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두 딸들이 함께한 저녁 밥상, 사랑과 행복의 원천 ©한겨레 사진마을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가장 행복했던 기억
얼마 전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 DJ의 멘트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오리며 그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어린시절 그녀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큰 집을 사서 처음으로 자기 방을 갖게 된 때라든가, 오랫동안 바라던 선물을 받았던 때가 아니었다. 호사스런 여행을 갔던 일도 아니고, 큰 일을 이루어 상을 받았던 순간도 아니었다.

그녀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니와 자신을 데리고 나가 과자나 초콜릿 등을 사도록 허락해준 아빠와의 미니 데이트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두 딸을 데리고 마켓에 가서 먹고 싶은 스낵을 고르게 하고, 주일에는 달달한 군것질을 실컷 하도록 허락해 주셨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장을 보러 갔던 일이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엄청나게 큰 어떤 사건이 나 값비싼 물건이 아니다. 우리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은 어느 평범한 날의 눈부신 햇살이나 마음껏 뛰놀던 마당의 흙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환한 웃음에 유독 기분이 좋았고, 깔깔거리고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짓던 순간. 우리가 별 것 아닌 줄 알았던 그 작은 순간들이 어느 날 문득 행복한 순간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내가 바라는 것들을 얻게 되면 행복해질 것이라 믿고 산다. 좀 더 나은 직장을 얻으면, 자녀가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돈을 조금만 더 벌면, 교회가 조금만 더 성장하면 행복해질 것 같다. 혹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 사람이 내 눈 앞에서만 사라지면, 지지리도 내 속을 썩이는 그 사람이 변하기만 하면, 내 마음이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상담소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조금만 더’가 이루어지지 않아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지금 여기서 찬란하게 빛나는 행복의 순간들을 놓치고 산다.

세상에 나 혼자뿐
상담소를 찾아온 B씨는 자기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어릴 때 이혼하신 부모님은 도통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듯했단다.

재혼한 어머니와 살던 그는 새아버지의 눈치 보기에 바쁜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새아버지에게서 “너는 세상에 쓸모 없는 자식”이라는 욕을 몇번 듣고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채 자신이 진짜 얼마나 쓸모 없는 인간인가 증명하겠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트럭을 운전하던 생부는 늘 멀리 어딘가에서 일만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믿을 것은 자신뿐이라 굳게 믿으며, 자신을 받아들여준 갱단을 가족으로 삼았다.

차곡차곡 마약과 폭력에 관련된 전과를 쌓아갔다. 마약을 팔아서 낭비한 돈은 온데간데 없고 그에게는 빈 주머니와 전과기록만 남았다. 돈이 떨어지고 경찰의 집중단속 대상이 되자 믿었던 친구들도 떠나갔다. 아무것도, 어느 누구도 곁에 없다고 생각한 그 순간, 그는 자신을 그 위험속에서도 보호하셨던 하나님을 만났다.

전과로 인해 취업의 길이 모두 막히고 새로운 삶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던 그 때에, 그는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마르지 않던 어머니의 눈물과 기도를 보았다. 자신을 야단치며 어른 공경하기를 가르치려고 애쓰던 새아버지조차 밉지만은 않았다. 평생 장거리 운전을 하며 일해 오신 친아버지의 성실함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내가 가진 작은 것
B씨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불평하고 분노하는데 지쳤다고 했다. 그러자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축복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위해 늘 따뜻한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어머니를 뵈러 가기 시작했다. 성실하게 일해 오신 아버지에게서 운전과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상담과 더불어 직업교육소에도 등록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이 별것도 아닌 사실이 이제 그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자신에게 있는 작은 것들을 깨닫고 감사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워졌다.

기적을 살다
얼마 전 투병 중이신 부모님의 병실을 찾았을 때, 말기 암에도 불구하고 한 달만 더 살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재활을 통해 한 걸음만 더 걸을수 있기를 바라며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을 보았다. 옆에서 눈물 짓고 가슴 아파하는 가족들과, 한번만 더 일어서 걸어보라고 열심히 응원하는 아내들과 남편들에게 기적이란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사랑하는 이가 이번 겨울이 지나 봄에 피는 꽃을 보게 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그분들이 간절히 바라는 그 기적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단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떤 기적을 누리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 우리 앞에 부어진 축복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것이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길이다.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은(살전 5:16, 18) 바로 지금 시작된다.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평범한 일상속 사람들과 그 무엇으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 발견하고 느끼는 작은 기쁨과 감사는 하나님께 드리는 최고의 경배이자, 우리를 소생시키는 최상의 치료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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