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NY - NOVEMBER 09: Republican president-elect Donald Trump delivers his acceptance speech during his election night event at the New York Hilton Midtown in the early morning hours of November 9, 2016 in New York City. Donald Trump defeated Democratic presidential nominee Hillary Clinton to become the 45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Photo by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편집자주] 트럼프 대통령을 ‘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역전의 드라마
<뉴욕타임즈>는 투표 하루 전인 2016년 11월 7일 아침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16%라고 보도했고, 개표가 막 시작될 즈음에는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이 84%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밤 9시 반을 지나면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50%를 넘어섰다고 하더니 잠시 후에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59%라고 밝혔다.
CNN 앵커 제이크 태퍼(Jake Tapper)도 비슷한 시각에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승리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밤 11시 반경 <뉴욕타임즈>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95%라고 밝혔다.
다음날 새벽 2시 반경에 AP통신은 위스콘신주에서 트럼프가 승리했고 선거인단 270표를 넘겼다며 트럼프의 당선을 선언했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되었다.

경합지역 출구조사
주류 언론은 시종일관 힐러리가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 당일 각 방송국의 출구조사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막상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이변이 일어났다. 미국 대선은 50개 주에서 투표를 하지만 이미 민주당 승리로 확정된 캘리포니아, 뉴욕 주 등과 이미 공화당 승리로 확정된 텍사스, 테네시 주 등을 제외한 경합지역에서만 출구조사를 해서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합지역은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이다. 따라서 경합지역 출구조사에서 이기면 개표 전이라도 승자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경합지역마다 한결같이 출구조사에서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접전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힐러리가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류 언론들이 힐러리의 압승을 예측했던 것과는 다르게 출구조사 결과는 계속 오리무중이었다. 그런데 밤이 깊어가면서 트럼프의 약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반 트럼프 언론의 선두에 있던 <뉴욕타임즈>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른 반 트럼프 언론들은 개표 상황만 방송하며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자정을 지나 다음날 새벽 2시 반 경에 AP 통신이 트럼프의 당선을 발표하자 결국 다른 방송사들도 차례로 트럼프의 당선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하루
이날 새벽 개표 상황을 주시하며 결과를 기다리던 트럼프 캠프와 힐러리 캠프의 모습은 하루 동안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만 해도 힐러리 캠프에서는 경합지역의 접전에도 불구하고 선거 기간 내내 워낙 힐러리의 승리를 자신했기 때문에 모두들 환호하며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개표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반면 트럼프 캠프에서는 밤이 깊어지면서 점점 더 축제 분위기로 변해갔다. 여러 경합지역에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경쟁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트럼프가 우세한 상황이었다.
힐러리의 당선 축하파티를 위해 뉴욕 제이콥 제이빗 컨벤션센터에 모여 있던 수많은 지지자들은 밤이 깊어갈수록 얼굴에 수심도 깊어갔다. 급기야 패배를 예감하면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새벽 2시경 힐러리 캠프의 선대위원장 존 포데스타(John Podesta)가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 개표 상황을 지켜본 후 내일 다시 만나자며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그가 패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포데스타의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 속에 흐느끼기 시작했다.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힐러리 지지자들 ©Daily mail

제45대 대통령 트럼프
새벽 2시 반경, 방송은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잠시 후 트럼프가 축하파티를 위해 뉴욕 힐튼호텔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에게 이동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는 가족들과 함께 파티장에 도착하여 당선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장내가 정리되자 트럼프는 힐러리가 당선을 축하한다는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마침내 미국 45대 대통령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이준길 법학박사(SJD, 금융법전공), 변호사(미국 North Carol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