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약값이 100만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미국에서 내시경 한 사연 이후, 또 한번 눈물을 흘릴 뻔한 일이 있었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혈변 때문에 두달 여를 눈물로 보내다가 그 비싼 내시경을 한 후, 암은 아니고 평생 안고 가야 할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판정을 받고 마치 새 삶을 얻은 것처럼 기뻐했던 것도 잠시. 몇 시간 뒤 약국에서 다시 한 번 미국 의료비의 쓴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전송한 약국에 약을 찾으러 갔더니 한 달분이 처방이 되었지만 지금 재고가 6일분밖에 없으니 우선 6일분을 받아가고 일주일 뒤에 나머지 약을 받으러 오라며 45불을 청구하더군요. 6일분에 45불? 뭔 약이 이렇게 비싸??? 하며 집에 와서 제가 처방받은 약을 검색하던 중 읽게 된 어느 여자분의 사연인즉,
그녀도 저와 같은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 받았는데 약을 받으러 갔더니 자기 보험사에서 커버를 하고도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600불이라며, 아이 둘과 네 가족이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게 살아왔지만, 매달 600불을 약값으로 지불하는 것은 너무 부담이 되고,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죄책감이 느껴진다는 글이었습니다.
그 글을 보고 저도 아뿔싸! 6일분에 45불이면 한 달에 얼마지? 하는 생각이 들어 계산기를 두드려봤죠. 그랬더니 한 달 분은 225불? 도대체 전체 약값이 얼마길래 하고 검색을 해보니 전체 약값은 30일분에 1,116불이었습니다. 세상에!!! 무슨 약값이 한 달에 100만원도 넘는 거야???
그나마 보험이 있어서 나는 225불만 내면 되는 거라 해도 완치도 없이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몇 년을 계속 이렇게 약값으로 써야 하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저 사연의 여자분으로 급 빙의.
아이 둘과 네 가족이 경제적으로 그럭저럭 밥은 먹고 살아왔는데, 매달 이렇게 200불이 넘는 금액을 약값으로 지불하는 것은 부담도 되고,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죄책감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내가 가진 건 이 건강한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다고 자부했거늘…
약 할인 쿠폰
그날 밤 저 잠 못 잤잖아요. 그리고 밤새 인터넷 검색했습니다. 도대체 궤양성 대장염이 뭔가, 왜 발병하는 건가 막 검색도 하고, 처방약에 대해서도 검색하고, 그렇게 정보의 바다를 헤매던 중!!! 심봤다!!! 쇼핑의 천국, 쿠폰의 천국 미국에는 세상에! 약 할인 쿠폰도 있더라고요. 심지어 80% 할인 쿠폰!!!
앗, 그런데 이건 보험이 없는 사람만 해당이 된다지 뭐예요? 저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혹시나 미국에서 보험 없이 생활하시는 분들이 약 처방 받으시면 바로 약국으로 가지 마시고 처방 받은 약이 무엇인지 이름을 확인하신 후, 인터넷 검색창에 약 이름 넣고 쿠폰을 검색하셔서 꼭! 꼭! 쿠폰 출력해서 가시라고 하면 되겠다며 기쁜 마음으로 일단 이 정보는 제 머릿속에 입력 완료~!
그래, 80% 할인 쿠폰도 있는데 보험 있는 사람들의 쿠폰도 있을 거야! 생각하며 열심해 검색을 해보니 뙇~ 하고 나타난 30불짜리 제조사 쿠폰!!!
보험이 있는 사람들은 보험 적용 후 30불만 내면 되는 쿠폰이었어요. 225불짜리 죄책감은 30불 제조사 쿠폰의 발견으로 즉시 사라지고, 쿠폰은 로또 복권보다 더 소중하게 제 지갑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약값 본인 부담금 45불
그리고 일주일 뒤 약을 찾으러 가기 전날, 보험사의 웹사이트에 의료비 청구내역 업데이트된 것이 있나 확인을 하다가 보험사에서 제 처방약은 몇 퍼센트나 커버가 되는지 보았더니, 어머! 세상에!!! 제 보험사에서는 그 약을 거의 다 커버하고 한 달 본인 부담금인 45불만 지불하면 되는 거였지 뭐예요?
그러니까 6일분 약을 받아올 때 이미 한 달분 약값을 다 지불했던 것인데, 저는 그 금액이 6일분이라고만 생각하고 나머지 24일분을 더 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30불짜리 쿠폰도 찾아놨는데 이미 45불을 지불했으니 이번달은 안 되겠고, 다음달에 30불 쿠폰의 기쁨을 맛보기로 하고 고이 접어 아껴두었습니다.
돈 쓰기 전에 인터넷 검색
그리고 한 달 후, 다시 약을 타러 가는 날이 되었죠. 약을 찾고, 결제 직전 ‘혹시 쿠폰 적용이 안 된다고 하면 어쩌지?’ 하며 두근대는 마음으로 살포시 30불짜리 제조사 쿠폰을 내밀었습니다.
그랬더니 45불이던 결제창이 띠링~ 소리를 내며 30불로 바뀌더라고요. 오호~!!! 역시 쿠폰 천국 미국!!! 정말 미국은 뭐든 찾아보고 스스로 알아봐야지, 안 그러면 손해보는 게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처방약에도 쿠폰이 적용될 줄이야!!!
심지어 이 쿠폰은 6개월간 지속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쿠폰이에요. 1,116불짜리 약을 쿠폰으로 30불에 살 수 있다니!!! 미국에서는 뭐든 돈 쓰기 전에 인터넷 검색의 생활화가 꼭 필요함을 다시 한번 배운 날이었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