이고 물 많이 먹이라는 말만 듣고 그냥 와야 하거든요.

미국 살면서 지금까지 애들 데리고 병원 가서 약 받아온 적은 두세 번밖에 안 되고, 빈손으로 돌아온 날이 더 많아서 이제는 웬만한 감기나 열 정도는 집에서 해결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해열제를 먹이면서 열이 내리기를 기다렸는데, 이틀이 지나도 열이 잡히지가 않는 겁니다. 타이레놀과 모트린을 교차복용하면 열이 잡히기는 했지만 열이 내린 게 38도 정도이고, 해열제 약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40도가 넘는 고열이라서 날이 밝으면 소아과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죠.
보험이 없는 상태라 병원비가 걱정되어 웬만하면 열이 저절로 내리기를 기다렸지만, 3일째에도 열이 안 떨어지는 것이 단순한 열감기는 아닌 것 같아 할 수 없이 제제가 다니던 소아과를 방문했습니다.

보험 없이 병원에
의사가 이것저것 문진을 하더니 폐 소리도 정상이고, 축농증도 없고, 중이염도 없고, 플루가 유행이라 플루일 가능성도 있지만 기침을 전혀 하지 않고, 또 설사 플루라고 하더라도 이미 타미플루를 처방하기에는 늦어서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플루 검사까지 하면 비용만 더 들어서 안 하니만 못하다고 했어요.

플루 이외에 의심되는 증상은 패혈성 인두염이니 그것만 검사를 하자고 해서 패혈성 인두염 검사만 했는데, 결국은 패혈성 인두염도 아니라며 물 많이 마시게 하고, 타이레놀 먹이면서 한 이틀 정도 열이 내리길 기다려 보자고 해서 또 그렇게 빈손으로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진료비 결제 창구에서 진료비 청구서를 받아보니!!! 뚜둥~ 180불!!! 한화로 약 20만원!!!

보험 없이 소아과 진료 한번에 $180을 청구받음 ©스마일 엘리 블로그

아… 미국에서 보험이 없으면 소아과 진료 한 번에 20만원 돈이 훅~ 하고 사라지는구나……. 게다가 약도 안 받고 빈손으로 집에 가는데……. 그나마 플루 검사를 안 해서 이 가격이지, 플루 검사까지 했으면 얼마가 나왔을지…….
어차피 플루였다고 해도 타미플루를 처방하기에는 늦어서 처방할 약도 없이 그냥 낫기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으니, 보험 없는 우리 사정을 봐서 무리하게 검사 권유를 안 한 의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
그렇게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열이 떨어지기를 기다렸지만 그날 밤에도 역시나 40도를 왔다갔다하는 아이를 보니 보험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게 플루인지 뭔지를 확실히 원인을 알아야 마음이 놓이겠더라고요. 차라리 원인이 플루라면 그냥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고, 플루가 아니라면 고열의 원인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다음 날 다시 병원에 갔습니다. 대신 원래 다니던 소아과가 아니라 얼전 케어(urgent care)로 갔어요.

미국의 얼전 케어는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당장 의사를 봐야 할 때 예약 없이 바로 갈 수 있는 병원입니다. 단순 진료는 일반 소아과보다 좀 더 저렴해서 동네 페이스북에서 인지도가 있는 얼전 케어를 찾아서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전날 소아과에서 진료받은 내용을 말씀드리고, 스트렙(패혈성 인두염) 검사 결과도 다 말씀드렸더니, 플루일 것 같다고 플루 검사를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역시나 결과는 플루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열이 4일째라 타미플루 처방 시기를 놓쳐서 약 처방은 해줄 수 없고, 기다리면 낫는다며 물과 막대 아이스크림이나 열심히 먹이라는 처방을 해주시더군요. ㅎㅎㅎ

미국은 의사 선생님이 약은 안 주시고 물과 막대 아이스크림을 처방해주시는군요. 스윗~ 심지어 의사 선생님이 직접 막대 아이스크림을 꺼내주셨어요. 그래서 진료실에서 제제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독감약으로 처방받아 현장에서 직접 복용했습니다. 같이 간 와플이는 덤으로 하나 얻어먹고요.
일단 고열의 원인을 알았으니 속은 후련해졌고, 막대 아이스크림도 처방 받았으니 이번 병원비는 또 얼마가 나오려나?!?! 뚜둥~ 100불 나왔습니다.
고열로 병원 두 번 다녀오고 이틀만에 30만원 정도가 순간 날아갔습니다. 보험이 있었다면 소아과 진료 한번에 자기부담금 30불만 내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큰 병이 아니라서 다행이었고, 보험이 없는 3주 동안 사고나 다치는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서 다행이라고 위로했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살다가 최근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Moses Lake)로 이사함. 두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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