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선호 쩌는 우리집
우리 오빠랑 결혼 예정이었지만 상견례도 안 했고 날 잡기도 전이니 그 언니를 그냥 여친이라고 하겠음. 우리집은 남아선호 쩌는 집안. 오빠는 하늘, 나는 땅. 평생 차별받고 살아서 부모님께 별 애정 없음.
아무튼 그 언니는 오빠랑 6년 정도 교제했고 이번에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부모님께 인사드린다고 우리집에 옴. 우리 엄마 아빠는 손님이 왔는데 들어오자마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맞이함. 방석도 없이 맨바닥에 앉으란 말에 언니가 당황해서 멈칫함. 내가 옆에 꿇어 앉아 있는 거 보고 언니도 꿇어 앉음. 오빠는 양반다리. 내 생각엔 이때 언니가 1차로 마음 상한 듯.

친딸처럼 지내자
엄마는 차도 안 내오고, 덕담을 가장한 잔소리를 시전함.
“여자가 내조를 잘해야 남자가 기가 산다. 결혼은 가족간의 화합이니, 요즘 되바라진 애들처럼 각자 부모 각자 챙기자 이런 생각은 말고 친부모 딸처럼 지내자.”
진짜 친딸인 내 입장에선 도시락 싸들고 쫓아다니며 말리고 싶었음. 내가 냉장고에 가서 주스를 내옴. 다 마시고 엄마가 식사하자며 밥 차리는 동안 언니한테 마신 주스 컵을 씻어달라고 하심. 언니가 좀 멈칫하더니 컵 씻음.
그리고 밥을 차렸는데 새로 한 음식이라곤 김치찌개밖에 없고, 거기다가 남은 식은 밥을 늘 나에게 주시던 습관대로 언니에게도 줌. 이쯤 되자 언니가 자각이 온 듯.

2년만 합가해라
아빠가 “2년만 합가해라. 분가할 때 집 해주겠다.” 하시자 언니가 대답 안 함. 아빠가 합가의 중요성과 좋은 점에 대해 일장 연설하심. 언니가 가만히 듣고 있는데 아빠가 계속 대답을 강요함. 대답을 안 하면 다시 연설. 한 3번쯤 강요를 받고 났을 때 언니가 “저 이 결혼 안 하겠습니다.” 라고 함. ㅋㅋㅋ 진짜 개 깜놀.

이 결혼 안 하겠습니다!
보통 저런 생각을 속으로 수십 번 해도 나중에 남친을 잡거나 문자로 통보하거나 이러지 않음? 그런데 이 언니는 엄청 차분하게 아빠 눈을 똑바로 보고 이렇게 대답함.
“행복해지려고 하는 결혼인데, 벌써부터 행복하지 않아요.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이 다치니 노력하지 않고 포기하겠습니다.”
아빠 너무나 당황해서 어버버, 엄마는 옆에서 버럭. 오빠는 그제서야 상황판단한 건지 언니 데리고 나감. 나갔다가 10분만에 들어온 거 보니 언니가 안 받아주고 돌려보낸 듯.
나는 속이 너무너무 시원함.ㅋㅋㅋ 그 언니랑 개인적으로 친구하고 싶더라. 나도 꼭 저렇게 할 말 하고 살아야지 싶어짐.
출처 : 네이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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