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건강 [건강 정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이유

[건강 정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이유

0
[건강 정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이유
저혈압은 아침에 혈압이 낮아 좀 멍한 경우가 있다. ©PTS Coaching

게으름뱅이?

학교에 다닐 때는 물론, 직장인이 되어서도 나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엄마가 깨우면 일어나 식탁에서 눈을 감은 채 아침을 먹고 다시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어 침대에 누웠다. 덕분에 역류성 식도염이 생겼다.

학교 다닐 때는 출석이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절대로 지각을 하지 않았지만, 직장인이 된 후로는 늘 늦어서 거의 날마다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돈이 아깝다기보다는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이 컸다.

성인으로서 지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겠다고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본 것만 3번이었지만, 결국은 모두 실패했다.

나는 이른 아침에는 병든 닭처럼 맥을 못 추고 책상에 엎드려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오전 11시가 지나야 머리가 좀 맑아졌다. 그리고 밤이 되면 눈이 반짝이고, 온갖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걸 공책에 적고 그림으로 그리면서 늘 늦게 잠들었다.

심장이 갑자기 막 뛰어

어느 날 계단을 올라가는데 심장이 갑자기 저 혼자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하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현기증이 났다. 계단 난간을 붙잡고 가만히 서 있으니 심장 뛰는 게 서서히 가라앉았다.

어느 날은 치과에 갔다가 집에 걸어오는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며 식은땀이 확 나더니 호흡곤란이 와서 길거리에서 구석진 자리로 겨우 걸어가 길바닥에 쓰러졌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게 느껴지는데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원피스 입은 처녀가 길바닥에 쓰러지니 내가 들고 있던 양산으로 치마를 가려주며 괜찮냐고 계속 물었다. 다행히 나는 곧 괜찮아졌다.

그리고 목욕탕이나 사우나에 가면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차가운 벽에 등을 대고 찬물에 적신 수건을 얼굴에 덮고 있어야 했다. 한번은 집에서 혼자 목욕하다가 기절한 적이 있다. 얼굴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뇌진탕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저혈압입니다!

직장에서 신체검사를 했는데 저혈압에 심장 부정맥이라고 나왔다. 너무 놀라서 겁을 잔뜩 집어먹고는 큰 병원에 가서 심장 CT를 두 번이나 찍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CT를 찍을 때마다 내 심장은 너무나 평온하여 부정맥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어쨌든 심장은 정상!

의사의 얘기로는 저혈압은 특별한 증상도 없고 치료법도 없었다. 고혈압은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지만, 저혈압은 약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좀 힘든 경우가 있지만, 그냥 그런 줄 알고 살면 된다고 했다.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었다. 그래서 고맙게도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여행을 가면 남편은 늘 새벽 일찍 일어나 나와 함께 일출을 보고 싶어 했고, 나는 일출 따윈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뭘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고역일 뿐. 처음엔 나름 노력하며 일출을 보러 나갔지만 나에겐 새해 일출도 의미가 없으며 그저 잠이 보약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로는 그냥 잔다.

사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남편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해질 무렵, 지는 해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하거나, 노을을 보며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가만히 앉아 있는 것, 그게 나에게는 가장 평안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몇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결국 서로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남편은 지금도 나와 함께 일출을 보고 싶어 하지만, 내가 늘 싫다고 하니 이제는 혼자 나가서 일출을 보고 조깅을 한다.

아침형 인간 vs 저녁형 인간

어른이 된 후로 나는 자기계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아침형 인간이 되면 인생을 훨씬 더 생산적으로 살 수 있고, 인류의 수많은 위인들이 거의 다 아침형 인간이었다는 글을 읽고 나도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해 보려고 또 여러 번 시도를 했다. 결과는 역시나 번번이 실패. 마음 속에 쌓이는 자괴감에 ‘아, 역시 나는 게을러서 안 되나보다.’ 하고 자포자기했다.

원인은 저혈압?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혈압은 왜 아침에 일어나기가 이렇게 힘든 걸까? 그래서 이불을 돌돌 말고 누운 채 검색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맙소사! 내가 그동안 의아하게 여겼던 모든 일들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혈압은 보통 120/80mg을 정상이라고 하고, 최고 혈압이 100mg보다 낮으면 저혈압이라고 한다. 심장과 동맥이 수축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혈압이 정상적인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혈압은 잠자는 동안 낮아졌다가 아침에 일어남과 동시에 높아진다. 그런데 저혈압인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도 혈압이 서서히 높아지기 때문에 뇌와 온몸에 혈액과 산소를 빨리 공급하지 못해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거나 어지럽기도 하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혈압이 높아져 저녁형 인간의 패턴이 되기가 쉽다.

그리고 더운 여름이나 목욕탕에 들어가면 혈관이 늘어나 혈압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고 실신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노인들의 경우 실신으로 인해 2차 골절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계단을 오를 때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는 것은 느린 혈류를 보충하기 위해 심장이 급격한 운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지 박약 아니야

따라서 저혈압인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때, 그것을 의지 박약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모든 저혈압을 가진 사람이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내가 지각한 적이 없었던 것을 보면 필요한 상황에서는 아침형 인간으로 살 수 있다. 그러나 방학을 하면 바로 저녁형 인간으로 돌아왔다. 학교를 오래 다니고 성인이 되어도, 반드시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바로 원래 패턴으로 원상복귀했다.

그리고 알고보니 저녁형 인간들 중에도 위인이 많았다. 근대 이성과 합리주의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아침 11시까지 침대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스웨덴 여왕이 그를 초빙해 새벽 5시부터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그의 면역체계가 약해져 몇 달 후에 죽고 말았다고 한다.

또한 최근 여러 나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PER 3’ 유전자의 길이의 차이에 따라 나뉜다고 한다. 유전자가 서로 다른 것이다. 그리고 IQ와 창의력은 저녁형 인간이 더 우수하지만, 집중력이 정점을 찍는 시간이 아침형은 오전, 저녁형은 오후부터 저녁 6시이기 때문에 시험 성적은 아침형 인간이 더 높게 나온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직장인들도 똑같아서 독일에서는 아침형 인간에게는 야근에 배치하지 않고, 저녁형 인간은 아침 근무에 배치하지 않는 방법으로 직원들을 배려한 결과 두 유형 모두 업무 효율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내 컨디션에 따라 하루를 느리게 시작해서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고, 8시간 자는 생활 패턴을 유지하며 내 삶에 만족하며 살다가 후회없이 죽으면 그게 제일 좋은 삶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