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체질
제가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집안 여기저기를 마음에 들게 고치다가 드디어 제 적성을 발견했답니다. 알고보니 제가 노가다 체질이더라고요. 그래서 1층 화장실을 리모델링하고, 그 후에 2층 세탁실도 리모델링했어요. 또 최근에는 2층 화장실 리모델링을 하고 있고, 오늘부터는 2층 게스트룸 리모델링을 시작한답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작업을 오직 저 혼자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말 바빠서 미치겠쒀요!!!!! 왜냐하면 인테리어책 작업도 해야 하고, 애들 학교 끝나면 액티비티도 따라 댕겨야 하고, 집에 오면 저녁도 먹여야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리모델링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제 책을 사서 볼 독자들에게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인테리어 교과서 같은 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열심히 노가다를 하러 갑니다~
벽난로 선반 만들기
얼마 전 벽걸이 TV 선을 벽에 매립하는 작업을 혼자 끝낸 후, 자신감이 업되어 다음 프로젝트로 벽난로 위에 선반(mantel)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실 만든다기보다는 이미 원목으로 만들어진 반제품을 사다가 설치하고 페인트칠로 마감을 할 계획이었어요. 그.러.나. 뭐든 쉽게 가는 법이 없는 엘리의 일상! 벽난로 선반 사이즈를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주문을 했지만 선반을 받아 벽난로 위에 올려보면 사이즈가 안 맞는 겁니다!!!
두 번이나 연이어 주문 실패를 하고 보니 기성 제품을 찾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하고 ‘그냥 동네 목수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만들어 달라고 하지 뭐…….’ 하며 좀 더 쉬운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그 목수 아저씨가 저희집 싱크대 하부장의 서랍식 선반을 만들어주신 실력으로 봤을 때 벽난로 선반 정도야 1시간이면 뚝딱 만들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저씨께 벽난로 선반도 만들 수 있으신지 물어봤어요.
“오히려 만드는 게 훨씬 더 간단하고 저렴하지!!!”
하시길래, 조만간 방문하셔서 사이즈도 재고, 제가 원하는 디자인의 사진을 보내 드리겠다고 했어요.
재료비 50불
그런데… 이 목수 아저씨가 성격이 워낙 급하셔서 사이즈를 재러 오시는 줄 알았는데 나무로 깎은 벽난로 선반을 들고 오셨더라고요?!?!?! 이 동네 집 수리며 리모델링을 워낙 많이 해봐서 집 모델에 따라 벽난로 사이즈를 이미 알고 계셨던지라 사이즈 재러 올 필요도 없이 바로 만들기 시작했다며;;; 아…아…니… 그래도 이건 제 스타일이 전혀 아닌데, 디자인 상의도 없이 이렇게……. 게다가 아직 가격에 대한 얘기도 안 했는데……. ㅜ.ㅜ
그리고 무엇보다 그 선반은 통나무집 벽난로에 어울릴 듯한 디자인이었어요. 좀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조심스럽게, 제가 원하는 건 간단하게 크라운 몰딩 올리고, 그 위에 선반만 올리는 심플한 디자인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견적을 뽑아서 메시지로 보내주시겠다고 하시고는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목수 아저씨가 보내주신 견적은… 275불!
반제품 가격이 약 120불이고, 기성 제품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저렴하다고 하셨는데, 뜻밖에 두 배나 비싼 가격! 게다가 재료비는 50불인데, 인건비가 200불이 넘어가다니, 솔직히 좀 납득이 가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싱크대 하부장을 서랍식으로 바꾸는 것도 개당 45불, 65불해서 4개를 200불 약간 넘게 지불했는데, 이 벽난로 선반 작업은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재료비 빼고도 200불이라니…
여기 이사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괜히 이웃끼리 얼굴 붉히는 일 만들어서 좋을 것도 없으니 그냥 맡겨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270불은 너무한다 싶더라고요. 전기톱만 있으면 내가 해도 1시간이면 만들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자 ‘에라이~ 까짓 거! 그냥 내가 만들지 뭐!!!’
그래서 목수 아저씨께는 생각보다 예산이 초과되어 부탁 못 드릴 것 같다고 거절했습니다. 아이고… 어찌나 미안하고 찝찝하던지요. 벽난로 선반을 미리 만들어 오신 게 제일 마음에 걸리더라고요.ㅠ.ㅠ
그리고 애들 데리고 재료를 사러 출발했습니다. 어차피 내가 직접 작업하는 거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으로 해보자~ 하며 목재 코너에 가서 크라운 몰딩 사고, 선반용 나무도 사고, 벽난로 주변에 둘러줄 작은 몰딩도 사고, 그렇게 모든 재료를 50불도 안 되게 구입해서 집으로 왔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크라운 몰딩을 45도 각도로 자르려면 원형 전기톱이 꼭 필요했어요. 그래서 돈 주고라도 자르겠다는 마음으로 동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어요. 다행히 어떤 이웃분이 당장 잘라줄 수 있으니 가져 오라고 덧글을 남겨주셔서 후다닥 잘라 왔습니다. 그것도 공짜로요!!!
생초짜 노가디언 작품
집에 와서 바로 선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생초짜 노가디언이지만, 선반을 올려보니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겠더라고요.
먼저 벽난로 위에 크라운 몰딩과 선반을 지지해줄 지지대 나무를 올린 후 벽에 고정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지지대를 감싸며 크라운 몰딩을 둘러주고, 선반이 될 나무를 그 위에 올려서 고정시키면 끝~!!! 참 쉽죠~잉?^^
앗, 그런데 선반용 나무를 살포시 얹어보니 양 옆이 날개처럼 들리며 뜨더라고요.
겉으로 보기엔 반듯하게 절단된 나무지만 나무 특성상 이렇게 조금씩 휘어지더라고요. 그래도 꾹꾹 눌러가며 네일건으로 쏴서 고정시켰습니다. 크라운 몰딩과 선반 사이에 틈이 좀 있지만 괜찮아요. 그건 실리콘으로 쏴주면 되거든요. 그리고 벽난로 주변에도 예쁘게 작은 몰딩을 둘러줬어요.
페인트칠까지 다 끝내고 나니 벽난로 선반이 그럴 듯하게 완성되었습니다. 270불 아끼고 제가 직접 하길 잘했죠?^^ 그런데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랍니다. 벽난로 앞쪽의 민무늬 타일을 덮어 버리기로 결심했거든요.
그래서 헤링본 무늬의 peel and stick 타일을 사서 붙였답니다. 진짜 헤링본 타일을 설치할까 생각도 했지만 제가 아직 타일 절단까지는 자신이 없고, 타일 작업을 했는데 맘에 안 들면 되돌리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일단 스티커 타일을 붙여보고 맘에 안 들면 떼어낼 작정이었죠. 그리고 또 유행이 바뀔 수도 있으니 그때를 위해서 쉬운 길을 택했어요.
타일 스티커는 간격을 잘 맞춰서 틈이 생기지 않게 꼼꼼하게 잘 붙여주는 게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테두리에 실리콘 작업까지 하고 마스킹 테이프를 조심스레 벗겨 내니 아주 만족스럽게 잘 된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완전히 색다른 느낌의 벽난로가 완성되었습니다. 짜잔~~~~
혹시 스티커형 타일이 나중에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잘 붙어 있고, 특히 벽난로 주변은 뜨겁기 때문에 그 열 때문에 스티커가 들뜰까봐 항상 들여다 봤는데 전~혀 문제 없었어요.
제 책에는 실리지 않을 벽난로 공사 과정과 이런 뒷이야기들, 앞으로도 자주 풀어 드릴게요~^^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엘리네 미국 유아식> 저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