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주어진 딱 한 컵의 생애 ©방랑처자 찐블리의 BLOG

자판기 커피

커피 속에 종이컵 바닥이 어른거린다.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커피 주는 줄 몰랐구나.
자판기 커피가 일생의 거울인 줄 몰랐구나.
반품 안 되고 리필 안 되는
딱 한 컵의 생애,
마지막 한 모금 삼키고 나면
누구든지, 그냥 빈 종이컵 하나.

감태준 시인, 경남 마산 출생. 197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몸 바뀐 사람들』,『마음이 불어가는 쪽』,
『마음의 집 한 채』,『사람의 집』,『 역에서 역으로』등이 있다. 한국시협상, 녹원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 시 해설

자판기 커피 한 잔이 일생의 거울입니다.
우리 일생은 신에게 건네받은 한 잔의 자판기 커피입니다.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새 커피는 얼마 안 남고 종이컵 바닥이 비치며 어른거립니다.
반품도 안 되고 리필도 안 되는 딱 한 컵, 그것이 우리의 일생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 모금 마자 삼키고 나면,
그냥 빈 종이컵 하나일 뿐인 인생입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