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날 땐 신을 닮고, 지려 할 땐 인간을 닮는다. ©생기발랄

미스터리리

모든 꽃은
피어날 땐 신을 닮고
지려 할 땐 인간을 닮는다

그 때문에
꽃이 필 땐 황홀하고
꽃이 질 땐 눈물이 난다

김상미 시인.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이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 해설

같은 식물인 꽃에서 신과 인간을 모두 봅니다.
‘신’이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나 완성, 나아가 궁극을 의미한다면, ‘인간’은 한계나 미완성, 나아가 소멸을 뜻합니다.
한 나무에서 꽃이 피고 지듯이 인간에게도 자기 안의 신은 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전하지 않는 잠재력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한계 속에서 도로(徒勞)에 그칠 뿐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끊임없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갑니다.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평을 향한 슬픈 존재의 노래입니다.
황홀하게 피는 꽃은 시인의 표상이 아니고, 지는 꽃이야말로 시인이 느끼는 가장 진실한 삶의 표정이라고 문학평론가 구모룡도 말합니다.

*도로(徒勞) : 헛된 노력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임문혁 시인의 새 시집 <반가운 엽서> ©시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