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성폭행 피해자들과의 기자회견 ©CNN

편집자주 – 트럼프 대통령을 ‘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트럼프의 어퍼컷

트럼프와 힐러리의 2차 TV 토론회를 앞두고 가장 큰 이슈는 트럼프가 자신의 음담패설 사건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꺼내든 카드에 모두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차 TV 토론회가 시작되기 직전 트럼프는 갑자기 각 언론사에 긴급 기자회견을 통보하였다. 음담패설 사건 이후 트럼프의 후보 사퇴설이 정점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2차 토론회를 앞두고 부담을 느낀 트럼프가 드디어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아닌가 기대하며 기자회견장으로 몰려갔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트럼프가 4명의 여성들과 함께 등장했다. 그 여성들은 다름 아닌 클린턴 부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협박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들이었다. 후보 사퇴는 커녕 전혀 예상치 못한 반격이었다.

트럼프는 힐러리를 지지하는 주류 언론들이 트럼프의 여성비하 문제만 비판할 뿐, 클린턴 부부의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 침묵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기로 했다. 특히 주류 언론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지 않을 것까지 예상해 미리 페이스북 생중계까지 준비해 둔 상태였다. 2차 TV 토론회를 앞두고 자신에게 선제공격을 가한 적들에게 토론회 직전 온 국민이 지켜 보는 앞에서 회심의 어퍼컷을 날린 셈이었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은 2016년 10월 9일자 신문에 이 사건을 다룬 기사 “빌은 나를 강간하였고 힐러리는 나를 협박하였다! (Bill raped me and Hillary threatened me!)”에서 1978년 당시 아칸소주 검찰총장이던 빌 클린턴에게 강간 피해를 당한 후아니타 브로드릭(Juanita Broaddrick)의 말을 인용하였는데, 그 여성은 트럼프가 음담패설을 했을지 몰라도 빌 클린턴은 자신을 강간하였고 이에 대해 자신이 항의하자 힐러리는 입 다물고 조용히 있지 않으면 자신의 사업체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녀는 언론의 위선적인 이중잣대를 비판하며 실제로 강간을 한 클린턴의 범죄와, 말로 음담패설을 한 트럼프의 행위는 서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출처: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3829975/Bill-raped-Hillary-threatened-Trump-holds-photo-op-90-minutes-debate-cast-Clintonssexual-abusers-battles-October-surprise.html)

트럼프와 힐러리의 2차 TV 토론회 장면 ©Pinterest

힐러리를 감옥으로!

기자회견이 끝난 후 4명의 여성들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미주리주 워싱턴 대학교에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2차 TV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토론 진행자는 토론 시작과 함께 곧바로 트럼프의 음담패설 사건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1차 TV 토론회 경험을 거울삼아 토론 준비를 하였고, 또한 이것은 당연히 예상된 질문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트럼프는 차분하게 준비된 말로 답하였다. “나의 말로 인해 상처받은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바입니다.”

2차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자신의 집에 설치한 사설 이메일 서버 사건이었다. 1차 토론회 때 트럼프가 힐러리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인 이메일 서버 문제에 대해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음담패설 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힐러리의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이메일 서버사건을 수사하여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공언하였다.

토론이 끝나자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는 독재자이고, 미국이 중남미같은 바나나 공화국이냐며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반대로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며 “Lock her up!”을 외쳐온 트럼프 지지자들은 속 시원하게 잘했다는 반응이었다. 중립 성향의 언론들은 이번 2차 TV 토론회에서는 트럼프가 우세했다고 평가했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이준길 법학박사(SJD, 금융법전공), 변호사(미국 North Carol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