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S에 등록하기
셀러가 혼자서 집을 팔려고 할 때 zillow 같은 부동산 웹사이트에 스스로 매물 리스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얼터들은 MLS(Multi Listing Services)라는 부동산 매매 데이터 베이스에 리스팅을 하고, 이곳에 리스팅된 매물은 자동으로 수십 개의 각종 부동산 웹사이트에 동시에 등록이 됩니다. 그래서 리얼터들은 바이어가 원하는 조건의 매물을 이곳에서 검색해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MLS에 리스팅을 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 라이센스가 있는 브로커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리얼터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자~ 이제 혼자서도 집을 팔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리얼터를 고용하지 않고도 MLS에 집을 등록할 수 있는 “MLS flat fee listing service”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부동산 라이센스가 있는 브로커 업체들이 sale by owner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MLS 리스팅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런 업체들은 MLS 리스팅뿐만 아니라, 집 매매가를 분석해서 매매 희망가격을 결정하고, 오퍼를 봐주는 조건 등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서 패키지로 판매하는데, 가격은 보통 99불에서 500불까지 다양합니다. 그래서 셀러가 자신에게 필요한 항목이 들어 있는 패키지를 구입하면 MLS 리스팅부터 오퍼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비용은 500불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구글에서 “flat fee listing service”를 검색하면 수백 개의 업체와 수천 개의 패키지가 나옵니다. 그 중에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패키지만 팔아먹고 실제 리스팅은 해주지 않는 먹튀 회사도 있더라고요. 어떤 리스팅 업체의 어떤 패키지를 구입해야 하는지는 다음 호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셀러(seller) 준비 서류
이때 셀러가 준비해야 할 서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seller disclosure인데요, 집에 큰 하자가 있어서 수리한 적이 있거나, 바이어가 꼭 알아둬야 할 집의 문제 등을 기록한 서류입니다. 쇼잉이 끝난 후에 오퍼를 하려고 하는 바이어의 리얼터에게 양식을 요청해서 작성한 후 보내주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 2층 샤워부쓰 누수 문제를 기재했고, 빌더가 직접 수리했다고 썼어요.)
오퍼를 받은 이후부터는 바이어 리얼터가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보내주고, 셀러는 서류를 읽고 사인해서 다시 보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심지어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서 서명할 것도 없이 클릭-클릭-클릭 몇 번만 하면 끝납니다.
명의 이전과 모기지 완납 등의 처리는 타이틀 회사에서 준비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셀러가 직접 준비해야 할 서류는 없습니다. 타이틀 회사는 직접 선택하셔도 되고, flat fee listing service와 연계된 곳으로 하셔도 돼요. 저는 리스팅 서비스 업체와 연계되어 있어서 바이어의 오퍼를 수락하자마자 바이어가 곧바로 타이틀 회사에 매매동의서와 계약금을 입금해서 리스팅 이후 제가 할 일은 정말 하나도 없었답니다.
만약 서류의 내용을 잘 몰라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불안하시다면 변호사(real estate attorney)를 찾아 비용을 지불하고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주에 따라서는 변호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제가 전에 살았던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그랬어요), 지금 살고 있는 워싱터주는 변호사 없이 타이틀 회사에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집에 큰 문제가 없고, 집 관리와 스테이징, 사진 촬영만 잘 준비한다면 이렇게 혼자서도 충분히 집을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완전히 리얼터 없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바이어의 리얼터가 있기 때문이죠. 바이어의 리얼터도 결국 이 거래를 성사시켜야 커미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매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셀러를 도와주거든요. 바이어 리얼터는 물론 바이어의 입장을 대변하지만 집 매매를 성사시키려면 셀러에게 불리하게 진행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바이어 리얼터도 결국 셀러 편인 것 같다고 불평을 하시는데, 아마도 이런 맥락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셀러에게는 리얼터가 필요가 없냐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필요하다’입니다. 오퍼를 주고받을 때 리얼터의 노하우와 테크닉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리고 바이어와 딜을 하다보면 껄끄러운 상황이 있고, 그때 상대방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계약이 잘 진행되도록 중재하는 역할도 해줍니다. 또한 머리 아프게 스스로 공부하고 신경쓰는 게 힘든 분들은 당연히 리얼터의 도움을 받으시는 게 훨씬 좋은 방법입니다.
비공식 쇼잉
MLS에 정식 리스팅이 되기 전에 제가 동네 페이스북에 곧 집을 팔게 될 거라고 글을 올렸더니 한 커플이 집을 보고 싶다고 해서 비공식 쇼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커플의 약혼남이 부동산 중개회사를 운영하는 브로커였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순진한 초보 셀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테크닉을 시전하면서 저에게 오퍼를 넣을 예정인데 조건은 오피스룸의 가구와 인테리어를 통째로 두고 갈 것, 거실의 섹셔널 소파도 두고 갈 것, 세탁기와 드라이 두고 갈 것! 그리고 제가 최대한 내릴 수 있는 최저가격이 얼마냐고 묻더라고요.
이 가구들은 모두 제가 새집에 이사 들어오면서 구입한 새 제품이라 8개월밖에 사용 안 했는데, 어떻게 귀신같이 새 제품들만 쏙쏙 골라서 놓고 가라는 건지… 거기다가 원하는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 게 아니라, 최저가격이 얼마냐라니!!! 셀러 리얼터 없다고 나를 호구로 보는 건가 싶어서 자존심 상하고 엄청 기분 나쁘더라고요. 그래서 안 팔아도 좋다는 심정으로 저도 쎄게 나갔습니다. 가구들은 집 값과 별개로 매매계약서를 따로 작성하고, 집값은 리스팅 가격보다 내릴 생각이 없으니 그쪽에서 만족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 보라고요.
그러던 중 첫 공식 쇼잉 후 바로 오퍼가 들어왔고, 리스팅 가격보다 5000불 높은 가격이어서 바로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그 리얼터 커플에게는 집 펜딩됐다고 메시지를 보냈지요.^^ 미국에서 집팔기 동영상은 유투브 ‘smileellie 스마일 엘리’ 채널의 미국에서 집팔기 1, 2편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