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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미국에서 학군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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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미국에서 학군이 중요한 이유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와플이 ©스마일 엘리

로케이션? 학군!!!
여러분, 미국에서 집 살 때 첫째도 로케이션, 둘째도 로케이션, 셋째도 로케이션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좋은 로케이션이란 동네도 좋아야 하고, 상권 접근성도 좋아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바로 학군!!! 이것은 아마도 남극과 북극을 빼고는 “전 세계 월드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월드룰을 우습게 봤다가 완전 ‘딥빡’친 후, 다음부터는 절대 학군만큼은 타협하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4점 짜리 학군
저희가 모제스 레이크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되었을 때, 제가 맨 먼저 한 일이 그 지역 초등학교 학군을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그곳 초등학교 수준은 처참했습니다. 학교 평점 10점 만점에 거의 3점 아니면 4점. 그 중에 제일 학군이 좋다는 곳이 6점. 남편의 이직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학교 때문에 무를 수도 없고, 그곳에 뼈를 묻을 것도 아니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괜찮아, 와플이는 이제 킨더고, 이곳에서 학교를 오래 다녀봤자 초등학교 4~5학년까지인데 초등교육은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그리고 막상 모제스 레이크에 도착했을 때, 집 지을 지역이 4점 짜리 학군이어서 6점 짜리 학교와 잠시 고민을 했지만, 4점과 6점 사이에서 갈등하는 게 마치 ‘학교’와 ‘핵교’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냥 새 집을 선택하면서 자연스레 와플이의 학교는 4점 짜리 학교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기가 시작되어 선생님과 면담을 해보니 선생님이 너무 좋으셔서 학군 걱정 따윈 까맣게 잊어 버렸죠. 물론, 인터넷에 보면 도시에 있는 학교의 킨더 학생들은 이미 글도 줄줄 읽는다는데 와플이네 학교는 ABCD부터 시작하길래 확실히 시골학교라 좀 뒤쳐지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와플이는 학교를 너무 좋아하고 선생님도 좋아해서 그거면 충분하다 생각하며 학교 생활을 잘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학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4점 짜리 학교의 어마어마한 구멍을 보게 되었네요.

4점 짜리 선생님
처음 3월~4월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였으니 온라인 수업 준비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했어요. 그런데 학기가 끝나는 6월까지도 온라인 수업은 하루에 딱 10분, 담임 선생님과 아침에 온라인 미팅을 하는 것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진 숙제를 하는 것이었는데, 그 숙제라는 것도 5분~10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것들이었어요. 결국 하루 중 약 20분 정도만 학교 활동을 하는 것이니 와플이는 그냥 풀타임 백수와 다를 게 없었지요;;;
에휴~ 보다 못한 이 에미가 와플이 쓰기책도 만들어서 와플이가 좋아하는 포켓몬을 주제로 글쓰기 놀이도 하고, 워크북도 규칙적으로 풀게 하고, 그리기, 오리기 등등 액티비티를 시켰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들도 그동안 온라인 수업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좀 더 체계적으로 수업을 하겠거니~ 하면서 지난 학기에 대해선 뒤돌아보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와플이는 뚜둥~ 1학년이 되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구글 크롬북도 받아오고,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사전면담도 하고, 아주 기대에 찼어요. 사실 이때 저희는 이미 쌔애틀 쪽에 아파트를 구해 남편이 혼자 거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쪽 주소로 전학을 시켜도 됐지만 어차피 온라인 수업이라면 학교에 직접 갈 일도 없으니 친구들이 있는 이 학교에서 수업을 계속 듣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그대로 1학년을 올려보낸 거였어요.
본격적인 첫 수업을 앞두고 와플이의 구글 크롬북을 세팅해 놓기 위해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첫 화면에 락이 걸려 있고, 비번 넣는 곳도 없어서 몹시 당황! 그래서 학교 엄마들의 페이스북 그룹 모임에 물어보려고 들어갔더니 이미 이 문제로 글이 올라와 있었고, 저는 덧글을 보고 해결을 했습니다.
그렇게 첫 화면에 입성하자, 그 다음 단계는 유저 네임과 비밀번호를 넣으라는데, 아무것도 안내 받은 게 없어서 또 다시 당황! 그래서 다시 페북의 학부모 그룹에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또 엄마들이 같은 문제로 이미 질문과 덧글이 달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얻은 정보대로 유저 네임과 비밀번호를 입력했건만 계속 오류가 떠서 슬슬 빡이 치기 시작했어요.
이미 늦은 시간이라 해결할 방법은 없고, 다음날 아침 학교에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안 받더라고요.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세팅을 해놔야 하는데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선생님한테 문자를 보내도 답은 없고…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그날 아침 미팅을 놓치고, 그날 수업은 그렇게 끝나 버렸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혹시나 하고 와플이가 킨더 때 사용했던 QR코드를 스캔해보니 유저 네임이 뙇~ 하고 뜨는데, 이런 즈엔장!!! 라스트 네임 뒤에 생뚱맞은 숫자 2개가 붙어 있네요. 아니 누가 안내를 좀 해주던가!!!
얼떨결에 유저 네임은 알았으니 이제 비번만 넣으면 되는데, 이제는 비번이 계속 틀렸다고 나오네요. 소문자 조합, 대문자 조합을 수십 번을 해봐도 안 되니까 이제 진짜 깊은 빡침이 올라왔습니다. 마침 그때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는데, 비번 뒤에 마침표가 하나 붙어 있네요. 수박!!! 씨발라먹기 힘들어서 못해먹겠네!!!
힘겹게 유저 네임과 비번을 알아낸 후, 아침 미팅은 놓쳤지만 사전면담 때 선생님이 그날그날 아이들이 해야 할 과제를 온라인 상에 올려 놓겠다고 했으니 과제라도 시켜야겠다 하며 구글 클래스룸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면담 때 분명히 수학 과제, 쓰기 과제 등 엄청 많은 학습 준비를 해놓은 것처럼 말하더니 텅텅 비어 있었어요. ‘그래, 첫날이니까 그럴 수 있지, 뭐…’ 하면서 다음날 미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겼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 미팅이 시작되기 10분 전에 와플이는 수업 준비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선생님이 미팅룸을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우리 와플이는 전날 놓친 첫 수업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아침에 알람소리 듣고 혼자 일어나서 스스로 샤워재계하고 옷 입고,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님과의 미팅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뚜둥~ 미팅이 9시인데, 5분 전, 4분 전, 3분 전… 그리고 9시 1분이 지나도 선생님이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15분을 기다리다가 혹시 내가 또 삽질해서 엉뚱한 곳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싶어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숙제 올려진 게 있으면 그거라도 하자 싶어 들어가보니 오늘도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어요. 첫 날은 첫 날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이틀째 되는 날에도 아무것도 안 올려 놓으면 이 선생님은 수업 준비를 전혀 안 했다는 얘기잖아요? 온라인 수업이 하루에 30분밖에 안 되는데, 아무 과제도 없다면 와플이는 이렇게 또 한 학년을 풀타임 백수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건데… 하아~

9점 짜리 학군
제가 이렇게 단전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딥빡에는 이유가 있었답니다. 저는 이미 이사갈 동네의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해서 지역 정보나 학교 정보, 소식 등을 염탐하고 있었는데, 씨애틀 쪽은 개학이 모제스 레이크보다 빨라서 8월말부터 이미 학기가 시작되었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의 온라인 스쿨 스케줄을 알게 됐는데, 시간표가 딱 나와 있고 온라인 수업도 꽤 체계적으로 짜여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와플이네 학교도 지난 3개월 간의 온라인 수업 경험과 두 달 간의 방학 동안 학교와 선생님들이 수업 계획을 세웠을 테니, 새 학기부터는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할 거라는 기대를 했던 거죠.
그런데 수업 시간이 지나도 선생님이 안 나타나고, 수업은 하루에 30분으로 끝. 그 외에는 어떤 스케줄도 없고, 그렇다고 대체할 숙제나 액티비티를 주는 것도 아니고. 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속이 타들어가고 있던 9:53분에 드디어 담임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시작했어요. 난 이게 더 쉬운 방법일 줄 알았는데… 양해 부탁드릴게요. 제가 아직 접속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 미안해요.”
진짜 이 메시지를 받는 순간 “으아아아아~~~~!!!!” 하며 분노 게이지 고점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9:55분에 저는 이미 와플이의 전학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어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필요한 서류들 바로 스캔해서 전학 신청서를 제출해 버렸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수업에 참여 안 시켰어요. 수요일에 전학 승인이 났고, 새 학교로부터 연락이 와서 수업에 필요한 아이패드와 학용품, 수업자료들을 지급할테니 목요일에 와서 받아가라고 하더라고요. 이 학교는 뭔데 또 이렇게 일이 일사천리야? 아이패드를 받으러 왕복 6시간 넘게 운전해서 씨애틀까지 가야 하다니… 그래서 ‘저에게 아이패드가 있으니 그걸로 당분간 수업을 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아이패드에 모든 학습 프로그램이 다 세팅되어 있어서 학교에서 지급한 아이패드로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휴~
“얘들아, 옷 입어라! 씨애틀 가즈아~!!!”

그렇게 후다닥 챙겨 입고 아이패드 받으러 3시간을 달려 씨애틀까지 갔답니다. 학교에서 받은 아이패드와 학용품, 학교 수업 스케줄을 받아든 저는 정말 지인~짜 진짜로 격하게 감동했습니다. 아이패드 안에 어플 정리된 것부터가 너무나 체계적인데다가, 모든 설정도 다~ 완료되어 있었고, 수업에 필요한 어플들도 너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거든요. 게다가 온라인 수업 시간도 정규 수업 못지않게 잘 짜여져 있었어요. 오전 8:30분에 30분간 아침미팅, 이후 영어 수업, 오후에 수학 수업,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체육 수업과 미술 수업까지. 그리고 수업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해야 될 과제들까지 이미 다 올라가 있어서 정말 이 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철저히 했구나! 하는 걸 한눈에 딱 알 수 있었어요.

새 학교에서 제공 받은 수업 계획서 ©스마일 엘리

그래서 그 학교의 평점은 몇 점이었냐고요? 9점이었어요. 9점 짜리 학교와 4점 짜리 학교 교육의 질을 확실하게 체험하게 된 셈이죠. 와플이는 다음날부터 바로 새 학교의 온라인 수업에 참여했는데, 수업에 임하는 선생님들의 자세 역시 확실히 진지했어요. 와플이 킨더 샘이 너무 좋으신 분이었지만, 온라인 수업할 때 껌을 씹으면서 미팅을 하시는 걸 보고 뜨악한 적이 있었거든요.

제 글만 읽으시고 혹시라도 학군이 나쁜 곳은 선생님의 자질이나 수준도 낮은 건가? 하고 오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랍니다. 선생님의 자질이나 수준은 그 선생님 개인의 역량과 성향이고요,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로 옮겨가실 수도 있거든요. 학군을 결정하는 요소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인종비율, 저소득층 비율 등을 포함해서 다각도로 평가가 돼요. 하지만 좋은 학군의 선생님들 능력과 수준이 덜 좋은 학군의 선생님들보다 우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죠. 미국 공립학교의 재정은 학부모 기부액과도 큰 관련이 있는데, 기부액이 많은 학교일수록 선생님과 수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질 좋은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거든요. 또 기부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학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이 높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서 학교 평점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학군은 결국 학부모의 경제력, 학력과 깊은 관계가 있고, 그것이 곧 좋은 동네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집을 살 때는 반드시 로케이션, 즉 학군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저도 이번 일을 통해 학군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