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자연에 귀 기울이며 겸손하자. ©10wallpaper.com

하늘이 화났어!

얼마나 화가 나면
마스크로 말을 못하게
입을 막아버렸을까?

얼마나 화가 나면
서로 만나지 못하게
거리를 두게 할까?

얼마나 화가 나면
더러운 검은 손
깨끗이 씻으라 했을까?

하늘을 두려워하자
하늘이 화났어!

▶ 홍성훈 (1945~ ) 아동문학가, 언론인

시 해설
요즈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열에 폐렴을 앓고 생명을 잃는다.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려야 한다. 손을 항상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집 밖에서의 활동은 극도로 제한되고, 학교 수업도 온라인 수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장사도 사업도 행사도 어렵게 되었고, 여행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다 보니 도산하는 사업체도 속출하고, 생활에 심한 타격을 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류에게 닥친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속수무책으로 쩔쩔매고 있는 인간, 그렇게 대단한 것 같던 인간은 너무나 연약하고 무기력한 존재임이 확인되었다. 신을 대신할 만큼, 신을 만홀히 여길 만큼, 불가능이 없을 것 같던 과학도 의지할 게 못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태는 인간의 오만함과 환경 파괴가 원인이라고들 말한다.이기심과 탐욕에 물든 인간이 과학의 발전에 교만해져서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켜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동문학가인 시인은 이 사태를 아주 순수한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간결하게 결론짓는다. “하늘이 화났어!”라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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