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시안'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폭력과 차별에 대항하자. ©KOREAN LIFE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email protected]

아시안에 대한 폭력
작년 4월 17일 토요일 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애틀랜타 귀넷 카운티의 어느 한인 가정에 갑자기 총알 5발이 날아들었다. 3발은 지붕과 유리창에 맞고, 2발은 자녀들이 자고 있던 침실 옷장에 박혔다. 천만다행으로 사상자는 없었지만, 경찰은 이 사건이 아시안을 표적으로 한 증오 범죄인지 수사에 나섰다.
이 가정은 애틀랜타로 이사 온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아 누군가의 원한을 살 일이 없었기에 그 가족은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아시아인이라는 사실 말고는 표적이 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달 21일 일요일 오후 2시,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에서는 60대 아시아계 치과의사 릴리 수(Lili Xu)가 차를 주차하는 순간, 그녀의 차를 뒤따라 오던 노상강도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인근 지역 사회와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한 범죄 뉴스가 이젠 지겹고 지겹다.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주민들에게 가해진 증오 범죄와 폭력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Stop AAPI Hate에 따르면, COVID-19 팬데믹 이후 2년 동안 거의 11,500건의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보고되었다. 실제로 증오 범죄와 강도 사건으로 체포된 용의자 중 한 명은 “아시아계 희생자들을 노렸다”고 법정에서 인정했다.
또한 Stop AAPI Hate의 가장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주민은 미국 인구의 7.2%에 불과하지만, 지난 해에만 5명 중 1명 꼴로 증오 사건을 경험했다고 한다. 아시안이 당하는 모든 범죄가 혐오 범죄는 아닐지라도, 아시안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인종차별적 혐오 범죄에 대한 현실적인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어느 사회나 사회적 소수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고, 사회적 약자가 자신들의 정당한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우는 과정은 피로 쓰여진 역사였다. 펜데믹 이전에도 미국 이민 역사의 이면에는 아시안에 대한 많은 차별과 폭력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할 때다.

‘아시안’의 이름으로 하나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분류되는 민족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① 동아시아 –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② 동남아시아 –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타이, 필리핀, 싱가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③ 북아시아 – 몽골, 러시아 일부 지역
④ 중앙아시아 –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⑤ 남아시아 –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
⑥ 서남아시아(중동) –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터키 등
⑦ 태평양 섬나라들 – 폴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 지역

이처럼 ‘아시안’이라는 이름 아래 매우 다른 지역, 언어, 인종, 종교, 문화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는 하나의 아시안으로 뭉치기보다는 자신의 출신 국가별 정체성을 중심으로 살아 왔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아시안’에게 가해지는 무차별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이제 하나의 ‘아시안’으로 뭉쳐 공동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가 백인들을 보면서 그리스계, 스위스계, 오스트리아계를 구분하지 않고, 흑인들을 보면서 케냐계, 탄자니아계, 에티오피아계를 구분하지 않듯이, 그들도 우리를 그저 ‘아시안’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과거에 킹 목사가 흑인 전체를 하나로 모아 인권 투쟁을 했듯이, 이제 아시안도 하나로 연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Stop AAPI Hate와 Stand with Asian Americans 등 여러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년 ‘전국 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한 오은영(73) 씨는 “그동안 한인들이 세금은 꼬박꼬박 내면서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미국의 아시안 이민 역사상 최악의 폭력과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한인들도 위 단체들에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후원하며,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