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행사 취재를 위해 워싱턴 DC에 머무는 동안 한 가지 추가 계획을 세웠다. DC에 있는 한식당을 최대한 많이 둘러보자는 것이었다. DC에 있는 한식당들이 대부분 비빔밥 집이어서 사흘 동안 거의 매끼를 비빔밥으로 먹어야 했지만, 우리 한식의 대중화를 눈으로 확인하며 우리 동포들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이렇게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동적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워싱턴 구경을 가시는 가족분들을 위해 이번에 방문한 한국식당 여섯 곳을 소개하기로 한다.

참고로 DC는 유명 관광지인지라 호텔비나 주차비가 비싼 편이다. 일정이 확실하게 결정되면 호텔은 가능한 한 빨리 예약을 하되, 만약 일정이 유동적이면 환불이 되는 조건인지 확인해야 한다. 호텔의 1박 주차비는 보통 $40 내외인데, 대부분 발레파킹이라 팁까지 포함하면 $50 정도 된다. 게다가 길거리 주차도 밤 10시까지 주차비를 내야 하고, 자리도 많지 않은데 비용도 비싸다. 그리고 주차단속도 심하고 주차위반을 하면 벌금이 $30 정도 되기 때문에 차라리 싼 주차장에 1일 주차를 해 두고 걸어 다니거나, 아니면 우버(Uber)를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핸드폰에 Uber 앱을 다운받아 바로 쓸 수 있고, uberPOOL (합승 택시)이나 uberX (4인승 택시)를 선택하면 일반 택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uber는 기사에게 직접 팁을 주지 않고, 차에서 내린 다음 핸드폰으로 영수증이 오면 그때 팁을 줄지 말지 결정한다. 택시 이동 경로가 위성으로 실시간 추적되기 때문에 안전문제도 걱정할 필요 없다. 따라서 DC 외곽이나 버지니아 쪽에 무료주차가 되는 숙소를 잡고 Uber로 이동하면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Korean Signature Bibimbap

숙소를 잡았으면 이제 밥을 먹으로 가 보자. DC에서 “Korean restaurants in DC”를 검색하면 20군데 이상이 지도에 표시되는데, 백악관을 기준으로 가까운 식당을 고르던 중 Korean Signature Bibimbap이 눈에 들어왔다. “Signature”라는 표현이 마치 한국 비빔밥의 대표선수 같은 느낌이 들고 평점도 좋아 이곳으로 발을 옮겼다. 핸드폰의 길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예상과는 다르게 지하 1층 푸드코트였다. 아차, 땅값 비싼 DC에서 전주 비빔밥 같은 한식당을 상상한 나의 실수. 처음엔 약간 당황했지만 같이 갔던 일행들이 오히려 기뻐했다. 푸드코트에서 각자 입맛에 맞는 메뉴를 골라 먹는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Korean Signature Bibimbap집의 장점은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다. 비빔밥 한 그릇에 보통 $10 정도 되는데 이 집은 단 돈 $6.36! 그리고 비빔밥과 같이 주는 된장국이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비빔밥 토핑을 5가지 고르면 주인 아주머니가 “아이구, 잘했어요.” 하며 칭찬도 해주셨다. 하하하. 덕분에 기분도 좋고, 밥맛도 더 좋았다. 고추장 양념을 두 개로 나누어 주기 때문에 매운맛을 조절해서 먹을 수 있다. 나중에 나 혼자라면 이 집 된장국 먹으로 다시 갈 것 같은 집이다. 그런데 오전 10:30부터 오후 3시까지 딱 점심 시간만 문을 연다.

 

Triple B Fresh

백악관에서 왼쪽 대각선 방향에 있는 듀퐁 서클에는 한식집이 세 개나 모여 있는데 Triple B Fresh와 BIBIBOP Asian Grill, Do Si Rock DC이다. 이 중에 BIBIBOP Asian Grill은 DC에 분점이 4개나 있고, 듀퐁 가게의 평점이 무려 4.7이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듀퐁 서클의 진출로가 여러 개이다 보니 한 블록 먼저 빠져서 주차를 했고, 고개를 들어 보니 Triple B Fresh. 아차, 길을 잘못 나왔구나 싶었지만 어차피 DC에 있는 한식점을 다 가보기로 했으니 오늘은 여기를 먼저 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입구를 찾으니 가게가 지하에 있었다. 푸드코트가 아닌 일반 식당이 지하에 있는 게 좀 낯설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 보기로 했다. 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세 개 정도 있는 아담한 매장이었고, 대신 1층 야외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었다. 비빔밥 재료들이 다 세팅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주문을 하려니 메뉴가 좀 복잡해 보여서 우리는 1번 클래식 비빔밥을 시켰다. 가격은 $9.95. 된장국을 따로 주지 않아서 약간 아쉬웠다. 비빔밥 외에 떡볶이, 김밥, 샐러드, 롤, 미숫가루 등의 메뉴도 있었다. 날씨가 괜찮다면 야외 테이블에서 여유롭게 김밥과 떡볶이를 먹으며 워싱턴을 구경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IBIBOP Asian Grill

Triple B Fresh와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매장이라 걸어서 찾아가 보았다. BIBIBOP은 워싱턴 DC 외에메릴랜드, 오하이오, 일리노이스, 캘리포니아 주에도 여러 개의 분점이 있었고, 프랜차이즈 매장답게 인테리와와 익스테리어가 깔끔하고 메뉴도 한 장씩 주문하기 편하게 준비돼 있었다. 주방이 완전히 오픈돼 있어서 음식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문할 수 있었는데,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다 중남미 사람들이었는데 표정들이 밝고 친절했다. 그리고 뒤쪽에 설치된 메뉴판이 심플해서 주문하기가 쉽게 되어 있었다. 가장 많이 팔릴 것 같은 치킨 비빔밥은 $7.99, 두부 비빔밥은 $6.99, 김치는 $1.50에 따로 판매하고 있었다. 밥 대신 같은 재료를 얹은 샐러드나 누들로 주문할 수도 있었다. 된장국은 셀프인데 공짜! 매장은 크지 않고 테이블이 다섯 개 정도 있었는데,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고 천장에 둥근 전등과 밝은 갈색의 테이블과 의자들 덕분에 안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손님들은 거의 다 외국인이었고, 혼자 점심 먹으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영업시간도 9:30까지라 늦은 시간에 가도 괜찮다.

 

Rice Bar BIBIMBAP NOODLE

Rice Bar는 워싱턴 DC에 분점이 3개 있고 네 번째 매장이 준비 중이라고 한다. 매장의 규모가 꽤 크고 렌트비 비쌀 것 같은 빌딩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단 첫인상이 근사하다. 매장 안과 바깥에 좌석이 충분하기 때문에 대가족이 점심 먹을 한식집을 찾는다면 적당한 곳이다.

Rice Bar는 주문 시스템이 좀 특이한데, 메뉴에 따라 주문용지 색깔이 다르다. Gluten Free는 연두색, 누들은 노란색, 비빔밥은 하얀색 등으로 구별되어 있다. 비빔밥의 경우 흰밥, 현미밥, 흑미밥이 있고 반반씩 섞을 수도 있다. 프리미엄 토핑 선택의 폭도 넓어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잔치국수와 우동 메뉴도 있어서 비 오는 날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Rice, Noodle, Salad를 한 곳에서 골라서 먹을 수 있고,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채식주의자, Gluten Free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둘러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서 편리할 것 같았다. 클래식 비빔밥은 $9.89, 김치 $1.95, 된장국 $2.95. 그런데 영업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 너무 늦지 않게 가야 한다.

 

Mandu

점심을 계속 비빔밥으로 먹어서 저녁은 좀 더 본격적인 한식을 먹고 싶은 마음에 그 근방에 사는 지인에게 추천 받은 집이 Mandu집이다. 가게 문에 큰 만두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반가웠다. 다양한 찌개요리, 국물요리, 철판요리, 전요리, 만두요리 등이 있고 바가 있어서 술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야외 테이블도 있어서 선선한 저녁에는 밖에서 맥주나 칵테일을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에 좋았다. 우리 일행은 제육볶음과 육개장, 떡만두국 등을 시켜서 나눠 먹었는데, 육개장과 떡만두국은 일단 양도 많고 특히 고기가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국물맛도 한국에서 먹던 맛과는 약간 달라서 아마도 미국 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형된 레시피인 듯 했다. 철판 제육볶음은 밥과 상추와 함께 나왔는데, 상추쌈에 맥주 한 잔 곁들이니 마치 한국에서 식구들과 같이 외식하러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바깥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DC에서 한국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가장 많이 오는 집이 아닐까 생각됐다. 참고로 만두집은 밤 10시까지 영업한다. 10시가 넘어서 조금 더 워싱턴의 밤을 즐기고 싶다면 만두집 왼쪽에 있는 Busboys and Poets 이라는 술집에 가면 된다. 밤 12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야외 테이블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공연도 볼 수 있다.

 

Zannchi

다음날 저녁 또 다른 한식점을 검색해 보니 서쪽 조지타운대학교 옆에 잔치(zannchi)집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이름이 잔치집이라 큰 가게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 보니 가게 입구는 심플하고, 내부는 아담하고 조용한 가게였다. 금색 쟁반들을 이용한 인테리어와 주방쪽으로 들어가는 문이 옛날집 나무대문으로 되어 있어서 고풍스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날은 비가 와서 저녁에 뜨끈한 국물요리를 좀 먹고 싶었는데 국물요리가 순두부와 오뎅탕 두 가지밖에 없어서 좀 아쉬웠다. 이날은 경험삼아 우버를 타고 온 덕분에 일행들과 오랜만에 맘 편히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참고로 막걸리와 소주는 각각 $16. 그런데 부엌이 9:20분에 닫는다고 하고 9:30분쯤 되니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하는 수없이 중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차 없는 자유를 더 누리고 싶은 우리는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조지타운대학교 근처라 젊은이들이 많고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곳이라 사람들이 계속 모여 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시끄러운 술집 분위기도 좋았고, 생맥주 안주로 시킨 고구마튀김도 아주 맛있었다. 문제는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추위에 못 이겨 우리는 작전상 일찍 숙소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DC에 있는 한식점을 둘러보며 느낀점 몇 가지를 요약해 보면, 우선은 한식이 현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많이 퓨전화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건강에 좋은 비빔밥을 베이스로 누들과 샐러드, 타코 등과 적절히 조합되면서 현지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한국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전통적인 한식집을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약간 낯설고 실망스러운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분들은 버지니아 한인타운에 있는 본격적인 한식점에서 회포를 푸시기를 추천한다.

두번째로 Fast food로서 비빔밥은 먹기에 약간 불편했다. 한국에서 비빔밥은 큰 양푼에 담아 주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열심히 비벼서 먹는데, 미국에서는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주기 때문에 비빌 공간도 없고 그릇이 약해서 힘껏 비빌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릇에 담아진 대로 대충 섞어서 야채 따로 밥 따로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차라리 좀 큰 컨테이너 박스에 밥 따로 토핑 따로 담아주면 내가 조금씩 섞어서 먹기에 더 좋을 것 같았다.

세번째로 식당에서 손님을 직접 대하는 분들은 바쁜 중에도 좀 더 상냥하고 친절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말이든 영어든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집은 다음에 또 갈 것 같은데, 무표정하게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해주는 집은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알바생이 그런 경우는 안타까웠는데, 주인이 그런 경우에는 기분이 살짝 나빴다. 그리고 작은 매장의 경우 부엌이나 화장실이 가깝기 때문에 매장 안에서 소독약 냄새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 음식점에서는 냄새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고, 성공적인 한식점 모델이 여러 군데 생겨나고 미국의 주류 사회에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도 참 자랑스러웠다. 다음에 DC에 가면 가까운 한식점을 찾아 방문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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