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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미국 세포라 취업 후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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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미국 세포라 취업 후 적응기
미국 북서부의 '포라 @ KOHL'S 1호 매장

세포라 적응기
돌아왔습니다! 그간 책 작업을 마치고 드디어 마음의 여유를 얻었어요. 책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파트 원고까지 다 넘겼고, 추가 작업 정도만 하면 되거든요. 원고를 넘기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해져서 최근의 근황이랄까? 세포라(SEPHORA)에서 일을 시작하고 난 후 세포라 적응기를 얘기해 보려고요. 세포라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정말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거든요. 시트콤 같이 웃긴 일도 종종 일어나서 그 썰들도 풀어야 하는데 기억을 못 할까봐 걱정. ㅎㅎㅎ 일단 취직썰만 풀고 세포라 입사 후의 과정이나 적응 과정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오늘은 가볍게 미국 세포라 적응기 정도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고용계약서 상의 입사 날짜는 6월 1일이에요. 그날 계약서에 싸인하고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답니다. 세포라가 콜스(KOHL’S) 백화점에 입점하기로 결정되면서 미국 전역에 400여개의 매장이 오픈할 예정인데, 북서부 지역에서는 저희가 1호 매장이고, 두 번째 매장이 11월에 워싱턴주 타코마에 오픈해서 ‘세포라 @콜스’는 현재 두 개밖에 없답니다. 전국적으로 더 많은 세포라 매장이 오픈할 테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동네 콜스 매장의 구인광고를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세포라 @콜스’ 외에도 세포라 직영 매장이 군데군데 있으니 가까운 지점으로 검색해 보셔도 됩니다.

비디오 교육
고용계약서 쓰고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나니 이메일로 엄청난 양의 비디오 교육자료가 도착했어요. 약 360여개의 비디오 교육 메일이 사흘에 걸쳐 도착했는데, 세포라에서 취급하는 제품들에 관한 교육 비디오였어요. 세포라는 단일 화장품 브랜드가 아닌 화장품 편집샵이라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다 보니 정말 배워야 할 게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왼쪽) 이메일로 도착한 약 360개의 비디오 리스트, (오른쪽) 각 제품의 상세한 제품 정보와 새로운 영어 표현, 응대 스킬 등을 메모하며 사흘 밤을 꼬박 새며 공부했다. ©스마일 엘리

짧게는 3분, 길게는 15분짜리 영상들인데, 미국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 저는 새로운 제품 정보, 새로운 영어 표현, 기억해야 할 응대 스킬 등을 메모하면서 보다 보니 꼬박 사흘 밤을 샜답니다. 중복된 메일도 많아서 결국 봐야 할 비디오는 총 160여개 정도였지만, 저는 봤던 것도 복습하는 마음으로 다시 봤어요.
솔직히 제가 미국 원어민이었으면 ‘에라이~ 모르겠다, 일 시작하고 하지 뭐~!’ 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미리 공부를 해 두면 나중에 출근해서 덜 무섭겠지…… 하며 예습하는 마음으로 봤답니다.
무서웠냐고요? 네, 저 엄청 무서웠어요. ㅠ.ㅠ 세포라 매장을 가득 채운 엄청난 양의 제품들을 떠올리며 ‘내가 저걸 다~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서웠어요. 그리고 손님이 와서 무언가 질문을 했는데 제가 대답도 못하고 어리버리하는 상황이 그려져서 매장으로 출근할 일이 정말 무서웠어요.
게다가 화장품 교육만 있는 줄 알았더니 세포라에서 향수와 헤어 제품까지 취급하고 있어서, 세상에~ 제가 향수, 헤어 제품, 헤어 도구까지 전부 다 공부를 해야 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세포라에 정식 출근을 시작했답니다. 이렇게 보라보라한 머리를 하고 말이죠. ㅎㅎㅎ

보라보라한 머리로 첫 출근한 엘리의 모습 ©스마일 엘리

첫 출근
사실 예전부터 보라 머리를 해보려고 염색약을 사두었는데, 세포라의 드레스 코드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비디오 교육에서 빨간 머리 직원이 있는 걸 보고 저도 셀프 염색을 했답니다. 아, 완전 셀프는 아니고 오른쪽은 제가 하고, 왼쪽은 와플이 아부지가 담당한 분업 염색이었죠.ㅎㅎ
콜스 백화점의 경우, 복장 규정은 정해져 있지만 그 외에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어 자유롭게 할 수 있더라고요. 머리 색깔에 대해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준다니 넘나 자유로운 것!!! 미국에 안 살았으면 죽기 전에 보라색 머리는 못 해봤겠죠? ㅎㅎㅎ

아무튼 그렇게 세포라에 첫 출근을 하니, 먼저 줌미팅으로 온라인 교육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흘에 걸쳐 4시간씩 줌미팅으로 전국의 세포라 직원들과 교육을 받았습니다. 온라인 교육이라 만만하게 봤는데 어찌나 질문을 해대는지 사흘 동안 초긴장 상태였어요. 질문도 하고, 발표도 시키는데, 저는 진짜 안 걸리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아직 목소리 안 들어본 사람들이 있다며, “이번에는 목소리 안 들어본 엘리씨~” 하며 제 이름을 콕 집어 부르더라고요. 아놔~~~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포라 온라인 교육 ©스마일 엘리

교육생이 총 65명이었는데, 그 중에 동양인은 저를 포함해 딱 2명이었고, 강사 중 한 명이 동양인이어서 보라 머리의 동양인인 제가 더 눈에 띄었을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다음 날 발표를 하라는데, 이번엔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발표 준비와 예습을 철저히 하고 수업에 임했지요. 저를 지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채팅창에 열심히 답변을 날렸어요.ㅋㅋㅋ 그랬더니 오~ 다행스럽게 발표를 따로 시키지는 않고 채팅창에 답변한 것들을 읽으며 넘어가더라고요. 그러니 혹시라도 세포라 입사해서 온라인 교육 받으시는 분들은 발표하가 싫으시면 채팅창에 열심히 답변하시면 됩니다. ㅎㅎ

그렇게 모든 온라인 교육이 끝난 후에 트레이닝 제품들을 한가득 받게 되었습니다.

세포라의 교육용 탑 셀러 제품들 ©스마일 엘리

세포라에서 판매중인 제품 중에서 잘 나가는 제품들 위주로 교육용 제품을 받게 되는데, 약 1200불 상당이고 더욱이 제가 사려던 제품들도 들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사실 스킨케어 제품은 제가 직접 써보지 않으면 판매할 때 자신이 없는데, 이렇게 탑 셀러 제품들을 직접 써볼 수 있으니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제일 좋았던 제품은 클리니크의 클렌징 밤과 Dr. Dennis Gross의 Alpha beta daily peel이었어요. 저는 맘에 드는 제품을 찾으면 오래 충성하는 스타일이라 클렌징 오일은 15년, 마스카라는 13년 동안 한 제품만 써왔어요. 그런데 세포라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써 볼 기회가 생기니 이렇게 변심의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엘리 본색
이렇게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도 세포라에 점점 적응이 되어가니 이제 슬슬~ 눈치를 보며 제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매장의 캐비넷과 서랍을 열면 정리정돈이 안 되어 있어서 좀 스트레스 받았거든요. 캐비넷 안에 종이백을 저렇게 쌓아 놓는데, 꺼낼 때마다 우르르 무너져서 다시 정리해야 하고, 그럼 뭐하나요? 다른 사람이 꺼내면 또 무너져 있는 걸…….
‘아니, 이걸 나만 불편하게 느끼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정리할지 몰라서 못 하는 건가?’ 답답하게 여기던 차에, 동료들과 친분도 좀 생기고 해서 내가 살짝 손을 대고 분위기를 봐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창고에 버려진 박스들을 가지고 서랍식 수납함을 만들었어요. 서랍처럼 쭉 잡아 당기면 되고, 종이백도 무너지지 않으니 얼마나 편하게요~ 이게 바로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수납함에 메모를 남겨뒀어요. ‘이렇게 바꿔 봤는데 혹시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바꿔도 된다’고요.

(왼쪽) 꺼낼 때마다 우르르 무너지는 종이백들(Before), (오른쪽) 버려진 빈 박스 주워다 만든 종이백 수납함(After) ©스마일 엘리

다음날 출근했더니 동료들이 다들 고맙다, 덕분에 너무 편해졌다, 너무 맘에 든다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저희 매장의 종이백 수납은 이 시스템으로 유지하게 됐답니다.
서랍들 안에도 물건이 막 뒤섞여 있어서 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빈 티슈통을 모아서 문구류와 비품들을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몇 개의 티슈통만 있어도 훨씬 더 정리정돈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왼쪽 위) 물건들이 어지럽게 들어 있는 서랍(Before) (나머지) 빈 티슈통과 종이 박스들을 이용해 서랍의 문구류와 비품을들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After) ©스마일 엘리

그렇게 일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동료들과 매니저들에게 인정받으며 즐겁게 일하던 어느 날, 미국 전체 콜스 백화점 체인의 CEO가 저희 매장을 방문한다는 거예요. 저희 매장은 완전 초비상이 걸렸죠. 직원들이 열심히 청소하면서 긴장된다며 난리난리~!!! 마치 연예인 만나는 듯 흥분해서 야단법석인데, 저는 미국인이 아니라 그런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게다가 저는 3시면 근무 끝나고 집에 갈 거니까 못 볼 수도 있으니 저에게는 그냥 한 명의 미국인 같은 느낌이었죠.
그런데 제가 집에 가려고 가방 들고 나오는데 마침 그 CEO가 도착해서 입구에서 콜스 매니저들과 슈퍼바이저들이 인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동료들한테 집에 간다고 안녕~ 하고 가려는데 동료들이 저를 붙잡고는, “그냥 지나가지 말고 가서 인사하고 네 소개하고 가. 그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거야.”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 몰랑!!! 난 못 해!!! 내가 일하고 있었어도 ‘나한테 말 걸지마, 말 걸지마’ 하면서 도망갔을 거야.” 했죠.
그리고 출구로 나가며 그쪽을 쳐다보니 콜스 매니저가, “엘리, 퇴근하는 거야?” 하는 순간, 이 미친 발걸음이 CEO를 향하며 손을 내밀고 있었네요. ㅎㅎㅎ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엘리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하며 덥썩 콜스 CEO의 손을 잡아 버린 나!!! 따뜻하게 제 손을 잡아주시며, 세포라에서 일하는 것은 어떠냐고 질문하시는 콜스 CEO님.
“여기서 일하는 거 너무너무너무 좋아요. 동료들도 너무 좋고요, 일하는 동안 정말 많이 배우고 있고, 제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져서 너무 행복해요.”
이런 사탕발림 멘트가 술술~~~ 그런데 또 이게 너~무 사실이기도 했어요. 아무튼 그렇게 홀린 듯이 콜스 CEO와 얘기를 나눈 후, 빠이~ 하고 나왔죠. 이 정도면 저 적응 잘하고 있는 거죠?^^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 정보, 일상생활, 문화 차이, 여행기 등을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이자 <엘리네 미국 유아식> 책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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