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그대로 받아주고 또 보내주는 거울 ©gettyimages

거울

찾아오는 이 모두 담쑥 안으리
빈부귀천貧富貴賤 가리지 않으리

걸으면 걷고 춤추면 춤추고
웃으면 같이 웃고 울면 같이 울리

그러다가, 돌아서서 나가면
말없이 고이 보내리

빈 구멍 숭숭 나면
텅 빈 허공으로 남으리

시인의 말
거울은 참 달관한 인격자 같습니다. 찾아오는 어떤 사람이든지 담쑥 안아 들입니다. 그 사람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신분이 높든 낮든 가리지 않습니다.
찾아온 이가 걸으면 따라 걷고, 춤추면 따라 춤춥니다.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울면 같이 울어줍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마음 변해 돌아서서 나가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말없이 고이 보내줍니다. 물론 가슴에는 빈 구멍이 숭숭 뚫리겠지요.
그러면, 훌훌 털어버리고 텅 빈 허공으로 고요히 남아 있습니다.
나도 거울을 닮고 싶습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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