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는 아시아 이민 집단 중 가장 먼저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했다. ©블룸버그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인도의 최고 수출품, CEO
미국에서 인도계 아시안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아시안 인구는 7.2%이고, 이중에서 인도계 미국인은 약 460만명으로 미국 인구의 1%, 실리콘밸리 노동 인력의 6%를 차지한다. (참고로 한인 인구는 263만명이다.)
그런데 미국 부통령 카밀라 해리스, 영국 총리 리시 수낵을 비롯해, 구글의 CEO 선다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 IBM의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CEO 샨타누 나라옌, 노키아의 CEO 라지브 수리, 펩시코의 CEO 인드라 누이, 마스터 카드의 CEO 아제이 방가, 스타벅스의 CEO 락스만 나라시만, 샤넬의 CEO 리나 나이르 등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인재들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계와 산업계에 포진해 있다.
2023년 1월 기준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 3천만 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인도 출신 이민자들이 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열악한 환경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인도의 열악한 환경과 미흡한 인프라, 제한된 자원, 치열한 경쟁 등이 인도의 엘리트를 키우는 토대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인도는 국가 인프라가 취약하고 빈부격차가 극심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공대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 인도 최고의 명문인 인도공과대학교(IIT)는 인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공대 입학시험(JEE)의 경우 1만 6천명 모집에 220만명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인도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최악의 상황을 접하다보니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 발달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플랜 B, 플랜 C를 고민해야 했고, 생존을 위한 협력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나아가 인도의 다문화, 다종교, 다언어 환경에서 자란 인도인들은 갈등과 혼돈, 무질서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데 익숙하고, 타인과 타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높은 편이다.

높은 교육 수준
무엇보다 미국으로 건너온 인도인들은 대부분 고학력자로 약 70% 이상이 학사학위 이상 소유자이다. 미국 이민자들의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도인의 42%가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소지했고, 평균 가계소득도 연간 12만 달러로 일반 백인 가정의 2배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인도에서는 영어가 상용어다. 1947년 독립 이후 힌디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해 영어를 익숙하게 사용한다. 우리가 겪는 언어장벽이 없는 것이다. 덕분에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많은 똑똑한 학생들이 인도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와서 석사 학위와 MBA 학위를 취득하는 길을 밟으며 성공했다.

겸손과 인내심, 그리고 네트워크
미국 정부가 발급하는 외국인 취업허가증(H-1B 비자)의 70% 이상을 인도인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받고 있다. 이들이 이민자 신분으로 몸에 익히게 된 겸손과 인내심도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들은 높은 기술력과 전문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졌지만, 한 조직에 오래 몸담으며 승진을 위해 애쓰면서 겸손과 인내심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S&P 500 기업의 CEO들을 살펴보면 인도계가 미국인 다음으로 많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15%가 인도 사람들이 세운 회사라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그들이 구축한 네트워크는 서로에게 중요한 디딤돌이 되어주었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가족지향적이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인도계 특유의 끈끈한 문화 덕분에 더욱 공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도는 아시아계 이민 집단 중 가장 먼저 미국 주류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은 주로 컴퓨터과학, 재무관리, 의료 등 고소득 분야에 종사하며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인도계의 약진은 우리 한인들에게도 좋은 도전이자 모델이며, 미국 내 아시안 파워를 신장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신은 이들의 어떤 점을 배우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