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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의 사람 이야기] 비상을 꿈꾸는 골퍼, 제니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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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의 사람 이야기] 비상을 꿈꾸는 골퍼, 제니퍼 장
2019년 Q스쿨을 통과한 제니퍼 장 선수의 모습 ©제니퍼 장 선수 제공
제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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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864) 477-0643

골프의 천국
필자가 미국에 오면서 내심 설렜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골프를 싸게 자주 칠 수 있겠다는 희망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필자가 속한 커뮤니티의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골프를 치지 않아 내 캐디백 속 클럽들은 언제쯤 햇빛을 보게 될지 기약이 없었다.
그러다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토요일 아침,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이를 한글학교에 데려다준 후 오랜만에 골프 연습장으로 차를 돌렸다. 그런데 5년이라는 공백이 너무 길었던 것인지, 예전의 감을 금방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내 어리석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치는 공마다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중들이 안다.”고 말했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명언을 온몸으로 깨우친 날이었다.

캐리(Cary, NC) 출신 골프선수 제니퍼 장
골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노스 캐롤라이나 캐리(Cary) 출신, 2020년 전미 대학생 골프선수 랭킹 1위에 빛나는 제니퍼 장 선수를 만나보기로 하자.
제니퍼 장 선수는 1999년 미주리주에서 한인 2세로 태어나 10살 때 노스 캐롤라이나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아빠를 따라 골프장에 갔다가 골프를 배우게 되었다. 고교 시절 4년 연속 고등부 챔피언, 2017년 주니어 솔하임컵 미국 대표선수, 2019년 LPGA Q스쿨 9위로 2020년 풀시드(출전자격) 확보, 2020년 1월 1일자 전미 대학생 골프선수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참고로 이때 제니퍼 장 선수가 루키 게임에 참가한 관계로 화상통화로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제니퍼 선수는 현재 캘리포니아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3학년에 휴학 중이다. 그래서 먼저 그녀가 USC로 진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았다.
“(제니퍼) 무엇보다 학교의 분위기였어요. 노스 캐롤라이나도 골프를 치기에 좋지만, 학교의 지원과 학생 선수들 사이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고, 날씨도 한몫을 했어요.”
USC는 주립대 중에서도 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대학 스포츠 명문으로 손꼽히는 학교다.

골프 맘(Golf Mom)
제니퍼 선수가 아빠의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했듯 한국의 골프 대디(Golf Daddy)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제니퍼 선수의 경우 실제 경기에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동반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어머니) 일단 경제적인 문제로 아빠가 사업을 계속하고 제가 아이를 캐어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어요. 경기에 한번 참가할 때마다 비용이 상당히 들거든요. 가까운 지역도 일주일 정도 머물면 최소 1,500불이고, 장거리 지역인 경우 보통 3,000불 이상이 들어요. 그것도 캐디(Caddy) 비용은 제외하고 차로 이동할 때 얘기죠.
하루에 12시간씩 운전하며 이동하는 게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아이가 한국 음식을 좋아하니까 음식도 해주어야 하고, 같은 여자니까 공유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요. 아마추어 시절엔 제가 가끔 캐디도 직접 했는데 이젠 프로가 되었으니 저는 빠져야죠.”
프로 선수들은 사실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후원사를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직 루키에게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제니퍼) 저는 아직 메인 스폰서는 없고, 작은 회사에서 약간의 비용을 후원받기로 했어요.”

자랑스런 우리 선수들
내년 풀시드를 확보한 한국 및 한국계 선수는 루키만 7명이다. 제니퍼 장 선수를 포함해 전주원, 손유정, 노유림, 안드레아 리 그리고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를 통해 에스더 리, 김 경 선수가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 선수들과는 서로 잘 알고 지낼까?
“(제니퍼) 주니어 시절부터 모두 친하게 지낸 선수들이에요. 특히 김 경 선수는 저희 학교 선배고요. 이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 됐으니 좋은 동료들 사이에서 저도 정말 잘하고 싶어요.”

한국인 프로 선수들 중에서는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제니퍼) 박세리 선수요. 5년 전에 어거스타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제가 게임을 계속 따라다니며 지켜봤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그 후로 박세리 선수에 대한 동경심이 저에 대한 자신감으로 바뀌었어요.”
“(어머니) 박세리 선수 아버님과 나눈 얘기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도 우리 아이를 저렇게 도와주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특히 아이를 너무 푸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이 와 닿았어요.”

비상을 응원하며
한국인 여자 골퍼들이 워낙 세계 최강이다보니 LPGA 사무국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영어시험을 보게 하자는 헤프닝까지 있었다. 혹시 그동안 경기 과정에서 차별로 느낄 만한 일은 없었을까?
“(제니퍼) 골프 선수로서 차별을 느낀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프로 골프 선수에게 골프 실력 외에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골프 선수로서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는데 골프 실력이 아닌 영어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돼죠.”

골프를 흔히 ‘중용(中庸)의 운동’이라고 한다.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지키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제니퍼에게 골프는 어떤 의미일까?
“(제니퍼) 저는 골프가 롤러코스터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요. 주니어 시절 제가 골프를 특별히 잘한다는 확신이 없을 때 정말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니어 솔하임컵 때 미쉘 위 선수 등 여러 선수들이 격려를 많이 해줘서 마음을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마을에는 제니퍼 장이라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가 프로 골프 선수로서 힘차게 비상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기대하고 응원하고 지켜봐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