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야 하나 말아야 하나 ©Wikipedia

사거리에서

사거리에 서니
절로 망설여지네
건너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거리 한복판에서
나에게 묻네
왜 여기 서 있지?

횡단보도 건너며
나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네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가야 하지?

사거리 건너도
보이지 않는 사거리가
저 앞에 널려 있네

사거리에 서면
하늘을 보네
사거리에 서면
두 손을 모으네

▶ 시인의 말
사거리에 서면 나는 늘 망설여집니다. 건너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이 고민입니다.
사거리 한복판에 서면 나는 나에게 묻곤 합니다. 너는 왜 여기에 서 있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나는 또 두리번거립니다. 왼쪽으로 가야 하나? 오른쪽으로 가야 하나?
사거리를 건너면 다른 사거리가 나오고 또 나옵니다.
그리고 살다 보면 눈에 보이는 사거리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선택의 사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나는 망설이고 두리번거리고, 나는 왜 여기에 있는지 묻곤 합니다.
사거리에 서면 하늘을 봅니다. 두 손을 모읍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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