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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삶] 정수기 – 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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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삶] 정수기 – 강원호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한없이 아픈 사랑 ©LovetoKnow

정수기

좋은 물을 먹어야 한다고
친구가 선물로 정수기를 주었다
조금 누르기만 하여도
차가운 물,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왔다
기술이 발달하여 얼마 후
말만 해도 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나왔다
그것도 구식이라고 이제는
생각만 해도 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나왔다

천국 먼 길 떠난 아들이
엄마에게 최신형 정수기를 선물로 주었는데
너무 성능이 좋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뜨겁게 쏟아진다

*강원호 : 시인이자 목사. <시문학>으로 등단

▶ 시 해설

눈물은 사랑에서 나옵니다.
사랑은 기쁜 사랑도 있지만 아픈 사랑도 있습니다.
눈물은 모든 것을 걸러내고 몸을 통과해 나온 순수한 액체입니다.
정수기는 불순물을 걸러내고 순수한 물을 우리에게 공급해줍니다.
아들을 천국 먼 길로 떠나 보낸 엄마는 생각만 해도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는 정수기입니다. 한없이 순수한 아픈 사랑입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임문혁 시인의 새 시집 <반가운 엽서> ©시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