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할 때 리빙 윌과 의료위임장을 써야 한다. ©RT Magazine

리빙 윌(Living Will)과 의료위임장(Health care POA)의 차이

본 칼럼은 유언(Will) 및 리빙 윌(Living Will)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로서 이 글을 읽는 독자 개인에게 제공한 법률자문이 아니다. 따라서 본 칼럼의 내용을 근거로 행한 법률 행위를 포함한 일체의 행위에 대해 본 변호사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
또한 본 칼럼의 내용은 North Carolina주 법률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주에서는 법률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시기 바란다.

리빙 윌(Living Will)이란
유언장(Will)에 대해 상담을 해주다보면 리빙 윌(Living Will)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이 또한 중요한 문제이기에 이번 호에서는 유언장과 함께 작성하는 리빙 윌에 대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다.
유언장은 본인이 사망한 이후 재산상속과 관련해 효력이 발생되는 것인 반면, 리빙 윌은 본인이 생존한 상태에서 병원 치료와 관련해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리빙 윌은 본인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의식이 불분명하거나 식물인간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의 치료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자녀나 가족, 친지 등이 치료 내지 연명 조치의 시작과 중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본인이 건강할 때 미리 부여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리빙 윌이 없는 경우
김갑동(가명)씨는 현재 85세다. 연세에 비해 큰 무리없이 건강하게 지내오던 어느 날,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배수구 쪽으로 넘어지며 심한 뇌진탕이 일어났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생활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가운데 병세는 날로 악화될 뿐이었다. 의사들은 갑동씨의 회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그래서 갑동씨 가족들이 모여 의논을 했지만, 갑동씨의 리빙 윌이 없기 때문에 산소호흡기를 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담당의사는 갑동씨에게 리빙 윌이 없으니 가족들이 갑동씨를 대신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원한다면 법원에 가서 후견인(Guardian) 설정을 하고 임명을 받아오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가족이 후견인(Guardian)으로 임명받기 위해서는 법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하고, 그 과정이 몇 달 혹은 1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또한 후견인은 매년 법원에 보고도 해야 한다.
결국 갑동씨는 사고난지 1년 8개월이 지나 사망하였다. 그동안 갑동씨 본인의 고생은 두말할 것도 없고, 갑동씨의 가족들도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리빙 윌 vs 의료위임장
그런데 리빙 윌과 비슷한 것으로 의료위임장(Health Care Power of Attorney)이라는 것이 있다.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헷갈리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 한인들을 상담해 보면 한국적인 정서상 본인이 의료적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장성한 자식이 본인을 대신해 여러 가지 광범위한 의료적 결정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많은 한인분들이 전반적인 의료적 대리결정 행위를 자식에게 위임하는 것을 통칭해서 리빙 윌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것은 의료위임장에 더 가깝다.
의료위임장(Health Care Power of Attorney)이란 본인의 병이 너무 중하여 본인의 의료 사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경우, 대리인이 의료 정보를 받아보고 의료 결정들을 대신 내릴 수 있게 하는 서류이다. 치매 노인을 모시고 산 친자식이라도 의료위임장이 없으면 부모의 의료기록을 볼 수도 없고, 의사의 의견을 들을 수도 없으며, 어떤 의료 결정도 부모 대신 내릴 수 없다.
리빙 윌이나 의료위임장은 본인의 생명을 본인 대신 자식이나 가족 등이 끊는 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규제가 따르고 내용 또한 상당히 복잡하다.
구체적으로 리빙 윌은 주로 회생 가능성이 없거나 불치병에 걸린 경우 생명 유지 장치를 유지할지 뗄지에 대해 가족과 주치의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런데 의료위임장은 리빙 윌의 내용을 포함하여 훨씬 더 광범위한 의료 행위에 대한 결정권을 망라한다. 단적인 예를 들면 감기에 걸렸을 때 어떤 약을 처방받을지 등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의료위임장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호에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