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는

                     임 문 혁

 

강을 건널 때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바람바람도 따라왔다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며

함께 강을 건너고 있었다

 

바람이 강을 건널 때

바람도 혼자가 아니었다

물 위로 반짝이는 햇볕

햇볕도 바람의 겨드랑이 사이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햇볕도 혼자가 아니었다

그 웃음 사이로 어느새 끼어든 봄이

안개꽃처럼 피어올라

물을 따라 흘러오고 있었다

 

▶ 작가의 말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봄은 언제 어떻게 온 것일까요? 저는 며칠 전 혼자서 한강을 걸어서 건너보았습니다. 아마 제딴엔 봄맞이 한다고 그랬을 겁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바람, 바람이 절 따라오더군요.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며 바람과 함께 강을 건넜지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바람도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바람 사이로 뭔가 하얀 이빨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있더군요. 맞습니다. 햇볕이었습니다. 햇볕이 물 위에 반짝이며 바람과 함께 강을 건너고 있었죠.

그뿐이 아닙니다. 또 가만히 살펴보니 햇볕도 혼자가 아니었어요. 햇볕의 등을 타고 햇볕의 품에 안겨 봄이 안개꽃처럼 강물을 따라 흘러오고 있는 거예요. 저에게 봄은 그렇게 왔습니다. 부드러운 바람과 따스한 햇볕과 함께 말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봄이 왔나요? 언제 어떻게 누구와 함께 왔나요. 반갑게 맞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잘 살펴보면 봄 같은 사람, 봄 같은 일이 있을 겁니다. 이 봄에 새로 태어나  여러분 곁을 찾아온 봄 같은 신문 KOREAN LIFE를 반갑게 만나시고, 봄소식도 들으시고,이 신문과 함께하는 여러분의 삶이 봄날 같기를 기도합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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