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는 대신 자전거를 타며 TV를 보는 것은 어떨까? 습관은 다른 습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 ©patvin.co.in
심연희
N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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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
새해가 되면 으레 세우는 계획이 있다. 올해는 책이나 성경을 더 많이 읽고, 기도를 더 많이 하고, 살을 빼고, 술 ․ 담배를 끊고,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고, 직장에서 승진하고, 비즈니스를 더 일으키겠다는 것 등이다. 작년 이맘 때 세웠던 계획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작년 새해에 결심한 계획을 지속해 왔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지난 해를 보내며 쌓인 습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밤에 간식을 찾는 습관은 복근 만들기 프로젝트를 금새 수포로 돌아가게 한다.
또한, 시간이 좀 날 때마다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습관은 새로운 것을 배워보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자꾸만 뒤로 미뤄두게 한다. ‘조금만 더 있다 하지, 나중에 하지……’를 반복하는 습관은 결국 학업이나 일의 효과를 여지없이 떨어뜨리고 성공을 방해한다.
상대방을 비꼬거나 비난하는 투로 말하는 습관은 잘 지내보려던 관계들을 계속 악화시킨다. 자신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작은 일상의 습관들이 우리 삶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좋은 습관의 힘
<습관의 힘>에서 찰스 두히그는 MIT의 한 연구를 소개한다. 뇌의 기저핵이 손상되어 기억을 할 수 없는 쥐들이 어떻게 미로에서 초콜렛을 찾아내는가를 지켜본 실험이었다.
T자형 미로의 왼쪽 끝에 초콜렛을 놓아두었을 때 기억능력이 없는 쥐들은 한동안은 초콜렛을 찾지 못했고, 냄새를 따라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동안 두뇌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똑같은 실험을 수백 번 반복하는 동안 같은 길을 수백 번 다녀본 쥐들은 기억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오른쪽 길의 갈림길에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미로가 열리는 ‘딸깍’ 소리가 나면 바로 달리기 시작하고 곧장 왼쪽 길을 선택해 초콜렛을 찾아내었다. ‘딸깍’ 소리가 나면 무조건 미로를 향해 달려가는 행동은 버릇이 되었고, 그러자 쥐들은 더 이상 뇌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이 버릇이 되면 뇌활동도 급격히 줄어든다. 마치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치약을 짜는 방법이나 옷을 입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직장에 가는 동안 주의를 집중하지 않아도 수백 번 다닌 길을 따라 저절로 가고 있는 것과 같다. 행동이 습관이 된 것이다.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을 습관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그가 알콜에 중독된 이유
우리의 일상은 T자형 미로에서 초콜렛을 찾는 습관을 발달시킨 쥐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알콜 중독이었던 한 내담자가 자신이 돌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아들이 자기를 때렸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그는 졸지에 감옥에 가게 되었다. 어머니가 물건을 던져 난장판이 된 집안은 고스란히 아들이 어머니를 학대한 증거로 채택되었다. 심지어 형제들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그는 과거에 끊었던 술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후 다행히 그 사건에 대한 모든 진실이 밝혀졌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스레 술을 찾던 그의 행동은 이미 버릇이 되어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기어이 직장과 집을 모두 잃고 홈리스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에게 ‘딸깍’하고 미로가 열리는 신호는 스트레스였다. 그 신호가 감지되면 그는 자동적으로 술을 찾았고, 그것이 그가 무조건 달려가는 미로가 되었다. 그 미로의 끝에서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술의 힘은 그에게 마치 쥐들이 간절히 원했던 초콜렛과 같은 보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이것이 습관이 되어 이런 일상을 반복했다.

좋은 습관 vs 나쁜 습관
어떤 습관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값진 열매로 이어진다.
하루에 30분씩 짧은 운동을 하는 것은 우리의 근육을 꽤 단단하고 멋지게 만들어준다. 물을 자주 마시는 사소한 습관은 좋은 피부나 건강한 몸으로 이어진다. 아침에 눈을 떠서 말씀을 묵상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더 지혜롭고 충만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반대로 또 다른 습관은 우리의 삶을 서서히 파괴하기도 한다. 심심한 마음에 잠깐 스마트폰에서 이런저런 영상이나 기사들을 찾아보는 습관은 한나절을 훅~ 낭비하게 하는 만드는 주범이 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또한 부정적인 생각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버릇은 우리를 두려움과 집착 속에 가둔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가볍게 시작한 게임이나 포르노는 우리의 영혼을 빠르게 잠식해버린다. 따라서 우리 삶이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려면 지금 나의 습관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기
한 해의 성공을 이끄는 좋은 습관을 쌓으려면 먼저 우리의 현재 습관을 잘 관찰하고 분석해서 건강한 습관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딸깍’하는 신호는 무엇인지, 습관의 끝에서 우리가 얻는 보상은 무엇인지, 그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로를 달리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습관이 된 미로 달리기를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쉴 때 소파에서 TV를 보는 대신 자전거를 타며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던 게임 시간의 일부를 친구들과 함께 하는 테니스나 배구로 채울 수 있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던 술 대신 하나님을 찾을 수 있다. 속상할 때마다 내뱉던 욕 대신 축복과 긍정의 말로 바꿀 수 있다. 올해는 습관적으로 찾아가던 그 길이 조금 더 생산적이고 건강하고 발전적이길 바래본다. 그래서 내년 이맘 때에는 한 걸음 나아진 계획이 되길 기도한다. 좋은 습관이 쌓여 그려진 일상의 지도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으로 이어지길 기도한다.