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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미국 쇼핑의 원칙 – 일단 물어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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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미국 쇼핑의 원칙 – 일단 물어나보자!
화면이 깨진 채 배송된 TV ©스마일 엘리

알아야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제가 미국의 서비스직에서 일해 본 경험이라고는 미국 마트 알바 8개월이 전부이지만, 그 짧은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지금까지 실생활에서 잘 써먹고 있으니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는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 모르면 못 받는 서비스, 그것을 꼭 말로 해야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 서비스’가 특징이거든요.
그래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쇼핑 원칙 제1조 1항은 “일단 물어나 보자”가 되었습니다. 물어봐서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되면 좋은 거잖아요?^^ 물론 이것이 자칫하면 진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지만, 배운 여자답게 상식선에서 요구하고, 안 된다고 거절당하면 “즉시 수용 및 빠른 포기”의 미덕을 실천하면 진상까지는 안 될 거니까요.
저는 최근에 새 집으로 이사한 후 방구석 쇼핑을 즐기며 플렉스 중인데요, 여~윽시나 눈으로 직접 보고 사는 게 아니다보니 문제가 생길 때가 있더라고요. 그러나, 저의 쇼핑 원칙 제1조 1항에 의거하여, “일단 물어나 보자”를 철저히 실천한 결과, 늘~ 만족스러운 행복한 결말에 이르렀기에 오늘은 이 경험을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1. 엉뚱한 데 사용된 할인쿠폰 되돌려받아 다시 적용 받기
새 집으로 이사한 후, 거실 크기에 맞는 TV를 새로 구입하려고 메모리얼 데이 세일을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메모리얼 데이 세일 폭이 크지 않다면 독립기념일 세일까지도 기다릴 생각이었죠. 그런데 타겟(Target)에서 전자제품 1개만 10% 할인해주는 쿠폰이 발행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쿠폰을 이용해서 타 사이트와 가격비교를 해본 후 최종 후보를 골랐습니다. 밤에 애들 재워 놓고, 조용하고 신성한 분위기에서 구매버튼 클릭을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고가 제품을 쇼핑할 때는 원 클릭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날 오후에 타겟에서 먼저 생필품들을 주문하고(주방세제, 설탕, 베이킹 소다, 프린터 용지, 프린터 잉크 리필) 그날 밤, 경건한 마음으로 TV 구입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사려던 TV가 세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세일가에, 타겟 전자제품 1개 10% 쿠폰, 그리고 타겟카드로 결제시 추가 5% 할인까지 더하니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지구상 최저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러자 이때부터 제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최저가는 남에게도 최저가! 이제부터는 치열한 시간 싸움! 원 클릭 앞서는 자가 매진의 고통을 피해간다! 번개 같은 속도로 제품명, 제품크기, 배송지 주소를 두 번씩 확인하고 최종 결제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으잉? 전자제품 10% 쿠폰 적용이 안 되어 있는 겁니다! 75인치 TV 가격의 10%면 나름 으마으마한 금액인데, 이게 적용이 안 되다니!!! 다시 홈버튼을 눌러 쿠폰을 확인해보니, 감쪽같이 사라진 내 10% 할인 쿠폰!!!
뭐지??? 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세상에나!!! 39.99불짜리 프린터 잉크가 전자제품으로 분류되어 거기에 10% 할인쿠폰이 이미 적용되어 버렸더라고요. ㅠ.ㅠ 세상에, 이렇게 억울할 데가~!!! 100불도 넘게 할인 받을 수 있는 쿠폰으로 고작 4불 할인 받고 떨어져야 하다니!!! 게다가 프린터 잉크가 전자제품으로 분류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하아~~~ ㅠ.ㅠ
그러나 일단 10% 할인을 못 받더라도 세일 중인 TV가 매진될 수 있으니 망설일 시간이 없었습니다. 결제 버튼을 누르고 뒷일은 상담원과 얘기해볼 심산이었죠. 그때 시각이 밤 11:30분이었는데 늦은 시간이었으나 타겟 상담원을 소환했습니다. 다행히 타겟 고객서비스는 24시간 운영이더라고요.
“제가 TV 사려고 고이 간직해둔 전자제품 10% 할인쿠폰이 프린터 잉크에 적용되었어요. 프린터 잉크가 전자제품으로 분류되는 줄 알았더라면 TV를 먼저 사고 프린터 잉크는 나중에 샀을 거예요. 그래서 혹시 쿠폰 적용을 캔슬하고 TV에 적용해줄 수 있나요?” 이렇게 물어보았죠. 뭐, 안 된다고 하면 포기하고 세일가에 만족하는 수밖에요…

그런데 상담원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속상한 마음 이해해요. 하지만 프린터 잉크도 전자제품이라 쿠폰이 프린터 잉크에 적용되는 게 맞아요.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제가 직접 쿠폰 적용을 해드릴게요. 우리에겐 고객만족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Yeah~~~ 그리하여 결국 세일가에 플러스 10% 할인율 적용 받고, 정말 최최최저가에 원하던 TV를 구입할 수 있었답니다. 진짜, 말이라도 해보길 정말 잘했죠?^^

잘못 적용된 쿠폰을 취소하고 다시 적용 받을 수 있다. ©스마일 엘리

2. 온라인 레인체크 발급되나요?
그런데 이런 우여곡절 끝에 구입한 TV가 화면이 다 깨진 채로 배달이 왔더라고요. ㅠ.ㅠ ‘괜찮아, 교환하면 되니까…’ 하고 다시 상담원에게 교환 요청을 했는데, 아니 글쎄… 이 제품은 이미 매진되어서 당장 교환해줄 제품이 없으니 환불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아니… 어디가서도 이 가격으로 같은 제품을 살 수도 없는데… 그래서 나는 환불이 아니라 교환을 하고 싶은 건데…. ㅠ.ㅠ 그래도 일단 한 번 물.어.나.보.자!
미국에는 레인체크(rain check)라는 제도가 있잖아요. 세일 제품을 구입하러 왔는데 그 제품이 매진된 경우, 레인체크를 써 달라고 하면 다음 번에 그 제품이 입고되었을 때 세일 중이 아니더라도 레인체크를 보여주면 세일가에 살 수 있는 제도죠.
그런데 이것이 과연 온라인 쇼핑에서도 가능할 것인가??? 일단 물어나 봤습니다.
“저기, 이 TV가 세일 중이었고, 10% 할인쿠폰까지 적용 받아서 구입한 건데, 지금 이 제품 재고가 없어서 교환 받지 못하는 거니까, 혹시 레인체크 같은 걸 받을 수 있나요?”

온라인 쇼핑에서도 레인체크 비슷한 것을 발급 받을 수 있다. ©스마일 엘리

그러자 상담원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레인체크를 발행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재구입하실 경우 할인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해 놓을게요. 케이스 넘버를 드릴테니, 다음에 주문한 후에 이 케이스 넘버를 알려주시면 이 금액가 그대로 할인 받을 수 있으실 거예요.”
오오~ 되네, 이거??? Yeah~~~!!! 아마도 제가 레인체크 제도를 몰랐다면 그냥 환불 받고, 최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일단 물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물어봤는데, 이게 정말 될 때의 그 쾌감~!!! 그리고 내가 나라는 못 구해도, 우리집 가정 경제는 구했다는 뿌듯함!!!
이렇게 케이스 번호를 받고, 최저가를 보장 받은 행복한 결말로 타겟 TV 쇼핑기는 막을 내리는 듯했으나, 의외의 전개가 펼쳐졌습니다. 결론은 타겟이 아닌, 베스트 바이(Best Buy)에서 TV를 사게 되었답니다.ㅎㅎㅎ 타겟에서 구입한 75인치 TV가 막상 받아보니 저희집 거실에 놓기에 좀 크더라고요. 타겟에 주문했던 TV가 재입고도 빨리 안 되고, 좀 더 작은 70인치 TV가 나으려나 하고 고민하던 차에, 베스트 바이에서 세일 중인 TV를 발견하고는 바로 주문해 버리고 말았답니다.
주문하면서도 ‘혹시 이 제품이 독립기념일에 더 세일을 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약간 망설여졌어요. 그래서 베스트 바이의 약관을 찬찬히 살펴보니, 배송 받은 후 2주 안에 그 제품이 구입한 가격보다 더 세일을 하게 되면 가격조정을 해준다고 써 있더라고요. 그래서 안전하게 독립기념일 2주 전에 배송을 받는 걸로 요청을 해두었답니다. 만에 하나, 세일을 더 해서 가격이 내려간다면 또 상담원 소환해서 가격조정을 해달라고 요청해야죠.
앞으로 여러분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신다면 일단 꼭! 일단, 물.어.나.보.세.요~~~ 물어보는 건 공짜! 할인 받으면 꿀이득!이니까요.^^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엘리네 미국 유아식> 저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