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법학박사, 변호사)

최근 한국에서는 남북 간에 정전협정이 체결되면 주한 미군이 철수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남북평화 문제에 온 힘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될 것을 우려해 ‘미군 철수는 없다’고 못을 박으며 신속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또한 백악관 역시 주한 미군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은 미국의 군대이기 때문에 주한 미군의 이동에 대해서는 당연히 미국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자이다. 따라서 주한 미군 철수 여부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안보 4인방 (안보보좌관 존 볼튼, 국방장관 메티스, 국무장관 폼페이오, 비서실장 존 켈리)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해 꽤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1983년, 필자가 처음 뉴욕으로 유학을 왔을 때 트럼프는 30대에 이미 부동산 재벌이 되어 언론에 많이 회자되고 있었고, 1987년에는 트럼프의 그 유명한 책 <The Art of the Deal>이 출간되었다. 지금은 IT 산업 덕분에 20대 재벌들이 종종 있지만 그 당시에는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월가에서 주식으로 성공한 사람들 빼고는 전통적인 사업으로 30대에 재벌이 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이렇게 젊은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비지니스에서 성공했을까 궁금하여 그의 책을 사서 읽어 보았다. 그 후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 외에도 쇼 비즈니스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며 늘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 2015년 6월 16일,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발표하였다. 그 장면을 보면서 필자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트럼프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해 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전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주한 미군 철수를 반대한다. 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의 첫번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아무리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확산되더라도 남북한이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어떤 대통령도 국방을 양보하며 평화협상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는 앉은 당사자들에게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원하지만 국방은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그리고 한국의 국방력은 주한 미군을 빼고는 논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주한 미군은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한 마지노선이기 때문에 협상이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은 것이다.

둘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안보 4인방이 미군 철수를 원치 않는다. 평화에 대한 그들의 철학은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평화’이다. 그들의 목적은 북한의 철저한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서 그들은 더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자신이 공언해 온 그대로 아이시스를 지구상에서 궤멸시켰다. 그가 북한에 똑같은 방식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한의 인명피해 때문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비핵화를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의 안보 4인방 역시 트럼프와 같은 컬러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북한에 대해 시종일관 매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평화회담에 나설 때도 북한에 대해 계속 반신반의하는 입장이었다. 나아가 그들은 중국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입장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 해도 그들이 북한의 말을 믿고 주한 미군을 철수시킬 사람들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 남북한이 통일된 후에는 주한 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것인가? 그 답은 동독과 서독의 통일 후 상황을 살펴보면 된다. 독일이 통일된 후에 미국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독일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한이 통일된 후에도 중국, 러시아, 심지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만약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된다면 미군의 완전한 철수까지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마치 홍콩이 100년간 영국령에 속해 있다가 1997년 7월 1일자로 중국에 반환되었듯이, 주한 미군도 한반도 주변국들의 합의에 의해 철수 시기를 예고하고 서서히 병력을 줄여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변국들 사이에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가운데, 통일 한국이 자주적인 국방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 미군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반도에 주둔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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