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팬 들 수 있는 나이가 지나면 밥은 스스로 차려 먹자. ©KOREAN LIFE

아침밥 차려줘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반 여자입니다. 현재 결혼을 생각 중인 동갑 남친이 있고, 둘 다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오늘 남친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기에 글을 써봅니다.
결혼 준비에 필요한 목록을 정하던 중 자연스럽게 신혼생활에 대한 얘기로 흘러갔는데, 남친이 아침밥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남친) 내가 자취를 오래 했잖아. 그동안 아침마다 빈 속으로 출근하는 거 힘들었어. 그래서 결혼하고 나면 아침밥은 꼭 챙겨 먹었으면 좋겠어.”
“(저) 그래? 그러면 저녁에 돌아가며 미리 준비해서 아침에 먹자.”
“(남친) 음,,, 다른 건 모르겠지만, 아침은 꼭 너가 차려줬으면 좋겠어.”
“(저) 내가? 나 아침에 자기보다 일찍 출근하는데?”
“(남친) 결혼해서 와이프가 그 정도도 못해주냐?”
이 얘기를 듣는데, 순간 ‘이거 뭐지?’ 싶고, 은근히 가부장적인 면을 발견한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대화는 거기서 끝내고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상하더라고요.
오랜 기간 자취생활을 하면서 아침밥을 한 번도 챙겨 먹지 않더니, 결혼 후 맞벌이하는 와이프에게 무조건 아침밥을 차려달라니, 심지어 출근도 본인보다 빠른데……. 뭔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친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아침밥 얘기를 또 꺼내면서 자기는 시부모님에게도 잘하는 사람이 좋으니 한두 달에 한 번씩 시부모님과 밥을 먹고 안부도 자주 물어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서 저희 부모님께도 그렇게 할 거라고 하는데, 기분이 점점 더 이상한 게 왜 저런 말들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제 마음에서 우러나서 진심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왜 굳이 저런 식으로 저에게 통보하듯 말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무슨 심리일까요?

내 로망이야!
(이어진 후기) 안녕하세요. 이전에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댓글들 하나하나 읽어보았고, 그 다음 날 남친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댓글에서 혹시나 결혼을 깨고 싶은 거 아니냐고 했던 게 생각나서 남친에게 그대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정색하며 절대 그런 건 아니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냐며 되려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진심을 다해 말했습니다.
“(저) 평소에 자취하면서 아침밥 먹고 싶었으면 니가 일찍 일어나서 차리거나 전날에 음식을 사올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나한테 아침밥을 차리라니, 내가 가정주부도 아니고 야근도 많은 직업인데 너무 힘들 것 같아. 그런데도 내가 차려주는 아침이 먹고 싶어?”
그랬더니 남친의 대답이 너무 어이가 없더라고요.
“(남친) 그럼 야근일 때 빼고, 일찍 퇴근한 날 다음 날만 차려주면 되겠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저) 그럼, 내가 아침 할 테니 너가 저녁 해 줘.”
그랬더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 동안 말이 없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남친이 내뱉은 말이 어찌나 황당하던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습니다.
“(남친) 솔직히 니가 밥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니야? 남자들이 음식을 어떻게 해. 내 로망이 와이프가 아침에 나를 깨워주면서 몸에 좋은 야채주스를 챙겨주고 맛있는 아침밥 해주는 거야. 나는 해주고 싶어도 음식 솜씨가 없어서 못해 줘.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밥은 자기가 해줘야 할 것 같아.”
저런 말을 듣고 있는데, ‘이게 무슨 멍멍이 소리인가, 원래 이런 인간이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저) 너는 엄마가 필요하지 결혼할 부인이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자취는 어떻게 한 거야?”
남친은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정말 이것저것 따지고 싶은 게 많았는데, 그 사람의 진심을 듣고나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너 아웃!
연애할 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꿈에도 몰랐어요. 사실 남친과 시부모님 얘기를 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남친 얘기 듣고 관뒀습니다. 시부모님 봉양은 저의 도리라고 말할 게 불 보듯 뻔했거든요. 저는 그런 결혼은 절대 하고 싶지 않고, 남친의 생각을 알고 나니 이젠 꼴도 보기 싫어졌어요. 더 이상 어떤 말도 안 통할 것 같고, 하고 싶지도 않아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저) 미안한데, 이 결혼 다시 생각해 보자.”
그랬더니 남친이 화를 냈어요.
“(남친) 무슨 소리야? 진짜 황당하다. 너는 결혼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 나 그만 갈게.”
“(남친) 집에 가서 차분히 생각해보고 마음이 바뀌면 연락해.”
그렇게 남친과 헤어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후로 계속 전화가 오더군요. 제가 전화를 안 받으니 문자로 제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는데 너무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문자로 답해줬습니다.
“(저) 너는 너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무조건 나를 바꾸려고만 하는구나. 우리는 이걸로 끝이야.”
이렇게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더 이상 연락 안 하고 있습니다. 2년간 만났는데 이런 사람이라는 걸 몰랐네요.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겠죠.
같이 화내주셨던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제가 쓴 글 남친에게 보내려고 하는데, 여러분이 써주신 댓글 하나하나 읽어보고 정신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 결혼 전에 알아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남자니까 원래 못 한다니, 그럼 여자는 뭐 태어나면서 머리에 밥솥 이고 나왔대요? 아침밥 문제보다 자기 생각만 옳고 배우자를 바꾸려고 하는 게 제일 문제네요.

댓글 2. 님도 맞벌이 안 하고, 도우미 쓰면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는 남자가 로망이라고 하세요. 밥 하는 게 여자 일이라면 바깥일은 남자 일이니, 밥을 원하면 그만큼 돈을 더 벌어오라고 해요.

댓글 3. 로망을 실현하고 싶으면 본인 능력을 키웠어야죠. 연봉 빵빵해서 맞벌이 안 하게 해줄 능력 되면 맛있는 아침, 건강주스 얼마든지 대령합니다. 그런데 여자가 미쳤다고 돈도 벌면서 저딴 미친 요구까지 들어주나요?
저 남자가 바라는 결혼은 돈버는 아내가 살림하고 밥까지 해줘서 남자는 팔자가 피고, 여자는 고생에 고생을 더하게 되는 구조 아닙니까? 님 부모님이 저딴 놈 로망 들어주고 수발 들어주라고 인생을 갈아서 님 키우셨겠어요?

댓글 4. 이 글 남친에게 보내지 말고 그냥 조용히 정리하세요. 이 글 보여주면 혹시 모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어요. 저 놈이 다른 사람한테 작정하고 숨긴 후에 결혼하고 본색을 드러내면 어쩌나요. 그러니 링크는 조용히 넣어두세요.

댓글 5. 저도 비슷한 이유로 상견례 전에 남친과 헤어졌어요. 저희 부모님이 저 어릴 때부터 맞벌이를 하셨는데, 아버지가 집안일은 물론 육아나 집안 대소사에 관심조차 없으셨어요. 그래서 저는 맞벌이하면서 가부장적인 남자와 결혼하느니 혼자 살겠다는 주의였고, 남친도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친이 슬슬 결혼을 진행하자 해서 양가 상견례 날짜를 조율 중이었는데, 남친이 “우리 회사 동료들 맞벌이 가정 다 봐도 집안일은 여자가 하더라.” 하며 주옥 같은 말들을 내뱉길래 헤어졌습니다. 님도 마음 단단히 먹고 미련 갖지 마세요.
출처 : 네이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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