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청운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유학생 신재정, 허보영 부부 ©제롬
제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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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찬 기온 때문에 점점 이불 밖으로 나오기 힘든 계절이 왔다. 필자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한국보다 따뜻하고, 눈 구경도 일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였는데, 이제는 여기 사람이 다 되었는지 늦가을 날씨에도 뒷목이 움츠러든다. 혹자는 늙어서 그런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청운의 꿈을 품은 유학생 부부
오늘 소개할 부부는 청운의 꿈을 안고 부부가 함께 유학길에 오른, 한국 나이로 33살의 학생 부부이다. 남편 신재정님은 경제학과, 부인 허보영님은 통계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함께 사우스 캐롤라이나 클렘슨 대학에 재학 중이다.
클렘슨 대학은 미식축구로 워낙 잘 알려진 학교라서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알지만, 한국에 있는 분들이라면 이 학교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부부가 같이 이 학교를 선택해 유학을 오게 된 이유가 굉장히 궁금하다.
“(허보영) 저희 둘이 같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았어요. 상당히 많은 학교를 찾아봤지만 서로 전공이 다르다보니 한 사람의 전공과목이 괜찮은 학교면 다른 사람의 과목은 별로이고, 또 그 반대 경우인 학교가 대부분이었죠. 그런 와중에 찾은 학교가 이곳 클렘슨 대학이에요. 다행히 두 사람의 전공과목 모두 대외적인 평가가 좋아서 최종적으로 클렘슨을 선택하게 됐어요.”

아무리 그래도 한국 교민이 적은 곳이라 한인 상권도 없고, 그에 따른 불편한 점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살고 있을까?
“(허보영) 정말 한국인이 없었어요. 한국 한생은 남편 과에는 남편만 있고, 저희 과에는 저만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서로가 서로를 의지했어요. 각자 해야 할 공부가 있으니 크게 외로움을 느낄 상황도 아니었고, 또 다행히 적은 수이지만 먼저 와 계신 다른 한국 학생 가족들, 한국 교수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남편이 먼저 버팔로에서 2년 정도 유학생활을 했던 터라 문화에 적응하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던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의지했다는 말에서 신혼의 향기가 났다. 부러움 때문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국 대학 VS 미국 대학
허보영님 이야기처럼 클렘슨은 한국 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 자체가 적은 학교다. 전형적인 남부의 정서도 많이 남아 있고, 딱히 차별은 아니지만 국제 학생들을 돕는 시스템이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학교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신재정) 솔직히 제가 버팔로에서 다닌 학교보다 커리큘럼들이 복잡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영어실력도 아직은 좀 부족했고요. 무엇보다 한국인 과선후배가 없다보니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물어보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죠. 미국 교수님이나 행정 직원들이 알려준 것들이 서로 다를 때도 많았어요.”

그러면 한국 대학과 미국 대학에서 어떤 차이를 느꼈는지 궁금하다.
“(신재정) 한국에서 과정을 들어갈 때는 지도교수님과 그 주변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지도교수의 역량이 곧 제가 석사나 박사가 될 수 있는 백그라운드니까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스스로 연구주제를 결정해서 교수님한테 들고가 도움을 받는 시스템이에요.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이나 토론은 무제한적이고요. 제 생각을 가감없이 이야기할 수 있죠.
물론 이게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한국은 지도교수님이 추천하거나 허락한 주제를 해야 하니까 선택의 어려움은 덜해요. 반대로 미국은 연구주제부터 내 스스로 찾아야 하니까 쉽지가 않죠. 아무래도 한국은 지도교수님이 끝까지 책임을 지는데, 미국은 그렇게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는 아닌 것 같아요.”

말이 나온 김에 조금 예민한 질문을 던져본다. 요즘 한국의 높으신 양반들의 자제들이 고등학생임에도 너무 똑똑해서 학부생들도 쉽지 않은 연구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일단은 지양되어야겠죠. 부모 덕분에 그런 특혜를 받는 것은 옳지 않고요, 정말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면 자신이 기여한 만큼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겠죠.”
참으로 지당한 말이다. 이런 상식에 기초해서 요즘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온갖 고위층 자녀들의 특혜 시비를 우리 세대에서 바로잡는 것, 그것이 세상이 우리에게 준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으로의 계획
이날 인터뷰를 한 곳이 마침 다른 한국 부부의 베이비 샤워가 있던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2세 계획을 물어보았다.
“(허보영) 지금까지는 공부만 하느라 전혀 생각도 못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가지고 싶기도 하고, 또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서로 하고 있어요.”

이어 앞으로 두 사람의 인생 계획도 궁금하다.
“(신재정) 아직 과정이 1년에서 2년 정도 남아서 공부에 집중해야죠. 그 후엔 한국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이곳에서 사회적 경험을 더 쌓고 싶어요.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부를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하는지가 저희가 유학 온 이유니까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과 인생의 목표가 꼭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