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를 위해 무릎을 꿇을 수 있는 큰 자존심, 진정한 자존심을 갖자. ©SBS 골목식당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코칭경영원 협력코치 [email protected]

복지부동
금융계의 K사장이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
“1천원, 1만원, 5만원권 지폐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이 돈을 한꺼번에 모두 가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글쎄……, 좋은 답이 퍼뜩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답을 가르쳐 주세요.” 하며 다그치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땅에 납작 엎드리는 것입니다.”
결국 돈이든 권력이든 복지부동으로 납작 엎드려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K사장이 물었다.
“그동안 살면서 무릎을 꿇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습니까?”
나는 자못 자랑스럽게 이렇게 대답했다. “무릎을 꿇은 적도, 꿇린 적도 없어요.”
“아마도 그래서 당신은 돈을 많이 못 버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하며 그가 너털웃음을 웃었다. “돈이든 권력이든 무엇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릎을 꿇은 경험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더 큰 자존심
그는 작은 알짜기업을 운영하는 B사장과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가업을 물려받아 나름 알토란 같은 회사로 성장시켜온 B사장은 사장으로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에 급하게 자금을 융통할 일이 생기자 B사장은 K사장에게 전화해 금융계 인사를 좀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웬만하면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 B사장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부탁에 K사장은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K사장과 함께 금융계 인사를 소개받는 자리에서 B사장이 대뜸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K사장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그 자존심이 센 사람이 그렇게 무릎을 꿇는 게 쉬웠겠습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꿇어야 했던 거죠. 사장이라면 대의를 위해서, 조직과 구성원을 위해서 때로는 무릎을 꿇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모욕과 굴종을 당하더라도 구걸해야 할 때는 구걸해야 합니다. 자신의 체면을 내세우며 뻗대는 것이 작은 자존심이라면, 회사를 위해 자신의 무릎을 헐값에 내놓을 줄 아는 것은 큰 자존심, 진정한 자존심이죠.”

자존심도 없어요?
그의 말을 듣고 어느 방송국 PD의 연애담이 떠올랐다. 그 PD는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지금의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새까맣고 못생긴 선배에게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몇 달간 죽자 살자 좋다고 쫓아다녔지만, 면박만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짜증스럽게 쏘아 붙였다. “내가 이렇게 싫다고 하는데 선배는 자존심도 없어요? 왜 자꾸 쫓아다니는 거예요?”
그때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자존심? 그건 없어도 살 자신 있는데, 너 없이는 살 자신이 없어서 그래.” 이 한마디로 그는 지금의 아내를 얻게 되었다.

비즈니스 오너들과 임직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좋은 리더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침에 출근할 때 자신의 자존심을 집에 두고 나오는 것이다. 간도 쓸개도 다 꺼내 냉장고에 넣어 놓고 집을 나서라.”
옛날 <별주부전> 이야기를 보라. 바닷속 용왕에게 잡혀가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된 토끼가 살아난 방법은 ‘간이 배 밖에 나온’ 담대한 기개가 아니라, 간을 아예 집에 빼놓고 와서 간이 없는 듯이 행동했기 때문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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