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저 잎새들은

임문혁

 

바람 부는 날

저 가지 위 잎새들은

얼마나 즐거운지

함께 깔깔거리며 배를 잡고 웃는

저 잎새들은

서로 어깨를 툭툭 치며

손을 흔들며 발을 구르며

몸이 뒤집어지며, 때론 숨이 멎을 듯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웃고 웃고 또 웃는

저 잎새들은

 

바람 부는 날

저 가지 위 나무 이파리들은

또 얼마나 슬픈지

일렁이는 파도처럼 어깨를 들썩이는

저 이파리들은

서로 손을 부여잡고, 꿀꺽꿀꺽 삼키며

주먹으로 허공을 치며 발을 구르며

몸이 뒤집어지며, 때로 숨이 멎을 듯

콧물까지 훌쩍이며

울고 울고 또 우는

저 이파리들은

 

▶ 작가의 말

바람 부는 날 나무 잎새들을 보셨나요? 어찌 보면 즐거워서 깔깔거리고 춤을 추며 신이 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슬퍼서 몸부림치며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똑같은 나뭇잎들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즐겁게도 보이고, 혹은 슬프게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찌 나뭇잎들만 그렇겠습니까? 바람 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사람이나 상황도 마음가짐에 따라 즐겁게도 혹은 슬프게도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요?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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