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 © Newsday

편집자주 – 트럼프 대통령을 ‘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 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
공화당 내 경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이제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과정만 남아 있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민주당 전당대회보다 앞선 2016년 7월 18일 월요일에 시작해 21일 목요일까지 4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당시 민주당은 아직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가 경선 중이었다. 경선의 형식을 갖추고는 있었지만, 민주당의 경선 규칙이 워낙 힐러리에게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미 힐러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힐러리는 버니 샌더스에게 압승을 거두고 2016년 6월 6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었다.

트럼프의 중도하차설
공화당 경선에서 일찌감치 승리를 거둔 트럼프에게는 전당대회까지 2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자 트럼프를 싫어하는 주류 언론들은 매일 트럼프의 중도하차설을 내보내며 총공세를 펼쳤다. 트럼프가 곧 사퇴할 것이다, 공화당이 그를 몰아낼 것이다, 반트럼프 그룹이 모종의 일을 벌여 그를 막을 것이다 등등 날마다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트럼프가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수많은 정치평론가들이 그 시나리오를 확대 재생산했다.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아닌 다른 사람이 후보로 지명될 수도 있다는 논리의 배경은 다음과 같았다.

공화당 내 반트럼프 그룹의 선봉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보수 잡지 <위클리 스탠다드(Weekly Standard)>의 편집장 빌 크리스톨(Bill Kristol)이었다. 그는 하버드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받은 수재였는데, 트럼프가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며 반트럼프 운동에 나섰다. 그는 경선 선거인단에게 전당대회 때 트럼프에게 표를 찍지 말라고 주문했다.

미국 대선의 경선 규칙
미국은 후보들이 전국의 각 주를 돌며 경선을 하고, 최다 득표자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한다. 그리고 전당대회에 각 주의 선거인단이 한 자리에 모여 축제 분위기 속에서 투표를 하여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다. 각 주의 선거인단은 정당의 규정 및 각 주법에 따라 경선 당시 최다 득표자에게 반드시 투표해야만 한다.

그런데 빌 크리스톨은 선거인단에게 지금까지의 관례를 무시하고 전당대회 때 각자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하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선거인단에게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찍지 말라는 것이었다.

과거 전당대회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넌센스 아이디어였지만, 트럼프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주류 언론들은 마치 그것이 가능하고 또한 정당한 일이라 믿으며 이에 대해 날마다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주류 언론의 적이 된 트럼프
경선 초기에는 주류 언론들이 트럼프에 대해 훨씬 더 우호적인 편이었다. 그래서 민주당과 반트럼프 그룹이 CNN 등의 주류 언론에게 “당신들의 도움 때문에 트럼프라는 공룡이 태어났다”며 비난했고, 이에 대해 그들은 “언론이란 국민들의 관심사를 보도하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트럼프에 대해 보도했을 뿐”이라며 적극 해명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트럼프와 주류 언론은 적대관계가 되었다. 주류 언론사 사주들이 민주당 성향으로 힐러리 클린턴과 연결되어 있었고, 기자들 역시 대부분 민주당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는 반드시 타도해야 할 공동의 적이었다. 따라서 주류 언론들은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의 반란이 일어나 트럼프가 아닌 하원의장 폴 라이언이 후보로 지명될 수도 있다며 계속 바람을 잡아가고 있었다.

트럼프는 이런 일을 대비하도록 폴 매너포트(Paul Manafort)를 선대위원장으로 발탁하였다. 매너포트는 1949년 코네티컷 출신으로 조지타운대학에서 학사와 로스쿨을 마친 변호사이며, 수년간 여러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선거 고문을 역임한 선거 베테랑이었다. 특히 그는 공화당 내에 탄탄한 인맥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에 전국공화당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 의장인 라인스 프리버스(Reince Priebus, 현 백악관 비서실장)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전당대회 때 선거인단의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였다. 덕분에 전당대회 때 약간의 소란은 있었지만 트럼프는 무난히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되었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현재 연재되고 있는 『트럼프와 대한민국』을 책으로 구입하고 싶으신 분은 [email protected]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종이책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이준길 법학박사(SJD, 금융법전공), 변호사(미국 North Carol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